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24일 ‘대박 통일’을 위한 과제로 제1차 통일 토론회를 개최했다. ‘통일의 과제는 탈사회주의이다’라는 전용덕 교수(대구대 무역학과)의 주제발표에 이어 김광동 원장(나라정책연구원), 김인영 교수(한림대 정치행정학과), 배정호 소장(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센터), 최승노 부원장(자유경제원 부원장)이 패널로 참여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날 행사는 통일로 향하는 길이 잘못되지 않도록 통일의 목적을 확고히 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다양하지만 특히 강조된 부분은 경제 부문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흡수통일이 아닌 북한의 탈사회주의를 기반으로 한 경쟁력확보와 안정을 목적으로 한 통일이 이뤄줘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
전용덕 대구대 교수의 주제발표 전문
I. 통일의 목표는 탈사회주의
이 연구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목적은 통일의 목표가 탈사회주의(desocialization)임을 전제로 탈사회주의화를 위한 원리, 원칙, 정책 등을 제안하는 것이다. 두 번째 목적은 앞에서 제시한 통일 방안을 토대로 독일 통일의 경험을 비판적으로 고찰함으로써 한반도 통일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이다.
지금 예상되고 있는 통일이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있었던 다른 통일과 다르고 어려운 점은 남한 경제의 지향점과 북한 경제의 지향점이 적어도 명목적이지만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이다. 만약 이 점이 잘 고려되지 않은 채 통일 방안이 작성된다면 그런 방안은 참담한 실패를 예상할 수 있다. 마치 독일 통일의 경우와 같이 말이다.
통일 방안에 대한 기존의 연구는 크게 세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예상되는 시나리오에 따라 통일 비용을 예상하고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여기에 속하는 연구로는 김병연(2014, 2012, 2009), 안예홍․문성민(2009), 이석(2012), 이석기(2012), 이지순(2012), 장형수․김광호(2012), 전홍택(2012), Kim and Roland(2012) 등이 있다. 다른 하나는 독일 통일의 경험을 검토하는 것이다. 여기에 속하는 연구로는 송태수(2010), Maier(2010), Seliger(2010) 등이 있다.
이 두 그룹의 연구는 남한 경제의 지향점과 북한 경제의 지향점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거나 통일의 경험으로부터 도출할 수 있는 시사점이 불분명하거나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세 번째 그룹은 통일의 목표가 탈사회주의가 되어야 한다는 전제 위에서 탈사회주의화의 원리와 원칙 등을 제시한 것이다. Hoppe(1991), Rothbard(1992), Herbener(1992) 등이 있다.
우리의 목표가 통일이라면, 통일의 목표는 무엇인가? 더 구체적으로, 경제 제도적 측면에서 통일의 목표는 무엇인가? 통일의 목표가 통일 그 자체이거나, 지리적으로 단순 병합하는 것이거나, 남한이 북한을 단순히 흡수하는 방식은 통일의 목표를 잘못 설정한 것이다. 통일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가 통일의 목표를 이렇게 잘못 설정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일준비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탈사회주의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주의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이다. 경제 제도로서 사회주의는 필연적으로 붕괴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구체적인 경우에 그 존속 기간이 다를 뿐이다. 왜냐하면 사회주의라 하더라도 구체적인 운영과 경제 환경은 경우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회주의가 붕괴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제도로서 사회주의가 지속 불가능한 것은 경제 계획에 필요한 ‘경제 계산’(economic calculation)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인센티브의 부재, 경쟁의 부재, 하이에크가 말하는 지식의 문제 등으로 사회주의가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제스는 사회주의가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즉 “사회주의, 즉 모든 경제행위에 대한 정부의 완전한 통제는 실행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사회주의 국가는 경제계산이라는 경제계획과 설계에 필수불가결한 지적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에 의한 중앙계획이라는 바로 그 아이디어가 자기 모순적이다. 생산을 관리하는 사회주의 중앙 위원회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직면하여 속수무책일 것이다. 그 위원회는 검토 중인 프로젝트들이 유익한가를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또는 그 프로젝트의 성과가 이용 가능한 수단을 낭비하지 않는가를 알지 못할 것이다. 사회주의는 완전한 혼란에 빠질 것이 틀림없다.”
경제 계산의 문제를 좀 더 보기로 한다. 인간의 행동은 미래를 향한 것이다. 미래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하여 인간은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경제 계산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가격 정보 없이는 경제 계산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주의로 인하여 생산요소들 또는 자본재들 또는 생산수단들을 국유화하면 그런 것들에 관한 가격은 없어지게 된다. 구체적으로, 자본재들의 국유화 또는 사회주의화는 그런 자본재들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없애기 때문에 가격 정보가 존재할 수 없다. 가격이라는 정보의 부재로 인한 경제 계산이 불가능하면 자본재의 배분과 이용에 있어서 완전한 경제적 불합리성과 혼란 때문에 사회주의는 실패하게 된다. 요약하면, 사회주의는 경제 계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붕괴한다.
탈사회주의화를 위해 긴요한 것은 자본재들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생겨나서 발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회주의로 왜곡된 제도나 부분을 바로잡아 자본재들을 위한 시장의 발달을 돕도록 하게 만드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탈사회주의화란 어떻게 자유시장경제 또는 자본주의로 전환하는가 하는 것과 함께 사회주의로 왜곡된 북한 경제를 위한 유익한 여러 가지 보조적 수단이나 도구를 제안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북한 경제의 탈사회주의화는 남한 경제에서 사회주의로 된 부문이나 제도도 비록 일부이지만 탈사회주의화되는 부수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검토할 것이다.
독일은 통일 이후에 동독 지역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 붓고 있다. 독일은 사유화로 1994년 9월 30일 현재 650억 마르크의 수익을 얻었지만 보조금으로 3500억 마르크를 지불하여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였다(김병연 p. 24). 통일 이후 매년 독일 GDP의 4-5%를 동독 지역의 지원에 사용하고 통일 후 2010년까지 약 1.4-1.5조 유로를 지출했다(Seliger 2010). 이런 엄청난 지원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발했던 2008년 현재 서독 지역의 실업률은 6.4%인 반면에 동독 지역의 실업률은 13.1%였다. 2006년 현재 동독 지역의 1인당 GDP는 서독 수준의 67.9%이고 동독 지역의 1인당 가처분 소득은 서독 지역의 78.3%이다.
“우리는 같은 민족인가?”라는 질문에 통일을 진행하던 시점인 1990년에 긍정적으로 답한 서독인과 동독인의 비중은 각각 54%와 45%였지만 1994년에는 그 비중이 각각 42%와 27%로 감소하여 서독인에 비하여 동독인의 통독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하락했음을 알 수 있다(박성조 2010). 이 모든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통일을 위하여 독일 정부가 엄청난 비용을 지불한 것과 비교하여 동독 지역의 경제성과는 매우 저조할 뿐 아니라 동독인의 통일에 대한 만족도도 크게 감소했다는 점이다.
독일 통일의 경우에 경제 제도적 관점에서 통일의 목표가 분명하지 않았다. 통일의 목표가 탈사회주의가 아니었음은 분명하다. 사회주의 때문에 동독 경제가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복지국가 체제가 상당 부분 도입된 서독의 경제 체제를 별다른 의심 없이 이식한 것은 그 점을 증명한다. 만약 독일이 통일의 목표를 탈사회주의로 정했다면 통일 비용이 훨씬 적게 들었을 뿐 아니라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경제적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우리가 독일 통일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통일의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할 뿐 아니라 그 목표가 당연히 탈사회주의가 되어야 한다.
탈사회주의화를 위하여 논의해야 할 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자유시장 원리라는 관점에서 탈사회주의를 실행하는 방법을 다루는 것이다. 자유시장 원리란 자산의 사유화와 계약의 자유(free contract)인데 그런 두 가지 원리를 어떻게 실천할 것이며 그렇게 하기 위하여 필요한 원칙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탈사회주의화를 위하여 다른 보조적인 원칙도 논의해야 한다. 이 점은 제II절의 전반부에서 다루고자 한다.
둘째, 탈사회주의화를 위한 방법을 고려할 때 두 가지 사항을 검토해야 한다. 먼저 현재의 남한 경제를 모방하는 방법이 탈사회주의화를 위하여 적절한가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탈사회주의화를 이루는 방식은 크게 나누어 점진적이고 단계적 방식과 급진적이고 일시적인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과연 어느 방법이 더 나은 것인가 하는 것이다. 통일 방법과 관련한 두 가지 문제는 제II절의 후반부에서 다루고자 한다.
셋째, 경제 제도적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매우 유사했던 독일의 통일 사례는 반면교사로서 연구의 가치가 크다. 제II절에서 제시된 각종 원리와 원칙, 보조 수단, 통일 방법 등에 비추어 독일 통일의 경험을 검토하고 시사점을 유도할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독일이 통일에 그토록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면서도 동독 지역 경제의 성과가 크게 좋지 않은 이유를 검토하게 될 것이다. 이 점은 제III절에서 다루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제IV절에서는 요약과 결론을 서술한다.
II. 탈사회주의화를 위한 원리들과 방법들
▲ 제17회 인천아시안게임 역도 남자 56kg급 인상 경기에서 북측 응원단과 우리측 통일응원단이 북한 엄윤철의 선전을 기원하며 공동 응원을 하고 있다.
1. 탈사회주의화를 위한 원리들
탈사회주의화를 위하여 한 가지 핵심 원리와 그것을 보조하는 원칙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 가지 핵심 원리란 자산의 사유화를 말하고 보조하는 원칙이란 계약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사유재산 제도와 계약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자본주의라고 정의할 수 있다. 결국 탈사회주의화를 위한 핵심 원리는 자본주의 또는 자유 시장을 제도화하기 위한 원리라고 하겠다.
(1) 사유화의 원리
탈사회주의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유화의 원리(principle of privatization)이다.
사유화하는 방법은 크게 구분하여 네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국가 소유의 자산을 모든 주민에게 동등하게 나누어 주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경매 방식으로서 국가 소유 자산을 민간에게 팔아버리는 것이다. 세 번째 방법은 개인에게 보유 기간을 정하여 사용하게 하고 그 기간이 지난 후에는 정부에게 상환하는 방식이다. 이것이 중국의 농지 사유화 방식이다. 네 번째 방법은 홈스테딩 원리(homesteading principle)와 그것을 약간 응용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가장 효과적일 뿐 아니라 정의의 원칙에 잘 부합하는 네 번째 방법만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제III절에서 독일의 경험을 비판할 때 다루고자 한다. 첫 번째 방법과 세 번째 방법은 결코 좋은 원리가 아니기 때문에 검토를 생략한다.
사유화의 원리로서 홈스테딩 원리는 무엇인가? 그것은 자산의 원래 소유자(original owner)가 존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먼저 자산의 원래 소유자나 그 상속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자산은 원래 소유자나 그 상속자에게 돌아가야 한다. 물론 이 때 그 자산은 정당한(just) 자산이라야 한다. 즉 원래 소유자나 그 상속자라도 그 자산이 정당하게 획득되지 않으면 자산 소유자의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경우에 정부가 지주에게서 무상으로 몰수한 자산이 여기에 해당한다. 당시 지주 중에서 상당수는 월남하였기 때문에 그들 또는 그들의 상속자는 현재 남한 주민이다.
물론 현재 일단의 사람이 그 자산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그 사람들은 즉각 그 자산을 원래의 소유자나 그 상속자에게 반납해야 한다.
자산의 주인이 없는 경우의 홈스테딩 원리란 그 자산에 노력이나 다른 소유되지 않은 자원을 가한 사람이 소유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경우에 자산의 주인이 없는 경우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당초 월남한 남한 주민의 자산이지만 그 자신이나 상속자를 찾을 수 없는 자산과 처음부터 북한 정부나 공공단체 소유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