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전기요금 특례할인 제도 폐지를 놓고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재생에너지 할인, 전기차·에너지저장시스템(ESS) 충전 할인, 초·중·고교 및 전통시장 할인을 비롯한 각종 전기요금 할인을 없애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성 장관은 지난 30일 국회 예산결산틀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기요금 할인 특례제도를 일괄적으로 폐지할지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정부와 한전은 전기요금 개편을 사전에 협의한 적이 없으며, (정부예산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에 나섰다.
이어 "지난 7월 한전의 공시대로 필수사용량 공제제도 개선 및 주택용 계절·시간별 요금제 도입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인가 신청시 법령 및 절차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김종갑 한전 사장(왼쪽)·성윤모 산업부 장관/사진=한국전력공사·산업통상자원부
각종 할인에 따른 한전의 부담은 지난해 기준 1조1500억원 규모로, 올 상반기에만 9285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입장에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호소라는 분석이다. 주가 하락에 따른 소액주주들의 불만 및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회수 우려 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한전공대 역시 상황을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한전은 2025년까지 설립비(6210억원)와 운영비(2079억원)를 포함한 신설비용이 1조원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2022년 개교 이후 소요되는 비용은 정부와 지자체도 분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실시됐던 하계 누진제 개편으로 한전이 대규모 손실을 입은 사례로 볼때 한전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얼마나 줄어들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당시 발생한 총 손실은 3600억원 가량이었으나, 한전이 정부로부터 351억원만 지원받으면서 3000억원 가량의 적자가 가중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한전의 자체 신용등급을 'BBB-'로 한 단계 낮추면서 한전의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BBB-는 투자 적격 등급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신용등급이 낮으면 해외자금 조달시 금융비용이 불어나게 된다.
업계는 양 기관이 갈등을 벌이고 있지만, 전기요금이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그간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표했을 뿐더러,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떠나게 하는 조치를 취할 공산이 적기 때문이다.
요금인상시 예상되는 원인규명도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정부·산업부·한전 등은 에너지전환으로 인한 요금 인상을 부인하고 있으나,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 중 덴마크·독일 등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높은 국가들의 전기요금이 높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낮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성 장관은 올해 국감에서 "전기요금 문제는 한전 적자 및 경제적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에너지전환은 장기적으로 추진되는 정책으로, 2024년까지 원전 갯수가 많아진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한민국은 재생에너지 천국이 되기 위해 지옥행 탈원전 급행열차에 올라탄 셈으로, 발전단가 낮은 원전의 비중을 줄이고 비싼 재생에너지를 늘리니 우량기업인 한전이 허우적대고 이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도 자명하다"고 지적했으며,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 김기선 자유한국당 의원,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 등도 질타 행진에 동참한 바 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