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슘페터의 표현을 빌리면 "저들은 자기 이상의 깃발을 들고 싸우지 않는다." 그 말을 나는 이렇게 바꾸고 싶다. "백낙청-리영희-조정래와 그 좌파 아류들은 대한민국의 깃발을 높이 들고 싸우지 않는다. 이들은 평생을 대한민국 깃발을 끌어내리려고 그렇게 발버둥쳐왔을 따름이다." (본문 420쪽)
헬조선·흙수저 같은 자조·체험은 누가 가르쳤는가? 또 기회만 주어지면 이 땅을 떠나고 싶다는 대한민국의 증오병은 누가 심어줬을까? 잊을만 하면 괴물처럼 등장하는 진영논리의 고질병은 대체 그 뿌리가 어디에 기인하고 있을까? 지구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괴물의 진원지는 과연 뭘까?
새 책 '좌파 문화권력 3인방-백낙청·리영희·조정래 비판'은 반 대한민국의 도그마를 이들 3인이 앞장서 가르쳐 왔다고 강변한다. 언론인이자 문화평론가인 저자 조우석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이 혼란은 어디서 시작되었는가'라는 자문에 "30년 동안의 우상, 백낙청·리영희·조정래가 386세대와 요즘 젊은 세대까지 망친 주범이다"라고 일갈한다.
1966년 '창작과비평' 발행 이후 좌파의 대부가 된 문학평론가 백낙청,의식화의 스승 고(故) 리영희,대하소설 '태백산맥' 조정래에 대한 원점 타격을 가한다. 그리고 좌파의 허위와 위선을 깨는 실체적 진실을 고발한다. 책을 읽은 독자라면 "이 모든 게 결국엔 3인방 탓이구나!" 하는 놀라움과 충격을 접할 것이라고 저자는 자신한다.
시대의 고민도 묻어난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저들이 들고 나왔던 민족타령,민중타령을 반복해야 할까?" "그게 좌파 민족주의 괴물로 자라나 나라를 삼켜버리기 직전이 아닌가?"라며 안타까워 한다. 저자는 "좌파 세계의 뿌리이자 몸통인 그들을 정리해야 이 나라가 선진화로 갈 수 있다고 믿는다"며 "이 책과 함께 옛 시대의 낡은 유산과 굿바이한 채 자유와 지성의 새 공기를 호흡하길 적극 권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책속에서 저자의 생각을 좀 더 들어 보자. 소련과 동유럽 공산주의가 몰락했던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였다. 그때 좌경화 일변도의 친공-친북으로 흘러온 좌파 문화권력이 자기 반성 속에 전향하든지, 무너져내렸어야 옳았다. 우리도 그 무렵 학생운동권이 변화하고, 그걸 낳았던 자궁인 좌파 문화권력이 제정신을 차렸더라면 지금처럼 대중들이 낡은 우상을 섬기고 사는 현상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랬더라면 우리가 이렇게 경제 저성장에 쳇바퀴 도는 일도 없고, 세계가 찬탄하던 기적의 나라 대한민국이 문제 국가로 추락하는 부끄러운 일도 없었을 것이다. 젊은이들이 취업난 속에 눈물 흘리는 일도 없고, 이웃 일본과 경제 분쟁을 넘어 안보 분쟁으로 흘러가는데 죽창 들고 싸우자고 반일 선동을 하는 청와대 사람들을 지켜보는 상황도 없었으리라. 그걸 막지 못한 채 여기까지 온 것은 포괄적으로 말해 좌파 문화권력이 의외로 막강했던 탓이라고.
저자는 반세기를 전후한 백낙청-리영희-조정래의 문화권력이 한국사회에 긍정적이었던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백번 양보해 당시 그들이 옳았다고 해도 유통기간이 끝났다. 이젠 물갈이를 해줘야 지난 시대의 그들도 편해지고, 죽어가는 이 나라도 살아난다고 강변한다. 더불어 이 책은 엄밀한 분석이고 의견제시로 인신공격 따위와는 거리가 먼 공적 담론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저자 조우석은 문화일보, 중앙일보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2015~18년 KBS(한국방송공사) 이사로 일하며 사회 모순과 현실을 비판해왔다. 30년 넘게 한국 사회 교육 문화 언론을 지배해온 문화권력 3인방 백낙청·리영희·조정래를 분석한 책을 펴내는 것도 그 맥락이라고 얘기한다. 펴낸 책으로는 '박정희, 한국의 탄생' '나는 보수다'(저서), '미래의 저널리스트에게'(역서) 등이 있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