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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뉴스데스크, 탈북자 강제북송 항의가 '웃음거리'?"

2019-11-13 17:47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최근 문재인 정부가 탈북자를 북한으로 돌려보낸 가운데 MBC노동조합이 이를 상세히 보도하지 않은 MBC 뉴스데스크를 향해 “정부 옹위 방송이라는 오명을 입증”하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MBC노조는 13일 ‘공감터 69호’를 통해 “건국 이후 최초로 대한민국 정부가 탈북자를 북한으로 돌려보낸 이 사건을 대부분의 언론들이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지상파들도 마찬가지여서 11월 7일 KBS 뉴스9가 톱부터 리포트 3개로, SBS 8뉴스가 톱부터 리포트 2개로 사건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다”면서 “뉴스데스크는 22번째 리포트 한 개로 보도하는데 그쳤다. 기사 안에 정부 비판이나 문제점 지적은 거의 없었다”고 꼬집었다.
 
MBC노조는 또 “강제 북송에 대한 야당의 반발은 ‘해프닝’으로 폄하했다”며 “MBC 보도국 통일외교팀 데스크가 기사를 고치면서 집어넣은 표현”이라고 말했다.

기사 원본은 “귀순 의사가 있는 탈북민을 몰래 강제로 보내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지만, 데스크 출고본은 “귀순 의사가 있는 탈북민을 몰래 강제 북송한 것 아니냐며 반발하는 해프닝도 벌어졌습니다”로 수정됐다는 설명이다.
 
MBC노조는 “사전에 따르면 ‘해프닝’이란 우연히 일어난 일이라는 뜻이며 ‘웃음거리’로 순화할 수 있다”며 “현 MBC 보도국에서는 귀순하겠다는 탈북자를 강제로 북한에 보내 고문 받고 죽도록 만든 데 항의하면 ‘웃음거리’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언론사가 모두 MBC 같았으면 국민들이 모르고 넘어갈 사실들”이라며 “이번 강제 북송을 MBC처럼 아무 일 아닌 듯 넘어간다면, 앞으로 북한이 보내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을 줄줄이 포승줄에 묶어 넘기지 않으리라 누가 보장하겠냐”고 덧붙였다. 다음은 공감터 전문이다.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MBC노조 공감터 69호] 탈북자 강제북송 항의가 ‘웃음거리’라니

북한 어민 2명이 귀순을 요청했다 문재인 정부에 의해 포승줄로 묶여 북한으로 넘겨졌다. 국민들 몰래 처리하려 했는데, 육군 중령이 청와대 국가안보실 관계자에게 보낸 휴대폰 문자가 사진 기자 카메라에 우연히 찍히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국방부 장관도 모르는 일을 청와대에 먼저 보고한 정치군인과 국군 지휘체계 문란에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

1. MBC는 축소보도에 ‘웃음거리’ 폄하 

건국 이후 최초로 대한민국 정부가 탈북자를 북한으로 돌려보낸 이 사건을 대부분의 언론들이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 지상파들도 마찬가지여서 11월 7일 KBS 뉴스9가 톱부터 리포트 3개로, SBS 8뉴스가 톱부터 리포트 2개로 사건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다. 
 
정권 옹위 방송이라는 오명을 입증이나 하듯 이날도 MBC만 달랐다. 뉴스데스크는 22번째 리포트 한 개로 보도하는데 그쳤다. 기사 안에 정부 비판이나 문제점 지적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강제 북송에 대한 야당의 반발은 ‘해프닝’으로 폄하했다. MBC 보도국 통일외교팀 데스크가 기사를 고치면서 집어넣은 표현이다. 

- 기사 원본 : “귀순 의사가 있는 탈북민을 몰래 강제로 보내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 데스크 출고본 : “귀순 의사가 있는 탈북민을 몰래 강제 북송한 것 아니냐며 반발하는 해프닝도 벌어졌습니다.”
 
사전에 따르면 ‘해프닝’이란 우연히 일어난 일이라는 뜻이며 ‘웃음거리’로 순화할 수 있다. 현 MBC 보도국에서는 귀순하겠다는 탈북자를 강제로 북한에 보내 고문 받고 죽도록 만든 데 항의하면 ‘웃음거리’라는 것이다. 통일외교팀 데스크인 김연국 부장과 이호찬 차장 누구의 의식 수준인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2. 모두가 MBC 같았으면 묻혔을 진실들

통일부는 북송한 북한 어민 2명이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흉악 범죄자로 북한이탈주민법의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탈주민법 제6조는 통일부 북한이탈주민대책협의회에서 보호 여부를 결정하고, 제8조는 결정 결과를 보호신청자에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는 이를 모두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1월 8일 국회 보고에서 “죽더라도 (북으로) 돌아가겠다는 진술도 분명히 했다”면서 “귀순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해명은 거짓이었다. 탈북자들이 대한민국에 남고 싶다는 자필 서류를 썼으며, 죽더라도 돌아가겠다는 말은 탈북 전 북한 김책항으로 가면서 자기들끼리 했던 말로 드러났다.
 
북한 어민 2명은 안대로 눈을 가리고 포승줄에 묶인 채 경찰특공대에게 끌려갔으며, 판문점에서 안대를 풀고 북한 군인을 발견하자 그 자리에 주저앉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인권이사회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아직도 처형과 고문이 빈번하게 자행되고 있는 나라다. 이런 나라로 사람을 추방하는 것은 명백히 유엔 고문방지협약 위반이다. 16개 인권단체들이 문재인 정부 규탄 성명을 발표하는 등 탈북자 강제 북송에 대한 국내외 비난이 거세다.  

이 모든 내용이 MBC 뉴스에는 없다. 대한민국 언론사가 모두 MBC 같았으면 국민들이 모르고 넘어갈 사실들이다. 참으로 다행이다. 이번 강제 북송을 MBC처럼 아무 일 아닌 듯 넘어간다면, 앞으로 북한이 보내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을 줄줄이 포승줄에 묶어 넘기지 않으리라 누가 보장하겠는가.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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