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식 불경 '예천 용문사 윤장대' 국보 됐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회전식 불경인 예천 용문사 윤장대(輪藏臺)와 윤장대가 있는 건물인 대장전(大藏殿)이 국보로 승격됐다.

문화재청은 보물 제145호 '예천 용문사 대장전'과 보물 제684호 '예천 용문사 윤장대'를 하나로 통합해 '예천 용문사 대장전과 윤장대'라는 명칭으로 국보 제328호로 지정했다고 2일 밝혔다.

용문사 대장전과 윤장대는 고려 명종 3년(1173) 김보당의 난 수습을 위해 조응대선사가 발원하고 조성한 것으로, 중세 건축물로는 드물게 1185년 자료인 중수용문사기(重修龍門寺記)가 존재해 발원자와 건립 시기·목적이 확인됐다.

이후 수차례 수리를 거쳤는데, 최근 동쪽 윤장대에서 1625년을 의미하는 '천계오년'(天啓五年)이라는 묵서명이 나타나, 17세기에 수리됐음이 확인됐다.

윤장대는 불경을 넣고 손잡이를 돌리며 극락정토를 기원하는 회전식 경장(經藏)으로, 전륜장·전륜경장·전륜대장이라고도 하는데, 한 번 돌리면 경전을 읽은 것으로 간주돼 불경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신앙 대상이었다.

충북 영동 영국사, 금강산 장안사 등지에도 윤장대 설치 흔적과 기록이 있으나, 국내 현존 유물로는 용문사에 유일하게 남아있다.

용문사 윤장대는 고려 초기에 중국 송나라 전륜장 형식을 수용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며, 대장전 양쪽에 한 좌씩 설치했으며, 형태는 팔각형이고, 한가운데 목제 기둥이 회전축 역할을 하며, 팔각 면 창호 안쪽에 경전을 넣을 공간이 있다.

동쪽과 서쪽 창살을 달리해 간결함과 화려함을 대비시켰다.

음양오행과 천원지방 사상을 적용해 회전축에 원기둥과 각기둥을 사용하고, 창문 아래 공간을 막는 마름청판과 통풍을 위한 구멍인 풍혈을 각각 조각했다.

대장전은 일반적으로는 불교 경전을 보관하기 위한 건물이지만, 용문사의 경우 윤장대를 보호하려고 지었고, 규모는 정면 3칸, 측면 2칸이다.

공포(지붕 하중을 받치기 위해 만든 구조물)가 여러 개인 다포계 맞배지붕으로, 건물을 지은 뒤 8차례 이상 중수했지만, 초창기 규모와 구조는 유지했고, 대들보에 있는 항아리형 단면 등 일부 요소는 여말선초(麗末鮮初)의 수법이 남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건축물 국보 승격은 지난 2011년 '완주 화암사 극락전' 이후 8년 만의 일이다.

예천 용문사는 신라 경문왕(재위 861∼875) 대 두운선사가 당나라에서 돌아온 뒤 정진한 곳으로, 후삼국시대 이후 사찰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문화재청은 "용문사 대장전은 국내 유일의 경장 건축이라는 점에서 독특한 가치가 있고, 한 쌍으로 된 윤장대는 동아시아에서도 사례가 없다"며 "희소성과 상징성 면에서, 국보로 지정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