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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탐험(23)-미스샷 없는 골프는 골프가 아니다

2014-09-12 14:39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방민준의 골프탐험 (23) - 골프는 미스 샷 때문에 존재한다 

국내 최고의 골프칼럼니스트인 방민준 전 한국일보 논설실장의 맛깔스럽고 동양적 선(禪)철학이 담긴 칼럼을 독자들에게 배달합니다. 칼럼에 개재된 수묵화나 수채화는 필자가 직접 그린 것들이어서 칼럼의 운치를 더해줍니다. 주1회 선보이는 <방민준의 골프탐험>을 통해 골프의 진수와 바람직한 마음가짐, 선의 경지를 터득하기 바랍니다. [편집자주]

   
▲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미스 샷이 없으면 골프도 없다.
실수가 없는 골프를 상상해보자. 드라이브 샷이나 아이언 샷이 매번 기막히게 맞고 그래서 언제나 파 온이 가능하며 퍼팅도 좋아 매 홀을 버디 아니면 파를 건진다면 골프 할 맛이 나겠는가. 잘못된 샷이 없으니 연습장에 갈 일도 없고 속 썩을 후회나 절망도 없을 것이다. 다음번에 더 잘 치고 싶은 욕망도 없으니 필드행이 기다려지지도 않을 것이다. 골프는 쉽게 실증나는 가장 재미없는 게임이 되고 말 것이다.

벤 호건은 “미스 샷에 대한 변명은 동료를 불편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자신까지도 불행하게 만든다.”라며 미스 샷을 원망하고 있지만 골프는 미스 샷에 그 생명성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스 샷은 독버섯처럼 아무 때나 돋아나 골퍼를 괴롭히지만 이 미스 샷 때문에 골프가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평생운동으로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성공만 있는 인생보다 좌절과 실패가 점철된 인생이 더 보람차고 생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듯, 미스 샷은 골프의 묘미를 더해주고 골프채를 놓지 못하게 한다.

미스 샷 때문에 필드에서 돌아오자마자 연습장을 찾고 골프 채널을 보며 다음 골프약속을 기다린다. 미스 샷은 기막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샷이 잘 맞아줄 때 느닷없이 나타나 자만을 꾸짖고 겸손을 가르쳐주는가 하면, 게으른 골퍼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좋은 스코어는 땀 없이는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가르쳐준다. 미스 샷은 골퍼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수련케 하는 동인(動因)이다.

   
▲ 성공만 있는 인생보다 좌절과 실패가 점철된 인생이 더 보람차고 생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듯, 미스 샷은 골프의 묘미를 더해주고 골프채를 놓지 못하게 한다. /방민준 삽화
때때로 미스 샷은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이 되기도 한다. 미스 샷은 더 좋은 샷을 위한 개선의 대상으로 삼을 때 유효한 백약이 되어 천국으로 인도해주지만 지나치게 거기에 매달릴 때는 오히려 병이 되어 지옥으로 몰아간다. 홀에서 티 샷을 실수했을 때, 버디를 노리다가 보기를 하거나 이글 찬스를 맞고도 파에 그쳤을 때, 좋은 드라이브 샷을 날려놓고 어처구니없는 어프로치 샷을 실수했을 때, 파 5홀에서 세컨드 샷을 그린 에지에 붙여놓고 홀에 붙이려던 세 번째 샷이 생크가 나 그린을 넘어 OB가 났을 때 등 미스 샷은 라운드 내내 골퍼를 괴롭힌다. 미스 샷은 암세포처럼 근육을 긴장시키고 정신을 어지럽혀 그날의 모든 샷에 영향을 주고 만다. 미스 샷을 자만과 해이, 게으름의 산물로 받아들여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 좋은데 “그때 실수만 하지 않았더라면…”하는 아쉬움이 지나쳐 미스 샷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변해 골퍼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만다.

한 젊은 골프광이 만취상태에서 첫 홀 티잉 그라운드에 섰다. 힘찬 스윙을 했으나 술 취한 몸이 말을 안 들어 샷은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갓뎀(God damn)!”하고 혀를 찼다. 마침 근처를 지나던 예쁜 수녀가 그의 욕 소리를 듣고 눈살을 찌푸리며 걸음을 멈추었다. 은이는 힐끗 수녀를 보고는 다시 어드레스, 스윙을 했지만 역시 허공을 가르는 에어 샷을 날리고 말았다.
“갓뎀, 또 미스야!” 녀는 조금 노한 얼굴이었으나 말없이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번째 스윙도 드라이버가 뒷땅을 쳐 볼은 근처에 떨어졌다. 는 또 “갓뎀!”을 내뱉었다.

수녀는 더 이상 못 참겠다는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야비한 말로 신을 더 이상 욕하면 신이 노하여 당신에게 벌로써 벼락을 내릴 거예요.” 말에 젊은이는 술에서 조금은 깬 듯 움찔하고 볼을 집어와 티 위에 놓고 샷을 날렸다. 그러나 또 실수, 볼은 티 위에 그대로 있었다. 화가 치밀어 오른 그는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갓뎀, 선 오브 비치(Son of bitch), 키스 마이 애스(Kiss my ass)…”. 순간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요란한 번개가 치고 근처에 벼락이 떨어졌다. 누군가 벼락에 맞은 듯 신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하늘에서 신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갓뎀, 나도 미스 했어!” 벼락에 맞아 쓰러진 사람은 술 취한 젊은 골프광이 아닌 바로 수녀였다. 미스 샷은 인간만이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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