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노조가 지난달 26일 "노(NO) 일방적 취업규칙 변경"을 외치고 있다. /사진=금속노조 인천지부 현대제철지회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현대제철 노조가 기본급 인상과 지난해 영업이익 15% 성과급 등을 두고 회사와 마찰음을 빚으며 이틀째 총파업에 돌입했다.
회사가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려면 최소 1838억원의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 이는 올해 3분기 1100억~1400억원으로 전망되는 현대제철 영업이익을 넘어선 수준으로 실적 하락을 겪고 있는 회사에게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현대제철은 상여금 지급 방식을 노조와 협상하지 못하면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게 되는 처지에까지 몰렸다. 올해 1~3분기 실적 발목을 잡고 있는 후판, 자동차강판 협상 진척이 없는 데다 고로(용광로)정지 처분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을 고민하고 있는 현대제철에게 노조 리스크는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조는 18일 오전 6시까지 계획된 48시간 총파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은 현대제철전국금속노조 산하 인천·충남·포항·광전지부 등 지회 조합원 8000명 중 50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된다.
노조는 지난 16일 오전 7시부터 당진제철소 투쟁광장에서 기본급과 6대 별도 요구안을 추가 제시하라면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노조의 총파업 기간에 맞춰 인천·포항·순천 공장의 철강제품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생산중단 분야의 매출액은 6조6235억원이며 최근 매출액(20조7800억원) 대비 31.9% 규모다.
현대제철은 노조의 48시간 총파업으로 철근, 형강, 자동차강판, 후판 등 전 제품군에 걸친 생산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액으로 환산한 매출 손실은 약 1000억원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재고 물량이 있어 심각한 생산 차질은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생산 차질로 국내 유통향 제품 가격이 오르는 점은 기정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과 지난해 영업이익 15% 상여금을 통해 최저임금에서 벗어나자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평균 연봉은 8500만원이다. 하지만 상여금이 없는 홀수달에는 최저시급(8350원)에 못 미친다며 기본급 인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의 요구에 대해 회사는 짝수달에만 지급해온 상여금을 반으로 나눠 매달 주는 대신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대치하고 있다.
노조의 기본급 인상과 영업이익 15% 성과금 등의 요구를 들어주려면 약 1838억원의 비용을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데 지난해 대비 영업이익이 30~40% 줄고 있는 회사의 입장에서 버거운 요구다. 문제는 기본급을 올릴 경우 다른 수당까지 자동으로 인상돼 부담 비용은 더욱 커진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현대제철은 노조를 설득해 상여금 쪼개는 내용의 단체협약 개정을 이루지 못하면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앞서 지난 6월 현대제철은 두 달마다 주던 상여금을 매달 월급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위반 해소를 위한 취업규칙 변경안'을 관할 고용청에 신고했지만 지난 달 고용노동부에 변경명령을 당했다. 노사 합의 없는 상여금 분할 내용의 취업규칙 변경은 위법으로 판단하면서다. 고용부 관계자는 "규정에 따르면 변경 명령 1달로부터 25일 이내에 변경안을 제출하게 돼 있다"면서 "시간이 더 필요한 경우에는 경과 보고 제출을 조건으로 최대 25일을 더 줄 수 있다"고 했다.
미 준수 시 형사 입건은 불가피하다. 결국 현대제철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직원들의 임금을 인상하거나 노조와 상여금 지급 방식에 대한 협의를 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임단협 협상은 내년으로까지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회사 실적이 먼저 뒷받침돼야 임금 인상 등 요구도 들어줄 수 있는 만큼 녹록지 않은 회사의 현재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노조가 임금 체계 개편을 전향적으로 협의하는 게 장기적으로 양쪽 모두에게 이롭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