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서울신라호텔에 있는 108계단이 역사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호텔신라가 추진하고 있는 한옥호텔 신축과 신라면세점 서울점 증축 이전이 맞물리면서 108계단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서울신라호텔의 108계단은 일제 잔재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호텔신라 역시 서울시에 108계단 철거를 요청했으나, 부정적인 유산도 역사라며 보존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지난 10월 건축심의를 통과하면서 108계단도 함께 철거되는 것으로 확정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지난 10월 서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의 제17차 건축위원회에서 한국 전통호텔(한옥호텔) 건립안이 건축심의를 통과한 이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먼저 신라면세점 서울점을 정문 쪽으로 옮기기 위해, 정문 쪽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그곳에 신라면세점을 옮기고, 현재의 신라면세점이 있는 곳에 한옥호텔을 지을 예정이다.
신라면세점이 증축될 공간에는 면세점뿐 아니라 지하주차장이 크게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면서 서울신라호텔로 올라가는 108계단도 사라지게 된다.
2016년 호텔신라의 한옥호텔 건립안이 서울시로부터 승인을 받을 당시, 호텔신라는 일제 강점기의 부정적인 유산인 만큼 108계단을 철거하고 이를 탐방로 바닥석으로 활용할 계획을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몇 번의 심의를 거치면서 철거로 바뀐 것이다.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108계단은 몇 번의 심의를 거쳐 없어지는 것으로 결론이 났으며 대신 계단의 재료를 활용하는 등 어떤 방식으로든 보존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신라 역시 "108계단은 철거될 예정이며, 108계단에 쓰인 돌 같은 재료들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결국, 호텔신라가 2016년 제출한 계획대로 건축심의가 떨어진 것이다.
서울신라호텔의 108계단은 여러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는 곳이다. 서울신라호텔 터는 일제 강점기 때 이토 히로부미 초대 조선 통감을 기리는 사찰 박문사 자리였으며 108계단도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기 위해 불교의 의미까지 곁들여 108개로 설계했다.
일제 강점기의 유산이라는 이유로 여러 차례 철거 논란이 있었지만, 서울시는 부정적인 유산도 역사라며 보존을 고집해 왔다.
이로써 서울신라호텔에는 오랜 기간 혹처럼 따라다녔던 일제 잔재가 사라지는 것이다.
한편 호텔신라는 서울 중구청의 건축허가가 떨어지면 한옥호텔의 착공을 시작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서울신라호텔 정문 쪽은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조성되고 신라면세점과 함께 대규모 주차장도 들어설 예정이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