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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노사 '반쪽 합의'…인력충원 이견 파업 불씨 여전

2019-11-25 13:21 | 손희연 기자 | son@mediapen.com

철도노조 파업 나흘째인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전국철도노동조합.


[미디어펜=손희연 기자]25일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는 파업을 철회하기로 한국철도공사(코레일)과 잠정 합의했다. 철도노사의 합의안을 놓고 '반쪽짜리' 합의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사가 합의 끝에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인력 충원 문제가 남았기 때문이다. 

노사는 국토교통부와 인력 충원 문제를 합의하자며 국토부를 협상 테이블에 앉혔다. 국토부는 그동안 철도 노사 합의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현재 코레일이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대규모 인력 충원 문제를 놓고 노조가 요구하는 인력 충원 규모를 국토부가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향후 국토부와 코레일, 노조가 인력 충원 문제에서 합의안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철도 노사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나온다. 

25일 코레일 등에 따르면 철도 노사는 이날 오전 6시 임금 및 현안사항에 잠정 합의했다. 노조는 파업을 철회했으며 열차 운행은 26일부터 단계적으로 정상화된다.

이 가운데 '반쪽짜리' 합의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노사의 이견이 큰 인력충원 문제를 추후 국토부와 논의키로 해 추가 파업 가능성이 열려있다. 

코레일은 근무체제 전환을 위해 필요한 신규 충원인력을 1865명으로 추산하고 있는 반면 노조는 이보다 2.5배 많은 4654명을 증원해줄 것을 요구한다. 4조 2교대의 시행은 오영식 코레일 전 사장이 지난해 6월 철도 노조에 합의해 준 사항이다. 노사는 올 들어 4조 2교대 전환에 따른 인력 증원 등을 위해 협상을 여러차례 했지만, 증원 규모에서 이견을 보이며 태업·경고파업을 거쳐 최종 파업에까지 이르렀다.

현재까지 노·사·정이 같이 협상 테이블에 앉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일단 노조는 사측과의 합의 끝에 국토부를 협상 테이블에 앉혔다. 철도노조는 그동안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직접 대화에 나서라며 노·정 협상을 요구해 온 바 있다. 

국토부는 그동안 철도 파업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지 않았다. 김경욱 국토부2차관은 “철도노사는 교섭을 통한 합리적 방안 도출로 열차운행이 신속하게 정상화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말하며 한발 물러나 있는 입장을 유지했다. 국토부가 소극적인 자세를 일관하자 일각에선 "사실상 국토부가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도 일었다. 

향후 노·사·정의 합의 쟁점 사안은 인력 충원 규모다. 다만 현재 예산과 인력 충원 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 국토부가 노조가 원하는 인력 충원 규모를 수용할지가 미지수다. 이에 철도 노사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토부의 예산 편성에 따라 코레일의 총인건비와 전체 사업비 규모 등이 정해진다. 이에 국토부의 결정 없이는 인력 충원 문제를 해결하기는 힘들다.

지난 21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인력 충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김현미 장관은 서울 구로 철도교통관제센터를 방문해 “추가 수익 창출이나 비용절감 없이 일시에 노조측 주장대로 4000여 명의 인력을 증원하는 것은 영업적자 누적 등 재무여건을 악화시키고, 운임인상 등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코레일이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경영부실을 초래할수도 있는 대규모 인력 충원이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다. 

이어 국토부는 노사의 절충안을 통해 검토한다는 기본입장을 바꾸지 않을 수 있다. 앞서 김경욱 국토부 2차관은 "철도 노사가 합의안을 가져오면 그 근거와 향후 경영전망 등을 두루 살펴서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앞서 철도노조는 △임금 4% 인상 △4조 2교대 내년 시행과 인력 4600여명 충원 △자회사 처우 개선 △KTX-SRT 연내 통합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합의안을 보면 △임금 전년 대비 1.8% 인상 △4조 2교대 위한 인력충원은 철도 노사와 국토교통부가 협의 △KTX-SRT 통합 운영 노사 공동 건의 △자회사 임금수준 개선 노사 공동 건의 등에 그쳤다.  

철도 노조가 사측에 요구한 것과 합의안을 보면 철도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얻어낸 것이 별로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초 노조는 임금 4%인상을 요구했지만 정부 가이드라인(1.8%)을 넘지 못했고 자회사 처우 개선이나 KTX-SRT 연내 통합도 철도 노사가 정부에 건의한다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노조가 인력 충원 문제 만큼은 노사정의 협상 자리에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관가 한 관계자는 "현재 철도 노사가 잠정 합의를 했지만, 향후 인력 충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철도 노사 간의 갈등은 지속, 노조가 다시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 며 "우선 노조가 국토부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데는 성공한 셈인데, 향후 노사정의 합의에 있어서 열쇠는 예산과 인력 충원 등 결정권이 있는 국토부가 쥐고 있는 셈이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날부터 27일까지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라는 대규모 국제행사가 노조에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가적 대사인 한-아세안정상회의를 비롯해 수험생들의 수송 불편, 화물운송 차질에 따른 경제 악영향, 파업 장기화에 따른 부담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가 한발 뒤로 물러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디어펜=손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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