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해외법인장 회의를 통해 내년도 권역별 시장 상황과 전략을 점검했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법인장회의는 지난해와 달리 현대·기아차 CEO가 각각 회의를 주재하고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를 보고 받는 형태로 이뤄졌다.
현대·기아자동차 양재동 사옥. /사진=현대차그룹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 16일부터 이날까지 양일간의 일정으로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현대차와 기아차 해외법인장 회의가 진행됐다. 회의에는 주요 권역본부장을 비롯해 생산·판매본부장 등 50여명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이원희 현대차 사장과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지난 13일 권역별 책임자와 법인장에게 올해 시장 상황을 보고받았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들 양사 CEO를 통해 법인장 회의 결과를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 이어지는 법인장 회의는 내년 시장 활성화 방안을 놓고 토론 형태의 회의로 진행됐다.
이번 회의 최대 화두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 중국 시장의 내년 전망 및 활성화 전략에 모아졌다. 주요 전략은 '고급 브랜드'와 '친환경차'를 통한 시장확대였다.
글로벌 판매 회복에 걸림돌로 여겨지는 중국 시장 재건이 이번 법인장 회의의 주요 안건으로 등장한 것이다. 2016년까지 3년 연속 연간 100만 대 판매를 넘어섰던 중국 판매는 2017년과 지난해 각각 78만500여 대와 79만 대 수준에 머물렀다.
무엇보다 중국 현지 자동차 시장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현대·기아차의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결국, 올 초 정의선 수석부회장 주도해 베이징 1공장 폐쇄와 기아차 옌청 1공장 매각 등이 진행되고 인적쇄신도 단행됐다.
유럽 시장에 대한 점검과 내년 전략도 이번 법인장 회의의 주요 안건으로 등장했다. 내년부터 친환경차 의무 판매 비율도 가시화된 만큼 현대·기아차 역시 시장 전망을 구체화했다.
유럽 친환경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7% 수준인 만큼, 2020년 강화되는 규제에 맞춰 10% 가까이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 나온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전기차 분야에서 후발주자지만 사업 확대에 힘써왔다. 그 결과 두 회사를 합친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순위는 2014년 15위에서 올해 5위까지 상승했다.
무엇보다 내년에는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중국과 유럽시장의 본격적인 공략에 나선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사진=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제공
제네시스는 지난 3분기 유럽과 중국에 각각 제네시스 판매법인을 세우고 본격적인 현지 고급차 시장에 뛰어든다. 이번 법인장 회의에서 내년 이들 지역의 고급차 전망을 포함한 제네시스 전략이 구체화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밖에도 저성장 기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점유율 확대하며 선방하고 있는 미국시장에 대한 전략도 논의됐다.
올해 현대차는 대대적으로 신차를 잇따라 출시했다. 2000년대 이후 세 번째로 많은 규모다. 지난해 연말 등장한 팰리세이드가 올 초부터 내수에서 큰 인기를 지속했고, 하반기 북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더불어 엔트리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 베뉴도 힘을 보태며 SUV 제품군을 확대했다. 나아가 주력 모델인 쏘나타가 8세대로 거듭나는 한편 그랜저 역시 환골탈태하며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현대차가 주요 시장에서 이들의 신차 효과를 본격적으로 누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아차 역시 대대적인 신차 출시에 합류한다.
당장 이달 들어 출시한 3세대 K5가 내년에 북미시장(현지명 옵티마)에 진출한다. 나아가 주력 SUV인 쏘렌토와 미니밴 카니발 등이 내년에 새 모델로 거듭나면서 실질적인 판매 회복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법인장 회의에서도 지역별 신차 출시 전략과 구체적인 판매 목표치 등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유럽을 중심으로 탄소배출 규제가 엄격해지고 중국은 연비규제와 함께 친환경차 의무생산 비중도 제시됐다"며 "이번 법인장 회의를 통해 내년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이에 맞는 제품 전략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