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정유업계 4사의 3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급락하면서 우려가 불거지는 가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업체들의 카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3222억원, 당기순이익은 206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9.3%, 52.8% 감소한 수치다.
정유부문의 경우 2019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했으나, 지난해 3분기(457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석유화학부문은 1384억원에서 920억원, 윤활유부문도 406억원에서 193억원으로 떨어졌다.
GS칼텍스는 기존 휘발유와 경유 뿐만 아니라 액화석유가스(LPG)·수소·전기 충전이 가능한 '토탈 에너지 스테이션' 구축 등 사업확대를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서울 강동구 소재 주유소·충전소 인근에 100kW급 전기차 급속 충전기와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고, 기아자동차·그린카 등과 협력해 전기차 생태계를 넓히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8359억원에서 3301억원으로 60.5% 급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석유사업의 경우 4084억원에서 659억원까지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중 경제전쟁 및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국제유가가 낮아진 것이 실적 저하를 야기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화학사업(3455억원→1936억원), 윤활유사업(1320억원→936억원), 석유개발사업(718억원→485억원) 등 전반적으로 실적이 떨어졌다. 다만 배터리사업이 3분기 연속으로 적자폭을 줄여나가고 있으며, 소재사업도 전분기에 이어 25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기대를 걸고 있는 카드로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따른 저유황유 수요 증가 △글로벌 정유업체 정기보수 지속 △증평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 공장 12·13호기 양산 시작 등이 꼽힌다.
SK종합화학이 패키징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프랑스 폴리머업계 1위 아르케마(Arkema)의 고기능성 폴리머 사업을 인수하는 것도 향후 실적에 일조할 전망이다. 이번 인수에는 3억3500만유로(약 4392억원) 상당이 투입됐으며, 내년 2분기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SK이노베이션 오클라호마 광구, 에쓰오일 울산 공장, GS칼텍스 'Total Energy Station' 조감도, 현대오일뱅크 베트남 물류기지/사진=각 사
에쓰오일의 경우 지난해 대비 26.9% 감소한 2307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했으나, 정기 보수 완료 및 IMO 환경규제를 대비한 선제적 재고비축 등으로 전분기 대비 흑자전환한 기세를 몰아간다는 계획이다.
정유부문은 지난해 3분기 1704억원에서 997억원으로 저하됐으나, 동절기 난방유 수요 증가 등에 힘입은 정제마진 상승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부문 중 아로마틱계열은 역내 설비 정기 보수 집중 또는 증설 지연으로 폴리프로필렌(PP)과 산화프로필렌(PO) 스프레드가 개선될 전망이다.
에쓰오일은 윤활기유부문이 아시아 지역 내 제품 가격 약세에도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고품질 제품 스프레드가 견조하게 유지된 덕분에 영업이익이 432억원에서 516억원으로 증가했다. 향후 원료인 고유황유 가격이 IMO 환경규제의 영향으로 하락한 영향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오일뱅크의 3분기 영업이익도 지난해 2400억원에서 올해 1558억원으로 감소했다. 사우디 국영석유업체 아람코의 석유시설이 피격당했음에도 미국 셰일오일 등이 원유공급량을 끌어올리면서 공급과잉이 해소되지 못하면서 기저효과를 누리지 못한 셈이다.
그러나 혼합자일렌(MX) 등을 제조하는 현대케미칼은 전년 동기 대비 92% 늘어난 48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면서 감소폭을 줄였으며, 파라자일렌(PX) 사업을 맡고 있는 현대코스모와 탄소소재를 만드는 현대오씨아이도 각각 33억원, 9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반면 윤활기유사업을 영위하는 현대쉘베이스오일은 4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내년부터 아람코와 20년간 일일 15만배럴의 원유를 공급받고 아람코에 40조원 상당의 휘발유·경유·항공유를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SK네트웍스의 주유소 320를 인수해 업계 2위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대상국이 지난해 3분기 51개국에서 62개국으로 늘어나는 등 다변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중국 경기부진으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 공략에 나선 것도 호재"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