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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문재인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각본보다 깊이 있는 '소통'이 문제

2019-11-20 18:14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김소정 기자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공약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소통 부재를 만회하려는 듯 국민과의 대화를 예고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무작위로 선정한 국민 300명이 대표성을 가질 수 있냐는 사전 논란도 무색하게 보여주기 쇼로 그치고 말았다.

19일 MBC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한 국민들은 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보다 다문화가정, 성소수자, 탈북민 지원까지 각종 민원을 쏟아내 마치 청와대 청원게시판의 동영상 버전 같았다.

그나마 현안을 묻는 질문은 겉돌았고, 문 대통령의 답변 역시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사실 문 대통령의 알맹이 없는 국정홍보 발언에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었다.  

임기 과반을 넘긴 문 대통령에게 국정 현안을 묻고 싶었던 국민들의 목마름을 아는지 모르는지 청와대는 다음날 ‘작은 대한민국’을 보여준 것이라며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문 대통령의 이번 국민과의 대화에 당초 이 행사의 취지라고 밝혔던 '소통'은 없었다. 소통이란 서로 통해서 오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나라 현실이 엄중한 상황에서 온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번 행사에선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해명과 설득이 있어야 했다.
 
가장 문제로 지적받는 경제‧안보 분야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일방적이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절반동안 우리는 올바른 방향을 설정했고, 지금 드디어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문제는 우리정부가 가장 자신 있다” “남북관계는 굉장히 보람을 느끼고 있는 분야”라고 답했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질문에는 “유연근무제를 확장해주는 방법 등 보완 합의가 이뤄졌는데 국회에서 입법이 되지 않는다”며 잘못된 정책에 대한 반성없이 국회 탓만 했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연관돼 엄중한 현실 문제로 떠오른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선 “지소미아가 종료되더라도 한미일 안보 협력은 계속할 것”이라며 근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관련해서도 “검찰이 잘못했을 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공수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해 야당의 목소리는 안중에도 없는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조국 사태에 대해서만 “인사 문제는 참 곤혹스럽다”고 짧게 한숨지은 뒤 “국민을 분열시키게 만든 점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란 사과발언을 들을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패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청와대


행사가 끝난 뒤에는 주요 질문자가 지난 청와대 행사 때 섭외 대상자였거나 문 대통령과 만난 적이 있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도 됐다. 행사 전부터 무작위 선발을 우려했던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발언을 순진한 발상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사실 그냥 100분의 TV쇼였던 이번 국민과의 대화는 청와대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해온 문 대통령의 세차례 기자간담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취임 첫해인 2017년 취임 100일 기자회견부터 올해 1월10일 문 대통령이 직접 사회 본 ‘100분 기자회견’까지 사전 각본이 있든 없든 깊이 없는 문답이 되풀이되어왔다.
 
청와대 출입기자로서 늘 아쉬웠던 점이 앞의 질문과 답변을 더 심층적으로 물어볼 수 있는 후속질문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번 국민과의 대화처럼 기자회견 때마다 출입기자들도 저마다 손을 들고 지목을 받으려고 애썼지만 대통령의 답변이 끝나면 그것 뿐, 그 다음에 어떤 기자가 지목받을지도 모르는데다 전혀 다른 질문을 이어가게 되니 수박 겉핥기식이란 느낌이 강했다. 

바로 그 기자회견을 기획했던 탁현민 씨도 “생방송은 대통령의 순발력을 보여줄 순 있을지 몰라도 그것이 대통령 말의 무게와 깊이 보다 중요한 것인지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고 하니 이제 문 대통령의 국민과의 소통법이 달라질 때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소통 없는 대통령도 문제이지만 아무리 소통해도 불통으로 느껴지는 대통령에 국민은 더 답답한 법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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