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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놈들의 전성시대, 커야 잘 팔리는 자동차

2019-11-19 11:33 | 김태우 차장 | ghost0149@mediapen.com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산업계 전반에 미니멀리즘이 퍼져가고 있지만 완성차업계는 반대로 점차적으로 덩치가 커진 차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다양한 전자장비가 차 안에 속속 스며드는 동시에 넉넉한 공간이 주는 편안함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까닭이다. 여기에 국제유가 하락도 덩치 큰 자동차에 대한 거부감을 성큼 밀어냈다. 

무엇보다 다양한 안전기준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안전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자동차 산업 곳곳으로 확산한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 역할을 하고 있는 준대형세단 더 뉴 그랜저. /사진=현대차



19일 3년만에 풀체인지급으로 변신한 그랜저IG의 페이스리프트모델 더 뉴 그랜저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더 뉴 그랜저는 사전계약 단계에서부터 1만7000대를 돌파하며 새로운 기록갱신을 전세대부터 이어가는 놀라운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그랜저IG의 경우에는 월 1만대 이상 판매되며 현대차의 베스트셀링 모델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당초 현대차의 베스트셀링 모델의 단골은 준중형세단 아반떼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형세단 쏘나타와 준대형세단 그랜저에게 자리를 내줬다. 엔트리 세단인 엑센트는 수요하락으로 단종 되기까지 했다. 큰 차량의 인기가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형 SUV시장에 대한 산업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전성기를 개척한 모델은 출시 지난해 말 출시 이후부터 아직까지도 없어서 못 파는 현대차 팰리세이드다. 

공백기간이 오래돼긴 했지만 전작이었던 테라칸과 베라크루즈가 기대에 못 미친 성적을 거두며 단종한 이후 국내 SUV 시장은 사실상 현대차 싼타페와 기아차 쏘렌토 등이 주도했다.

현대차는 팰리세이드 개발 막바지에 대형화 추세를 참고했다.

잠자고 있던 대형 SUV 수요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팰리세이드는 출시 초기부터 공급물량 부족에 시달렸다. 사전계약 때 6개월치 생산물량이 몰리면서 큰 인기를 증명했다.

팰리세이드의 성공 뒤에는 넉넉한 덩치와 세련된 디자인, 다양한 편의 장비, 이를 모두 포함해도 중형 SUV 싼타페와 큰 차이 없는 합리적 가격이 주효했다. 뒤이어 등장한 기아차 모하비 역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08년 출시 이후 끝없는 단종 루머 속에서도 부분변경모델만으로 명맥을 이어왔던 모하비는 데뷔 11년 만인 9월 '환골탈태'했다.

한 시대 앞서가는 디자인을 바탕으로 첨단 주행안전장치를 모조리 담아내며 상품성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기아차 화성공장에서 매달 2000대 수준의 모하비를 생산할 수 있지만 사전계약 물량만 7000대를 넘어설 만큼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기아자동차 플래그십 SUV 모하비 더 마스터 /사진=미디어펜



대형 SUV 인기에 한국지엠 역시 동급 SUV '트래버스'를 서둘러 직수입해 흥행에 성공했으며 쌍용차 역시 G4 렉스턴을 앞세워 절치부심 중이다.

덩치만 따져보면 국내 대형 SUV 가운데 1~2위를 다투는 G4 렉스턴은 조만간 크기를 더 늘린 초대형 SUV를 준비 중이다. 쌍용차는 내년께, 현행 G4 렉스턴의 축간거리(앞뒤 바퀴 사이의 거리)를 화끈하게 늘리고 2~3열 공간을 확대한 최고급 SUV를 준비 중이다.

이 밖에도 소형SUV의 경우 동급에서 최대크기를 자랑하는 셀토스가 시장을 확실히 이끌게 된 모습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는 현상이다. 

같은 소형SUV이지만 이중 가장 큰 차량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셀토스는 현재 소형SUV시장의 1위자리에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인기 차급도 상승했지만 상대적인 차 크기도 늘어났다.

한때 기아차의 플래그십 세단이었던 대형 세단 엔터프라이즈(2002년 단종)보다 2005년 등장한 현대차 NF쏘나타의 길이와 너비, 높이가 훨씬 크다는 점도 이런 추세를 알 수 있는 예다.

또 그랜저는 처음 등장이후 꾸준히 사이즈를 늘려 현재 출시된 더 뉴 그랜저의 전장이 4990mm로 전모델에 비해 60mm 늘어났고 40mm 증대된 휠베이스(축간거리)로 동급 최고 수준의 공간성을 확보했다.

이처럼 자동차가 점진적으로 커지는 배경에는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

우선 엔진 사이즈를 줄이고 차 크기를 키워도 출력과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다양한 차량들은 엔진의 다운사이징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출력은 높이고 배기량은 낮춰 효율성을 올리는 작업이 대세다. 

여기에 셰일오일 혁명과 친환경 전기차 급증까지 겹쳐 국제유가 안정세가 지속되고 있다. 기름값 부담을 덜고 대형차를 탈 수 있는 셈이다.

자동차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마저 소득 수준의 향상과 차종 다양화 시대를 맞으면서 덩치 큰 차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율주행차 기술이 안정화되고 카셰어링 문화가 확산하면 기아차 카니발과 유사한 콘셉트의 미니밴이 인기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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