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탐험 (23) - 골프는 미스 샷 때문에 존재한다
국내 최고의 골프칼럼니스트인 방민준 전 한국일보 논설실장의 맛깔스럽고 동양적 선(禪)철학이 담긴 칼럼을 독자들에게 배달합니다. 칼럼에 개재된 수묵화나 수채화는 필자가 직접 그린 것들이어서 칼럼의 운치를 더해줍니다. 주1회 선보이는 <방민준의 골프탐험>을 통해 골프의 진수와 바람직한 마음가짐, 선의 경지를 터득하기 바랍니다. [편집자주] |
▲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
벤 호건은 “미스 샷에 대한 변명은 동료를 불편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자신까지도 불행하게 만든다.”라며 미스 샷을 원망하고 있지만 골프는 미스 샷에 그 생명성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스 샷은 독버섯처럼 아무 때나 돋아나 골퍼를 괴롭히지만 이 미스 샷 때문에 골프가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평생운동으로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성공만 있는 인생보다 좌절과 실패가 점철된 인생이 더 보람차고 생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듯, 미스 샷은 골프의 묘미를 더해주고 골프채를 놓지 못하게 한다.
미스 샷 때문에 필드에서 돌아오자마자 연습장을 찾고 골프 채널을 보며 다음 골프약속을 기다린다. 미스 샷은 기막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샷이 잘 맞아줄 때 느닷없이 나타나 자만을 꾸짖고 겸손을 가르쳐주는가 하면, 게으른 골퍼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좋은 스코어는 땀 없이는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가르쳐준다. 미스 샷은 골퍼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수련케 하는 동인(動因)이다.
▲ 성공만 있는 인생보다 좌절과 실패가 점철된 인생이 더 보람차고 생의 의욕을 불러일으키듯, 미스 샷은 골프의 묘미를 더해주고 골프채를 놓지 못하게 한다. /방민준 삽화 |
한 젊은 골프광이 만취상태에서 첫 홀 티잉 그라운드에 섰다. 힘찬 스윙을 했으나 술 취한 몸이 말을 안 들어 샷은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갓뎀(God damn)!”하고 혀를 찼다. 마침 근처를 지나던 예쁜 수녀가 그의 욕 소리를 듣고 눈살을 찌푸리며 걸음을 멈추었다. 은이는 힐끗 수녀를 보고는 다시 어드레스, 스윙을 했지만 역시 허공을 가르는 에어 샷을 날리고 말았다.
“갓뎀, 또 미스야!” 녀는 조금 노한 얼굴이었으나 말없이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번째 스윙도 드라이버가 뒷땅을 쳐 볼은 근처에 떨어졌다. 는 또 “갓뎀!”을 내뱉었다.
수녀는 더 이상 못 참겠다는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야비한 말로 신을 더 이상 욕하면 신이 노하여 당신에게 벌로써 벼락을 내릴 거예요.” 말에 젊은이는 술에서 조금은 깬 듯 움찔하고 볼을 집어와 티 위에 놓고 샷을 날렸다. 그러나 또 실수, 볼은 티 위에 그대로 있었다. 화가 치밀어 오른 그는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갓뎀, 선 오브 비치(Son of bitch), 키스 마이 애스(Kiss my ass)…”. 순간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요란한 번개가 치고 근처에 벼락이 떨어졌다. 누군가 벼락에 맞은 듯 신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하늘에서 신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갓뎀, 나도 미스 했어!” 벼락에 맞아 쓰러진 사람은 술 취한 젊은 골프광이 아닌 바로 수녀였다. 미스 샷은 인간만이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