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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의 골프탐험(24)-평생 사랑하고픈 바람기 많은 미인

2014-09-18 12:46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방민준의 골프탐험(24)-끼 많은 여자 잡아두기

국내 최고의 골프칼럼니스트인 방민준 전 한국일보 논설실장의 맛깔스럽고 동양적 선(禪)철학이 담긴 칼럼을 독자들에게 배달합니다. 칼럼에 개재된 수묵화나 수채화는 필자가 직접 그린 것들로 칼럼의 운치를 더해줍니다. 주1회 선보이는 <방민준의 골프탐험>을 통해 골프의 진수와 바람직한 마음가짐, 선의 경지를 터득하기 바랍니다. [편집자주]

   
▲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골프에서의 감(感)은 마치 바람 끼 많은 여자와 같다. 잠시만 한 눈 팔면 여자가 집을 나가듯 연습을 게을리 하면 골프의 감은 슬그머니 도망가 버린다. 바람 끼 있는 여자를 붙들어 두려면 계속 신경을 쓰고 관심을 기울이고 잘 보살펴줘야 하듯 골프의 감도 끊임없는 연습과 관심이 뒤따르지 않으면 자기도 모르게 달아나 버리고 만다. 아무리 핸디캡이 낮은 골퍼라 할지라도 장기간 클럽을 잡지 않고 필드에 나가 평소의 실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골프장에서 “골프채를 너무 오랫동안 잡지 않았는데 잘 될까?” “지난주에 한 번도 연습장에 나가보지 않았는데…”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적어도 이 사람의 말이 엄살이 아니라면 말이다. 간혹 전혀 연습을 안 하고 필드에 나가면 욕심이 없어져 잘 맞는다는 사람이 있는데 그야말로 간혹 있는 드문 예이고 잘 맞는 것도 잠시다.

최소한 자신의 골프실력을 현상유지라도 하려면 감을 놓치지는 말아야 한다. 골프의 감이란 실타래와 같다.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엉켜있는 실타래를 풀 수 없듯이 감을 놓치면 우리 근육이나 머릿속에 입력된 골프와 관련된 모든 기억들이 뒤엉켜 제멋대로가 된다.

마치 고장 난 컴퓨터의 프로그램이 깨지듯이 골프의 기억들이 산산이 부서지고 뒤엉킨다. 실마리만 놓치지 않으면 실타래가 뒤엉킬 염려는 없다. 골프에서도 감만 놓치지 않으면 헤매지 않을 수 있다. 감이란, 골프라는 길고도 깊은 오솔길을 헤매지 않고 헤쳐갈 수 있는 길라잡이이다.

어떻게 하면 골프의 감을 놓치지 않고 잡아둘 수 있을까. 한눈을 팔지 않는 길밖에 없다. 적어도 일주일에 두세 번 연습장에 가든지, 그럴 형편이 못되면 집에서라도 채를 짧게 잡고 스윙연습이나 퍼팅연습을 하든지, 그것조차 어렵다면 양손으로 그립 잡는 시늉을 하면서 머릿속으로 스윙을 하든지 해야 한다.
 

   
▲ 주말골퍼들도 망신 당하지 않으려면 적어도 일주일에 두세 번 연습장에 가든지, 그럴 형편이 못되면 집에서라도 채를 짧게 잡고 스윙연습이나 퍼팅연습을 하든지, 그것조차 어렵다면 양손으로 그립 잡는 시늉을 하면서 머릿속으로 스윙을 하든지 해야 감을 잃지 않는다. /방민준 삽화
가벼운 날개를 단 새처럼 잠시만 한 눈 팔면 훌훌 떠나버리기 십상인 골프 감을 놓치지 않는 길은 깊은 관심과 애정, 그리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감만 놓치지 않고 있으면 고기가 잔뜩 걸린 그물을 끌어올리듯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골프실력을 만족스럽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을 바다에 면한 작은 도시에서 보냈다. 겨울이 되면 시내를 관통하는 철로 위에서, 또는 해발 200m도 채 되지 않는 야산에서 연을 띄우곤 했다. 연을 날리면 대개는 바람이 산에서 바다 쪽으로 불어 연은 쉽게 하늘로 솟아 저 멀리 바다 위로 날아올랐다.

지금처럼 입으로 물어뜯어도 잘 끊어지지 않는 실이 없었던 때라 연이 멀리, 그리고 높이 날아갈수록 실이 끊어지지 않을까 가슴을 조려야 했다. 행여 느닷없이 돌풍이라도 불면 어김없이 실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실이 끊어지면 재빨리 달아나는 실을 좇아가 잡아채야 한다.

어디에 걸리겠지 하고 게으름을 피웠다간 아까운 연과 비싼 실이 바다로 날아가 버리기 일쑤다. 이런 낭패를 몇 번 경험해 보면 실이 끊어지자마자 얼레를 집어던지고 실 자락을 잡기 위해 혼신의 힘으로 좇아 연과 실을 되찾곤 했다.
 

골프에서의 감도 ‘달아나 봐야 어디 사라질리야 있겠어?’하고 느긋하게 생각하고 연습을 게을리 했다간 결국 연과 실을 모두 잃어버리듯 골프의 감각과 재미를 잃어버리고 만다.
 

세계정상의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들은 손끝의 감을 잡아두기 위해 무슨 일이 있어도 8시간 이상은 연습을 쉬지 않는다고 한다. 골프선수들도 퍼팅의 감을 유지하기 위해 12시간이상 퍼터를 놓는 일은 없다고 한다.
 

선수가 아닌 주말골퍼들이야 이 정도로 지독하게 매달릴 필요가 없겠지만 모처럼 나가는 필드에서 망신당하지 않고 흡족한 라운드를 돌려면 적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골프채를 잡아 골프의 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골프는 평생 사랑하고 싶은 바람기 있는 미인이다.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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