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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박근혜‧최서원 공모…이재용은 피해자"

2019-12-06 20:57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국정농단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최순실)씨가 공모해 시작된 범행입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에게 특혜를 주거나,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청탁을 한 사실 또한 없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변호인단은 6일 오후 2시5분 서울고법 형사1부 심리로 진행된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재판은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이 ‘적정한 형량’을 두고 서로의 입장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검은 이날 이 부회장 측의 ‘수동적 뇌물’ 주장을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윈윈(win-win) 관계’이기 때문에 강요죄 피해자가 아닌 적극적 뇌물 공여자라고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적정 형량은 징역 10년 8개월에서 징역 16년 5개월 사이”라며 “삼성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제왕적 대통령도 일방적으로 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파악해야 요구할 수 있는 상대방”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형량을 정할 때 강요에 의한 수동적 뇌물 제공인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개별현안에 대한 청탁‧특혜 주고받은 사실 없어” 

변호인단은 특검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식처분규모최소화, 금융지주 이 3개에 대한 이 부회장의 청탁은 모든 판결이 부정했다고 지적했다. 어떤 특혜를 바란 적극적 뇌물 공여가 아닌, 수혜자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것이라는 의미다.

변호인단은 “합병 문제의 경우 1차 단독면담이 이루어진 2014년 9월 15일은 합병이 공식 발표가 되기 한참 전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이야기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또 2차 단독 면담 때는 합병이 종결된 때여서 청탁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청탁의 증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합병 뒤에 나온 ‘순환출자고리해소’가 단일 현안이라고 하지만, 이 두 가지가 별개의 현안이라는 것은 특검이 공소사실부터 구분해서 주장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뿐만 아니라 청탁에 대한 특혜도 없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특혜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었다”며 “청와대,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모두 청와대의 (합병에 대한) 찬성지시가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대통령 질책에 수동적 지원…다른 기업도 마찬가지”

변호인단은 또 다른 기업의 사례를 예로 들며 삼성이 유일하게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받은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원 요구만 있어도 거부하기 어려운데 이 부회장은 매우 강한 질책을 받아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의미에서다.

변호인단은 “다른 기업들의 지원사례 중 KD코퍼레이션이나 플레이그라운드는 그 자체로 제품 구매, 광고 1발주 등 공익적 목적이 없는 특정 업체 지원에 불과했는데 기소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며 현대차의 사례를 언급했다. 

이어 “다수 기업이 대통령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수동적 지원에 나선 것이고, 삼성도 마찬가지”라며 “수동적 비자발적 지원을 양형에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또 전두환 정부 시절 국제그룹 해체 사건을 언급하며 대통령 요구를 거절하기 힘든 사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은 이 사건을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결합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사건은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 사이의 국정농단 중 하나일 뿐”이라며 “다수 기업과 마찬가지로 삼성은 수동적, 비자발적 지원을 했다는 점을 양형에 고려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 부회장 측이 "기업이 청와대, 대통령 앞에서 철저히 을이 될 수밖에 없고,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는 점을 증명하겠다"며 증인으로 신청한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다음 달 17일 오후에 열리는 재판에 불러 심문하기로 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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