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삼성과 SK, LG 총수들이 강한 어조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변동성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각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경영자들에게 ’뉴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SK·LG 총수들은 계열사 CEO들과의 회동에서 ‘전례 없는 위기’를 거론하며 해법 중 하나로 ‘변화’를 언급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과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사진=각사 제공
재계에서는 이 같은 총수들의 발언이 최근 경제 상황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은 내놓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 분야가 핵심축인 세 그룹 수장들은 우리를 둘러싼 경제 강국들의 움직임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성장동력을 유지하면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전략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서울R&D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기술전략을 논의 하며 ‘준비’와 ‘도전’을 강조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불확실성이 클수록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흔들림 없이 하자. 오늘의 삼성은 과거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미래”였다며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끊임없이 도전해 꼭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구광모 LG 회장은 9월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서 “향후 몇 년이 우리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경영진들에게 빠른 변화를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워크숍에서 구 회장은 ”LG가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근본적이고 새로운 변화를 위해 사장단이 몸소 ‘주체’가 돼 실행 속도를 한 차원 높여달라“며 ”제대로, 그리고 빠르게 실행하지 않는다면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변화를 가속화해 달라”고 강조했다.
최태원 SK 회장는 지난 18일 막을 내린 ‘2019년 CEO 세미나’에서 CEO들에게 근원적 변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디자인 역량을 발휘해 달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과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CEO들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세미나 폐막 연설에서 “지금까지 CEO는 ‘결정권자’, ‘책임자’로만 인식됐으나, 앞으로는 딥체인지의 ‘수석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비즈니스 모델 진화∙전환∙확장, 자산 효율화, 인적자본 확보 등 딥 체인지의 모든 과제들이 도전적인 만큼 기존의 익숙한 생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국내 대표기업 총수들의 발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총수들이 전사적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각 계열사 CEO들이 먼저 변화를 주도해 달라는 의중이 담겼다는 해석도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총수의 미래 전략을 현장에 전달하고, 시너지를 확대하는 당사자가 계열사 CEO들이다”라며 “계열사 CEO의 경영 스타일이 회사 전체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 현실이다. 총수들이 경영 속도를 높이기 위해 CEO들의 역할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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