[미디어펜=김태우 기자] 기아자동차 중형세단 K5가 출시를 앞두고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중형세단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택시수요마저 포기하면서까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숙명의 라이벌 현대자동차 쏘나타와의 경쟁이 점쳐지고 있어서다. '기아차 디자인'을 이끌며 명성을 떨쳐왔던 K5인 만큼 새로운 디자인을 통해 쏘나타에 대응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오는 연말 K5 3세대 모델을 국내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연말 특수를 누리기 위해 최대한 출시 시점을 앞당기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출시일이 12월경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3세대 K5는 2015년 7월 2세대 출시 이후 불과 4년여 만에 나오는 풀체인지 모델이다. 통상 완성차 업체들은 약 7년을 주기로 새로운 모델로 풀체인지를 추진하지만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디자인 변경에 소요되는 비용이 줄었고 이를 활용해 새로운 모델의 등장이 빨라졌다.
이에 현대·기아차가 부분변경모델에도 혁신적인 디자인 변화 보여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완성차 업계에 도입된 디지털 디자인이 한몫을 했다.
이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생산 비용도 크게 절감됐다. 애초부터 디자인 변형 범위를 미리 설정하고 이 울타리 안에서만 디자인을 바꾸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공장의 설비를 크게 바꾸지 않아도 이전의 생산 시설을 대부분 이용하면서도 신차를 뽑아낼 수 있다. 자연스레 공장 설비개선 비용이 줄어들면서 개발비도 줄일 수 있게 된다.
기아차가 3세대 K5를 4년 만에 출시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중형세단 시장이 주춤한 상황에서 새로운 모델로 신차효과를 누리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2세대 모델은 K5의 시초인 1세대 모델에 비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었다.
2010년 4월 출시된 1세대 K5는 당시 중형세단의 대명사격으로 불렸던 쏘나타의 왕좌를 넘볼 수 있을 만큼의 파급력을 보유한 차량이었다. 본격 판매가 이뤄진 그해 5월(1만673대)과 6월(1만105대) 1만대 판매를 돌파했고, 특히 6월에는 쏘나타(9656대) 판매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는 다양한 SUV와 준대형 세단의 인기로 중형 시장이 많이 위축됐고 경쟁 차종도 많이 등장했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 판매 1위는 무조건 세단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차종, 그것도 같은 차급에서 쏘나타를 넘어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1세대 K5는 출시 첫 해 월평균 7735대를 시작으로 이듬해에도 7000대를 넘어섰고, 2013년까지 5000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문제는 1세대 모델의 노후화로 2세대 모델이 나와야 할 시점이었다. 1세대 모델의 디자인 선호도가 워낙 높아 웬만한 디자인 변화로는 큰 파급력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결국 그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됐다. 2세대 모델이 출시된 2015년 K5의 월평균 판매실적은 4885대로 구형이 팔리던 2014년(4083대) 대비 소폭 증가했을 뿐이었다. 신차 효과가 사라진 2016년에는 3720대, 2017년은 3182대로 계속 하향곡선을 그렸다.
물론 이 시기부터 세단의 약세추세가 보여 지기도 했지만 큰 이변을 일으켰던 기아차 중형세단 디자인이 힘을 다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결국 지난해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했지만 월평균 4042대로 판매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진 못했다. 올해는 9월까지 월평균 3075대로 고전하고 있다.
기아차에겐 3세대 K5로 2세대의 부진을 씻고 1세대의 영광을 재현하는 게 시급하다.
3세대 K5는 지난 3월 출시된 8세대 쏘나타를 통해 선보인 3세대 플랫폼을 적용하고 파워트레인도 스마트스트림 2.0ℓ 가솔린 엔진을 비롯, 1.6ℓ 가솔린 터보 GDi, 2.0ℓ LPG, 하이브리드 등 동일 구성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K5는 일찌감치 디젤 모델을 단종시킨 쏘나타와는 달리 현재 판매되는 2020년형까지 디젤 모델을 운영했으나 3세대 모델에서는 디젤을 제외할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 이슈로 소비자 선호도가 떨어진 데다 점차 강화되는 규제를 맞추기도 힘든 디젤을 굳이 신차에 넣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8세대 쏘나타와의 출시 간격이 길지 않은 만큼 3세대 K5에 적용되는 신기술도 획기적인 무엇인가가 추가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비롯, 각종 편의사양이나 스마트 기능은 소나타와 비슷한 수준에서 트림별 구성만 다르게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3세대 K5의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는 디자인이다. 8세대 쏘나타의 디자인이 다소 젊은 층 타깃으로 치우치며 보다 중후한 디자인을 원하는 전통적인 중형차 소비자들을 K5가 흡수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1세대 K5의 인기 비결이 디자인이었고, 2세대 K5의 부진 원인 역시 디자인이었던 만큼 3세대 K5 개발 과정에서 가장 역점이 되는 부분도 디자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적 자유도가 높은 '3세대 플랫폼'을 사용하는 게 디자이너들에게는 긍정적 요인이다. 무게 중심을 낮춘 3세대 플랫폼은 스포티하고 스타일리시한 디자인 구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출시된 K7 페이스리프트 모델과 셀토스가 잇달아 디자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3세대 K5 역시 기존과 비슷하게 쏘나타의 플랫폼을 공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브랜드 파워에서는 아무래도 쏘나타에는 밀릴 수 있다"며 "다만 디자인 측면에서 확실한 차별화를 보여줘야 1세대와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