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의 내년도 예산안·기금운용계획안 수정안 512조3000억원이 10일 저녁 9시께 본회의에서 가결되며 초유의 제1야당 패싱 사태가 벌어졌다. 정부안인 513조5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가량 순삭감된 수준이며 올해 예산 469조6000억원보다 9.1%(42조7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10일 저녁 문희상 국회의장이 4+1 예산 수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자 한국당 의원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결국 한국당을 패싱하고 꾸린 4+1의 수정 예산안을 표결 처리에 부쳤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저녁 8시40분께 본회의를 속개하고 내년도 예산안을 상정했다.
이에 반발해 한국당도 499조2539억원으로 감액한 자체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맞불을 놨다. 민주당이 한국당을 뺀 야당들과 자체 수정안을 제출한 데 따른 대응 차원이다. 한국당의 수정안은 정부안 슈퍼 예산안보다 14조2461억원을 순삭감됐다.
앞서 한국당은 민주당이 이날 장시간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결국 4+1 협의체 안을 표결처리 할 방침을 보이자 "날치기"라며 즉각 반발해 대응을 시도했다.
■격렬한 대치 속 합의점 도출 불발
문 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회동을 갖고 예산안 수정안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두고 장시간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이 잠시 중단된 오후 2시52분에 심 원내대표는 합의 진행 상황에 대해 묻는 취재진들에게 "조금 이따가 다시 보기로 했다"고만 답변했다.
3분 후 의장실을 잠시 나온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 합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3시2분에 이 원내대표도 잠시 자리를 비우며 "지금은 별로 특별히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큰 차이가 없다. 지금이나 이따가나 차이 없을 것 같다"고 일축했다.
3당 원내대표의 반응과 표정에서 협상의 난항이 엿보였다.
이들은 3시30분께 협상을 이어갔으며 이때부터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3당 간사들도 참여해 의장·원내대표·예결위 간사 7인이 예산안에 대한 논의를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이에 따라 당초 오후 2시에 속개될 예정이었던 국회 본회의도 지연됐다.
10일 의장실 앞에서 7인 회동 결과를 수 시간째 기다리고 있는 취재진들./사진=미디어펜
그러나 7인 회동은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일정부분 이견을 좁히는 듯하더니 결국 최종결렬됐다. 민주당은 오후 8시 4+1 수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킬 방침을 밝혔으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심 원내대표는 문자로 "민주당에서 20시에 본회의를 열어 날치기를 할 예정이오니 의원님들께서는 속히 국회로 오시기 바란다"며 의원들을 긴급 소집했다.
심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기존에 1조2000억원 삭감은 무엇을 합의했는지 내용을 좀 알자고 했는데 (민주당이) 일일이 그걸 따지면 시간이 걸려 오늘 처리 못한다며 내역 공개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심 원내대표는 4+1 예산안 본회의 강행처리에 앞서 대국민 입장문을 내 범여권 심판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제1야당에게 (증감액) 항목을 한번도 공개하지 않는 전대미문의 깜깜이 예산"이라며 "4+1이라는 정체불명의 야합세력들이 그들끼리 나눠먹는 혈세 도둑질"이라고 강력 규탄했다.
이어 그는 "이 모든 불법행위에 가담한 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이 모든 반헌법적 불법행위는 무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1진영만 참여한 표결로 예산안 의결
심 원내대표는 문 의장을 찾아가 "합의시간을 더 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 10일 오전에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사진=자유한국당
문 의장이 결국 내년도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수정안 제출과 함께 '아들공천' '공천세습'을 외치며 강력 반발했다.
그러나 정부 측(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이 한국당 수정안에 부동의, 4+1 수정안에 동의하여 후자가 표결에 부쳐졌고 4+1 예산 수정안은 이날 재석 162인 중 찬성 156인, 반대 3인, 기권 3인으로 의결됐다. 기금운용계획안 수정안은 재석 158인 중 찬성 158인으로 의결됐다.
예산안이 통과되고 문 의장이 정회하자 심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은 의장실로 몰려가 항의를 이어갔다.
한편, 민식이법 등 16개의 비쟁점 법안은 이날 오전 11시에 본회의를 개회에 여야 간 무리 없이 통과됐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날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오는 11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는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법안(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둘러싸고 여야 간 극렬한 충돌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선거법 등도 4+1 합의안 처리를 강행할 계획이며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로 처리를 막을 방침이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