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두산 베어스가 천신만고 끝에 키움 히어로즈의 추격을 뿌리치고 첫판 승리를 따냈다. 짜릿한 끝내기 승리가 나온 경기였지만, 승부의 흐름을 잇따른 실책이 좌우해 내용은 한국시리즈 수준에 걸맞지 않았다.
두산은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9회말 터진 오재일의 끝내기 안타로 키움을 7-6으로 눌렀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팀의 우승 확률은 74.3%(35번 가운데 26번)나 돼 두산이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두산이 6-1로 앞서던 경기를 키움이 부지런히 따라붙어 6-6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홈팀 두산이 9회말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이처럼 경기 자체로는 흥미진진한 전개였다.
그러나 분명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실책 때문이다.
1회초 키움이 김하성의 안타에 이은 도루, 박병호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냈다. 그러나 정규시즌 우승팀 두산의 저력은 대단했다. 장기간 실전 공백이 무색하게 초반 두산의 타선은 맹공을 퍼부었다.
두산은 2회말 키움 선발 에릭 요키시를 상대로 1사 후 오재일, 허경민, 최주환이 3연속 안타를 쳐 만루 기회를 잡았다. 이어 김재호가 밀어내기 볼넷을 얻고 박세혁이 좌전 적시타를 2-1로 역전에 성공했다.
4회초 키움이 무사 만루 찬스를 만들고도 병살타 등으로 한 점도 뽑지 못하자 돌아선 4회말 두산이 대거 4점을 뽑아냈다. 선두타자 허경민의 중전안타에 이어 다음 타자 최주환 타석 때 요키시가 보크를 범했다. 최주환의 진루타로 1사 3루가 되자 김재호가 적시타를 때렸다.
이어진 2사 2루에서 박건우의 3루쪽 빗맞은 땅볼 때 키움 3루수 김웅빈이 제대로 잡지 못하고 뒤로 흘리는 실책을 범하면서 추가 실점한 것이 뼈아팠다. 박건우의 2루 도루 시도 때는 포수 박동원이 던진 공이 마운드에서 미처 피하지 못한 요키시의 턱을 강타하는 아찔한 실책까지 나왔다. 다행히 요키시는 응급처치 후 계속 공을 던졌지만 정수빈에게 볼넷을 내준 후 페르난데스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페르난데스의 타구도 1타점 단타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좌익수 김규민이 타구 판단 미스로 빠트려 한꺼번에 2점을 내준 것이었다.
키움이 수비 실책으로 자멸하며 6-1, 5점 차로 벌어져 승부는 기운 듯했다. 그러나 불펜 싸움으로 넘어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요키시가 4이닝 6실점(3자책)한 반면 두산 선발 조시 린드블럼은 1회 실점 후 안정을 찾고 위기를 넘겨가며 5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
키움은 불펜 가동 후 계투진이 두산 타선을 잠재우면서 맹추격을 했다. 반면 두산 불펜은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6회초 린드블럼에 이어 등판한 윤명준이 아웃카운트 하나 못잡고 2안타 1볼넷으로 1실점하고 물러났다. 긴급 구원 투입된 이현승은 안타를 맞지는 않았으나 볼넷과 야수선택, 희생플라이로 승계주자 2명의 홈인을 허용했다. 키움이 6회초에만 3점을 내 6-4로 점수가 좁혀졌다.
키움은 7회초 기어이 동점 추격을 했다. 선두타자 김하성이 친 내야 뜬공을 두산 포수 박세혁과 1루수 오재일이 서로 미루다 아무도 포구하지 못했다. 1루수 실책으로 기록되면서 김하성이 살아나가자 이정후의 안타로 찬스를 이어간 키움은 샌즈의 내야땅볼 타점, 대타 송성문의 적시타로 6-6 동점을 만들었다. 두산이 달아나는 점수를 낼 때 실책이 잇따랐던 것처럼, 키움이 동점 추격을 할 때도 두산의 실책이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실책 퍼레이드는 끝내 키움을 울렸다. 두산의 9회말 공격, 선두타자 박건우의 평범한 유격수 뜬공을 이번에는 김하성이 낙구 지점을 잘못 잡는 실책으로 놓쳤다. 다음 정수빈의 보내기번트 때는 투수 오주원이 멈칫거리다 한 템포 늦게 처리한 것이 내야안타를 만들어주고 말았다.
무사 1, 2루에서 두산 쪽의 어이없는 주루플레이도 나왔다. 페르난데스가 빗맞은 투수 땅볼을 쳤다. 타구가 느려 진루타가 될 수 있었으나 페르난데스가 라인 안쪽으로 뛰었다. 비디오 판독까지 한 끝에 스리피트 규정 위반으로 인정돼 1사 2, 3루가 되어야 할 상황이 1사 1, 2루가 됐다. 이 과정에서 김태형 두산 감독이 비디오 판독 결과에 항의하다 자동 퇴장을 당했다.
분위기가 꺾일 수 있었던 두산이지만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김재환이 볼넷을 골라 1사 만루 기회를 이어가자 오재일이 오주원의 초구를 노려쳐 중견수 키를 넘기는 끝내기 안타를 작렬시켰다. 한국시리즈 역대 9번째 나온 끝내기안타였다.
두산은 1차전을 이겨 기선을 제압했지만 불펜 부진과 아쉬운 실책으로 동점 추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 찜찜했다. 키움은 불펜의 건재를 확인하고 큰 점수차를 따라붙는 공격력을 보여줬지만 실책을 3개나 범하며 자멸한 것이 부담으로 남았다.
23일 역시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차전 선발로는 두산 이영하, 키움 이승호가 나선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