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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수호, 윤석열 죽이기'…유시민 '싸가지'가 그리운 이유

2019-10-31 10:14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성제준 객원 논설위원

"윤석열 검찰총장은 부하들에게 속고 있다." 가히 영화 대사에서나 나올법한 말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말은 영화가 아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혹자는 그게 뭐 놀랄 일이냐고 오히려 되물을 수도 있다. 그도 그럴것이 '조국 수호자'로 그동안 유 이사장이 검찰에 대해 내뱉어온 궤변을 생각해 보면 저 정도 말은 그리 놀랄 말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유 이사장의 궤변들을 이념적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됐다. 진영논리에 매몰된 그의 관점에서는 충분히 조국이 천사로, 윤석열이 악마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증거인멸을 증거보존이라고 말한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도 분노가 아닌, 애잔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이쯤되니 유 이사장에 대해 좀 다른 감정이 느껴진다. 끊임없이 궤변으로 대중의 관심을 갈망하는 모습을 보니 그는 단순한 '조국 수호자'가 아닌 '관종'이 아닌가 싶다.

진보 정치인 중에는 특히 이런 '관종'들이 많은 것 같다. 물론 관심을 갈망한다는 게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정치인이 적절한 이슈를 만들어 대중의 관심을 끄는 건 박수쳐 줄 일이다. 문제는 이슈가 정치적 철학이나 국익과 관련된 게 아닌, 단지 관심받기 위한 이슈라는 점이다. 정치인이 국익이 아닌 대중의 관심만 쫓고 있으니 이들이 관종이 아니면 뭐겠는가?

유 이사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부하들에게 속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느냐는 검찰의 반박에 유 이사장은 놀랍게도 관련된 증거를 29일에 공개하겠다고 했다. 필자가 이해력이 부족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언론인들에게서 이런 행태를 찾기는 쉽지 않다.

언론인에게 기대되는 모습은 혹시라도 인용한 내용이 잘못된 건 아닌지, 편집증적으로 사실관계에 매달리는 것이다. 그런데 스스로를 언론인이라 지칭하던 유 이사장에게는 어찌된 영문인지 마치 예능방송에서나 볼법한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조국 수호자'로 그동안 유시민 이사장이 검찰에 대해 내뱉어온 궤변들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더욱이 '언론' 운운하며 자신의 주장을 증거와 명확한 팩트없이 전달하는 것은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행위다. /사진=연합뉴스


만약에 유 이사장이 스스로를 떳떳하게 언론인이라 부르겠다면 처음부터 자신의 주장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공개했어야 하지 않겠는가? 어떤 언론인이 제대로된 근거도 없이 자신의 주장을 일단 내뱉고 나중에서야 근거를 요구하면 '다음에 계속'이라고 말하는가? 과연 이런 모습에 대해 그를 '관종'이 아닌 뭐라고 불러야 할까?

그래도 그의 '관종'짓은 효과가 있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29일에 과연 유 이사장이 어떤 증거를 내놓을까 궁금해 했다. 예상컨대 핵심적인 녹취가 나오거나 관련된 사람이 나와서 증언을 할 것이라 기대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유 이사장이 내놓은 '결정적 증거'는 그저 자신이 전해 들은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얘기하는 것이었다. 증거가 자신이 재구성한 이야기라니, 유 이사장은 언론인 보다는 예능국 작가가 어울릴 대목이다.

유 이사장에 대한 이러한 판단은 단순히 이념 논쟁의 결과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유 이사장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공감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 이사장의 이른바 증거에 대해 "내사를 했다고 볼 수 있는 명백한 증거라고 보기엔 어렵다"고 밝혔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근거가 약하고 무의미한 논쟁"이라 선을 그었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러한 목소리에 힘을 보태게 됐다. 지난 25일 박시장은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하여 "언론의 자유는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언론에게만 해당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징벌적 배상제도'를 운운하며 자격이 없는 언론을 "핀셋으로 잡아서 운동장 밖으로 던져버려야 한다"고 했다. 불행하게도 박원순 시장의 말대로 징벌적 배상제도가 도입된다면 아마 제일 먼저 밖으러 던져질 '언론'은 유 이사장의 알릴레오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유 이사장이 예전에 총명했던 모습을 되찾길 희망한다. 참으로 인생이란  오묘하다. 그토록 보기 싫었던 그의 '싸가지 없던' 모습이 이제는 이토록 그리워 지다니. 참으로 '옳은 말'도 싸가지 없게 하던 그의 모습이 그립다. /성제준 객원 논설위원

[성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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