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권가림 기자] 한국이 수주한 선박의 척당 수주 금액이 일본보다 3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조선업계는 고부가가치 선박 경쟁력에서 밀리며 한국 조선에 대한 경계심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여전히 일본에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신청서 제출을 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양사의 빅딜에 어깃장을 놓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한국 수주 잔고는 161척, 159억7000만달러로 척당 9919만달러(1161억원)다.
중국은 265척, 136억7000만달러로 척당 가격은 5158만달러(603억원)다. 일본의 경우 111척, 44억9000만달러로 척당 4045만달러(473억원)다. 한국이 수주한 선박 수는 중국보다 적지만 척당 수주 금액은 2배 가량 높다. 일본과 비교하면 약 3배에 이른다.
이는 한국 조선이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액화천연가스)선 수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3분기까지 건조 계약이 체결된 LNG선 35척 중 국내 조선 3사가 32척을 수주했다. 한국이 집중하고 있는 LNG선 가격은 1억8550만달러에서 1억8600만달러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한국 조선사들이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더욱 키우려 하자 일본 조선업계는 자국 조선소와 협력하는 데 팔을 걷어 붙이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 조선사인 미쓰이 E&S는 미쓰비시 중공업과 일본 해상자위대 전투함 건조를 공동 수주할 계획이다. 또한 자회사인 미쓰이 E&S 엔지니어링을 JFE엔지니어링에 매각한 데 이어 태양광 발전사업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 방안 마련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최근 추세인 친환경선박 사양과는 떨어지는 수준의 선박들을 건조하고 있다"며 "수주 경쟁력에서 밀리며 적자를 보는 조선소들이 나오고 있는 데다 경쟁국인 한국, 중국이 합병을 통해 대형화 추세에 나서자 돌파구를 마련하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일본 조선업계가 고부가가치 선박을 수주하지 못하며 한국 조선소에 대한 견제가 높아진 만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함심사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7월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6개국에서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달 29일 해외경쟁당국 중 카자흐스탄에서 첫 합병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지난 12일 EU(유럽연합) 공정위원회에 본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9월 사전 협의를 시작했지만 본심사 신청은 심사숙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수주잔량 기준으로 세계 1·2위 조선소다. 두 회사가 합칠 경우 선박 수주잔량 점유율은 20.9%에 불과해 독과점 문제가 없다. 하지만 초대형 유조선(ULCC)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점유율은 57.3%, LNG운반선 시장점유율은 61.5%까지 올라가 일본이 문제 삼을 소지가 있다.
최근 취임한 사이토 다모쓰 일본조선공업회 회장이 “압도적인 조선 그룹이 탄생하는 것은 매우 위협적”이라며 “각국 공정위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그냥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고 합병 반대의사를 표시한 점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심사과정에서 서류 추가 제출 요구하거나 불합리한 조건 추가 등을 통해 시간 끌기 정도의 어깃장은 놓을 수 있겠지만 최악의 결론은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일본 당국의 본심사 개시 일정은 가늠할 수 없는 단계"라며 "사전 협의는 일본의 기준에 맞춰 자료 등을 제출하고 있고 문제없이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