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차라리 아무것도 안 했으면 좋겠다." 내 놓는 정책마다 설익었다. 분통만 터트리게 하고 있다. 모든 정책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정책 시행 과정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국민을 생각하는 정부라면 실패의 원인을 교훈 삼는다.
문재인 정부가 18번째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국민들은 멘붕 상태다. 집 가진 자는 가진 대로 없는 자는 없는 대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시는 부동산특별시가 됐다. 수십억 현금 없는 사람은 아예 집 살 꿈을 접어야 한다.
서울에서 잘 나가는 강남3구(서초·강남·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은 부동산에 관한 한 적폐 대상이 됐다. 덜 가진 자와 없는 자들에게 공적이 됐다. 정부가 지역간의 갈등과 분열, 질시를 부추기고 있다. 아예 사다리마저 끊어 놓았다. 방귀 뀐 놈이 성내고 있는 격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강남 집값과 전쟁에서 실패한 이들의 복수혈전이다. 시장과 싸우지 말라는 교훈은 귓등이다. 절치부심 끝에 기회를 잡자마자 시장과 전쟁을 선포했다. 오기와 독선으로 똘똘 뭉쳐 자존심을 건 재기전을 펼치고 있다. 진단과 처방없이 칼을 빼들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보고 있노라면 적폐와의 전쟁에 대한 기시감이 든다. 과연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인가 하는 진정성에 의구심이 든다. 의식주는 인간 생활의 3대 기본요소다. 의식은 얼마만큼 해결됐으니 이제 주요관심사는 주다. 쉬거나 살거나 하는 공간인 집. 그런 집 정책치고는 너무 거칠다.
'12·16 종합 부동산 대책'으로 집을 사기도 팔기도 어렵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을 '세금을 걷기 위한 증세책'의 일환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서민표 잡기 위한 '정책 아닌 정치'라고도 한다. 사진은 1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서울 혜화동 경실련 강당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통령비서실 재직 고위공직자 중 2017년 1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재산을 신고한 65명(직계가족 포함)의 부동산 재산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경실련.
국민 재산권에 대한 국가권력의 횡포가 지나치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17일 정부가 발표한 '12·16 종합 부동산 대책'의 일부내용이 위헌 심판대에 올랐다.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 금지 정책에 대해 정희찬 안국법률사무소 변호사가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정 변호사는 헌법상 권리인 재산권을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제한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이 발표 하루 만에 법조인에 의해 위헌 심판대에 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헌법 23조는 국민의 재산권 보장을 천명하고 있다. 헌법 37조 2항에는 기본권 제한은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 하게 돼 있다. 정 변호사는 이번 정책이 국민 의견 수렴 등의 절차도 없이 갑자기 발표됨으로써 '권리를 제한하더라도 본질적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는 헌법 원칙도 어겼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정책은 역대 정부에서도 종종 헌재 심판대에 올랐다. 그만큼 국민의 재산권과 첨예한 관련이 있다는 반증이다. 토지초과이득세나 택지소유상한제, 종합부동산세, 재건축 아파트 초과이익 환수제 등이 심판대에 올랐다.
토지초과이득세는 1994년, 택지소유상한제는 1999년에 모두 재산권 침해라며 위헌 결정이 났다. 재건축 아파트 초과이익 환수제는 지난해 4월 "아직 재건축 부담금도 부과되지 않은 상태여서 기본권 침해가 없다"며 각하됐다.
2년 반 동안 문재인 정부는 18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은 쏟아냈다. 재건축 규제, 대출 규제 강화, 보유세 중과,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 하나같이 반시장적 대책이다. 효과는 서울 집값이 역대정부 최고로 뛰는 진기록을 세웠다. 서울 집값은 40%로 뛰며 '미친 집값'의 질주를 보였다. '규제의 역설'이다.
전문가들은 고가주택 가격을 내리는 방법은 학문적으로나 이론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더욱이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규제 일변도로 집값과 전쟁을 벌이는 경우는 찾아보기조차 힘들다.
서울이 다른 도시와의 경쟁력에서 앞서는 만큼 집값도 비쌀 수밖에 없다. 뉴욕이나 도쿄, 런던의 집값이 좋은 사례다. 강남3구나 마용성 집값이 뛰는 것은 서울에서도 지역 경쟁력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규제가 아니라 다른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12·16 종합 부동산 대책'으로 집을 사기도 팔기도 어렵게 됐다. 입구도 막히고 출구도 막혔다. 결국 부동산 시장 전체가 얼어붙을 것이다. 거래 절벽은 더 심해질 것이다. 집주인들은 종부세·건보료 인상분을 전·월세에 전가하려 할 것이다. 피해는 전세를 사는 사람뿐 아니라 지방 중산층, 서민층까지 번진다. 모두를 피해자로 만드는 무능과 어리석음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을 '세금을 걷기 위한 증세책'의 일환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서민표 잡기 위한 '정책 아닌 정치'라고도 한다. 문대통령도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했다. 시장원리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그 자만이 영혼 없는 공무원들의 설익은 충성정책을 부추긴 것일까.
그래서 시중에는 이런 말들이 나돈다. '불은 정부가 질러 놓고 왜 국민에게 세금폭탄을 떠안기나'는 볼멘소리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란 시장 원리에 따른 정공법을 구사해야 한다. 강남 때려잡으려다 대한민국 때려잡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시장과 맞선 정책이 성공한 적은 동서고금을 통해 없다.
[미디어펜=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