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삼현(왼쪽)·한영석 현대중공업 공동사장.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가삼현·한영석 현대중공업 공동사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양 사장은 한국조선해양의 주력 자회사로 재편된 현대중공업의 생산성 제고는 물론 노조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하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을 판가름할 변수로 꼽히는 유럽연합(EU) 집행위 심사도 넘어야할 산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6일 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이사에서 현대중공업 수장에 오른 가삼현 사장은 세일즈맨 출신인 만큼 해외영업 일선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면서도 정기선 부사장의 경영 보폭 확대에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영석 사장은 40여년간 선박 설계 및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발판 삼아 매일 아침 생산 현장을 둘러보며 직원들과 소통을 하는가 하면 아람코 등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끌어오고 있다.
다만 노조 갈등과 불안한 수주 회복, 대우조선해양 인수 마무리 등은 여전히 양 사장 앞에 놓인 가장 큰 숙제로 남아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일 25차 임금협상 교섭을 재개했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 △성과급 최소 250% 보장 △하청 노동자 임금 25%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경영상의 이유로 노조의 모든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리 추구 성향이 아닌 강성 성향의 노조위원장이 또 다시 선출되면 노사간 대립 골이 깊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달 마지막주께 차기 집행부 선거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강성 성향의 집행부가 이끈 지난 6년 동안 매년 임단협 타결에 실패하고 있어 차기 집행부 성향에 따라 노사 갈등 장기화 여부가 달라질 것이란 지적이다.
현대중공업은 노사갈등과 더불어 더딘 수주 회복으로 인한 실적에도 허덕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211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은 흑자 기조를 보였지만 환율 상승 영향이 컸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그룹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수주 영업을 총괄하고 있는 양 사장은 그룹 실적 개선을 위한 핵심 인물이어서 어깨가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 달까지 올해 수주목표의 57.1%를, 현대미포조선은 56.2%, 현대중공업은 47.5%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
대우조선과의 합병을 위한 기업결합심사를 순탄하게 이끌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최근 EU 집행위원회는 이탈리아 국영 크루즈 조선사이자 세계 최대 크루즈선 제작사인 핀칸티에리와 프랑스 아틀란틱조선소 합병에 대한 심층심사를 진행키로 했다. EU 집행위의 기업결합 본심사는 1단계 일반심사와 2단계 심층심사로 나뉜다. 기업결합과 관련한 독과점 여부 등에 대해 일반심사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 심층심사를 개시한다.
현대중공업이 이달 중 대우조선과의 합병과 관련해 EU에 본심사 신청할 예정인 만큼 일각에선 특정업체의 과점을 경계하는 경향이 짙은 EU가 이들의 심사에도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현대중공업그룹은 우리나라 공정위와 EU,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등 5개 심사 대상국을 확정한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달 29일 카자흐스탄에서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했다. 여기에 중국 1, 2위 조선업체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중국선박중공그룹(CSIC)이 합병 승인을 받으며 중국이 기업결합을 반대할 명분이 사라졌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크루즈선 시장은 아틀란틱조선소와 핀칸티에리가 발주의 90%를 수주하고 있다"며 "상선 시장과는 점유율 구조가 달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기업결합심사에 미칠 영향은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