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홈 경제 정치 연예 스포츠

[데스크칼럼]남에게 "통합" "공정" '당부'만 하는 문재인 대통령

2019-10-23 17:36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김소정 외교안보부장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의 22일 시정연설을 앞두고 ‘국민통합’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임기 반환점을 도는 현 정권이 ‘조국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통합 메시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연설의 방점은 ‘공정’에 찍혔다. 문 대통령은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며 특히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여전히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의혹을 ‘합법적 불공정’으로 보고 있으며,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숱한 의혹 가운데 특히 입시비리를 겨냥했다. 이는 지난 9월1일 해외순방길에 오르면서 ‘조국 논란’에 대한 첫 발언으로 “입시제도 전반을 재검토하겠다”던 연장선에 있다. 

문 대통령은 당장 오는 25일 교육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가 입시제도 개편이라는 ‘쓰나미 논쟁’으로 국면 전환을 노린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문 대통령이 ‘합법적 불공정’을 연이어 강조하는 것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법원 검찰에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어서 문제가 크다. 이런 대통령의 ‘본말전도’ 식 화법은 ‘조국 사태’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상당히 나쁜 신호로 해석된다.

더구나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빌어 공정과 개혁을 말하기 위해선 이 연설에서 국론을 분열시킨 조국 사태에 대한 사과도 있어야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 전에 가진 환담자리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국 임명에 대해 화난 국민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시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에둘러 요청을 했을 때조차 이를 무시했다. 

'조국 사태로 대국민 사과는 없다'는 문 대통령은 오히려 국가의 백년대계라는 교육제도를 흔들어 지지율 반등을 노리는 모양새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스펙’이 ‘금수저 전향’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교육을 정치적 도구로 삼는다는 판단에 벌써부터 교육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조국 사태 수습 방식에 지지자들은 환호할지 모르나 또 다른 많은 국민들은 지난 66일 조국 사태는 도덕성 논란을 넘어 실정법 위반 여부를 다투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동생을 기소한 데 이어 부인 정경심 교수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 후 노영민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등과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청와대


문 대통령이 조국 사태에 대해 실망하는 국민들을 위해 ‘한 말씀’을 부탁하는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당대표와 이주영 국회부의장의 요청을 무대응으로 넘긴 것은 불통의 모습 그 자체다. 황 대표의 발언 이후에는 아무런 답변도 없이 곧바로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질문을 던져 대화를 전환하더니 이주영 부의장 요청엔 웃음만 보였다.

보수국민을 대표하는 정당 대표들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가 분명한데도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보수‧진보 생각이 실용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며 “저 자신부터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했다. 말과 행동이 다른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 국민들은 ‘통합을 남에게 당부한 하는 대통령을 가졌구나’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종교지도자를 만날 때 통합을 당부하는 발언을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통합은 대통령이 여야 정치권과 함께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최근 수보회의에서 처음으로 국민께 송구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언론 탓’ ‘검찰 탓’만 했던 것이 반복된다면 국민은 계속 분열할 수밖에 없다. 

취임식 때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했던 문 대통령이 지난 2년반동안 언론과 질의응답을 진행한 기자회견이 단 세차례인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그조차 알맹이없는 영빈관 내외신 통합 기자간담회였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보수‧진보의 조화를 강조하며 “과거의 가치와 이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도 많은 분야에서 다른 가치와 이념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을 잘 하려면 가치와 이념 충돌을 인정하는 것부터 필요해보인다. 먼저 상대를 인정해야 통합하는 길도 열리지 않겠나.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종합 인기기사
© 미디어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