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희연 기자]정부가 오는 6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첫 적용 지역을 결정해 발표할 전망이다. 현재 강남4구, '마용성', 과천 등이 유력한 적용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지역이라는 정부의 모호한 기준으로 부동산 시장을 제대로 들여다 보지 않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기준이 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분양가 상승률이 구체적인 기준이지만 분양가 상승률 수치도 현재 시장 상황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일 오는 6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위)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기와 지역을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정심위에서는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결정하고 오는 6일 오전 11시 30분 결과를 발표한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분양가 상한제를 공공택지에서 민간택지로 확대했다. 이에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 중 △직전 1년간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거나 △직전 2개월 모두 평균 청약경쟁률이 5대 1 이상인 곳 △직전 3개월 주택 거래량이 전년 동기의 20% 이상 증가한 곳 등 요건만 충족하면 지정할 수 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25개 구와 경기도 과천시·광명시·성남시 분당구·하남시,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전국 31곳이 지정돼 있다. 다만 정부가 동 단위로 ‘핀셋’ 지정하기로 한 만큼 어느 동이 지정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시장에서는 서울 집값을 견인하는 강남4구와 ‘마용성’, 지난해부터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과천시 등을 유력 적용 지역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의 동 단위 지정에 따라 서초구 반포동과 용산구 한남동, 강남구 개포동, 송파구 잠실동, 강동구 둔촌동 등도 거론된다.
당초 예상과 달리 대상지역이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몰려 있는 서울 영등포구, 양천구, 강북구 등도 상한제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상한제 대상 지역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몰려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최근 집값 상승세와 분양가 상승률, 청약경쟁률 강세인 곳으로 지정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 예고에 최근 서울 아파트값은 9·13 대책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정부가 상한제 시행으로 새로 분양하는 단지의 분양가격이 낮아질 경우 주변 시세도 함께 내려가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서울 지역에 상한제가 시행될 경우 연간 1.1%p의 집값 하락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다만 시장은 주택 공급 감소 우려로 매물 품귀 현상과 최고 매매가격을 갈아치운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정부의 기대와는 다른 시장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은 전월 대비 0.60% 올랐다. 월간 단위로는 9·13 대책이 발표된 지난해 9월(1.84%) 이후 1년여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중소형 아파트 거래가격이 3.3㎡당 1억원을 넘어섰다.
서울 재건축 단지 상승세도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12% 올랐다. 일반 아파트값이 0.07% 오른 것과 비교해 되레 오름폭이 더 컸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 76㎡)는 지난 7월 17억∼17억5000만원에 팔렸는데, 지난달 19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분석한 ‘최근 1년간 서울 자치구별 분양가격 및 분양가상승률’에 따르면 올 9월 기준 강남권보다 강북권이 직전 1년 분양가 상승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첫 적용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는 서울 강남권, ‘마용성’보다 상대적으로 집값 상승률이 떨어지는 강북권의 분양가 상승률이 더 높은 것이다. 9월 기준으로 최근 1년간 분양가 상승률 상위권은 성북(31.7%) 은평(16.5%) 구로(15.4%) 서대문(14.0%) 등이다. 동대문의 경우 8월 기준으로 1년간 분양가상승률이 64.6%에 달했다.
이에 비해 강남권에서는 서초(30.3%)를 제외하고 강남은 9.3%, 송파는 2.8%에 불과했다. 강동구는 지난 5월 기준, 8.7% 상승했다. 마포와 용산, 성동구 등은 최근 6개월 새 분양 아파트가 없어 분양가 상승 폭을 보는 것이 사실상 무의미한 상황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분양가 상승률이 높은 지역이 실제 집값 과열 현상을 부추기는 지역인지 여부가 차이가 있고, 일부 지역은 최근 분양가 통계도 없는 상황이다"며 "서울 집값 상승을 선도한 지역이라는 정부의 모호한 기준이 적용 지역을 판단하는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지역은 시장·군수·구청장이 설치, 운영하는 분양가심사위원회를 통해 분양가를 심의받는다. 심사위원회는 주택 관련 분야 교수, 주택건설·주택관리 분야 전문직 종사자, 관계 공무원, 변호사 등 10명 이내로 구성된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해제는 해당 지역의 시·도지사,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이 계속 지정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 국토부 장관에게 해제를 요청할 수 있다. 해제 역시 주정심 심의를 거쳐야 한다.
[미디어펜=손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