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잇따라 나오고 있음에도 집값은 급등하면서 전국적으로 원정투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강남구 일대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유진의 기자]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잇따라 나오고 있음에도 집값은 급등하면서 전국적으로 원정투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정부가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핀셋 지정'한 민간택지 상한제 대상지역에서는 지방 큰손들의 '상경 투자'가 성행하고 있고, 특히 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된 부산과 지역 거점산업이 회복세로 돌아선 울산 등지에서는 서울 큰손 등 외지인의 '원정 투자'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모양이다.
30일 한국감정원의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거래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10월 기준 전국에서 5만8311건의 아파트가 매매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13 대책 직후인 10월 6만4559건과 비교하면 10% 가까이 줄어든 수치지만, 올해 1월 3만1305건과 비교하면 86%(2만7006건) 급증했다.
올해도 작년처럼 강력한 부동산 규제 대책이 쏟아졌지만 서울·지방 구분할 것 없이 부동산 큰손들의 아파트 매입은 활발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옥죄는 규제로 인해 공급 부족 불안 심리는 확대되고 있다. 이에 대부분의 수요자들이 더 늦기 전에 집을 매도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큰손들의 지방 아파트 '원정투자'는 올해 10월 3385건으로, 작년 10월 5412건과 비교해서는 37% 감소했지만, 올해 1월 1883건과 비교하면 80% 증가했다. 지방 큰손의 서울 아파트 '상경 투자'는 올해 10월 1803건으로, 역시 작년 10월 2500건보다는 28% 줄었지만, 지난 1월 394건과 비교하면 무려 358% 급증한 것이다.
특히 서울 거주자의 광주지역 주택 거래량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10월 서울 거주자의 광주 주택 거래량은 총 688건, 지난 2006년 한국감정원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를 나타냈다. 지난 8월과 9월 서울 거주자의 광주 주택 거래량은 각각 62건과 68건에 불과했다.
또한 지방 큰손들의 움직임도 있었다. 지방 현금 부자들은 서울로 재건축 단지가 밀집해 상한제 대상지로 지정된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 아파트를 많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의 올해 10월 거래량은 143건으로 연초 대비 7배나 늘었고 강남구는 10월 거래량이 118건으로, 연초 대비 6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방에서는 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된 부산이나 지역 거점산업이 회복 단계인 울산 등지에서 외지인들의 원정 투자가 늘고 있다. 지난 6일 규제에서 전격 해제된 부산은 올해 10월 외지인의 아파트 원정투자가 451건을 기록했다. 작년 9·13 대책 발표를 전후로 최고치였던 작년 10월 281건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울산도 지역 거점산업과 주택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10월 외지인의 아파트 매입이 299건을 기록해 올해 1월 82건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작년 10월 거래된 61건과 비교하면 5배 급증한 수치다.
부동산 업계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중의 투자처를 잃은 풍부한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된 것으로 분석했다.
상한제 시행에도 아파트 가격이 좀처럼 꺾이지 않고 되려 치솟고 있는 가운데 공급 부족 불안심리는 더 커지고 있어 당분간 전국적으로 아파트 매입은 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나라가 불경기고 모두가 힘들다고 하지만 항상 큰 손들의 움직임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고, 돈이 돈을 먹는 세상에 이르렀다"며 "서민들은 점점 어려워지고 내 집 마련하기 힘든 상황인데 이같이 투자자들이 전국을 들쑤시고 다니는 것은 좋게 바라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부동산과 전쟁을 선포하며 규제의 칼을 꺼내들었지만 결국 '녹쓴 칼' 뿐이었고,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부의 양극화는 극심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