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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뒷통수 친 르노삼성 노조…참여율 저조 '절반의 파업'

2019-12-24 11:53 | 김태우 차장 | ghost0149@mediapen.com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상생선언 6개월만에 임금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조합원 62%가 지도부 지침을 따르지 않고 정상 출근했다. 올해 6월 전면파업 당시 벌어진 조합원의 '파업 거부' 현상이 재현되는 모양새다. 이에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의 위신이 바닥에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르노삼성 부산 공장 생산라인 / 사진=르노삼성



24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노조는 8시간 파업 지침을 내린 뒤 첫 근무일인 지난 23일 전체 출근 대상 직원 1450명 중 1150명이 정상 출근했다. 조합원만 놓고 보면 61.8%가 파업을 거부했다.

르노삼성 회사측은 생산라인 가동을 위해 기존 주·야간 2교대 근무체계를 이날부터 주간 근무로 통합했다. 이어 야간 근무조 가운데 파업 불참자를 주간에 출근하도록 했다.

사측은 노조가 예고한 이달 말까지 이 같은 근무체계를 유지하고 이번 주말인 28일과 29일에는 특별근무로 생산을 지속할 계획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뒤 첫 주말인 21일에도 680명이 출근해 150대를 생산하는 등 조합원의 파업 참가율이 저조한 상태"라며 "수출용 신차 배정과 연말 생산수요 확대 등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부산공장의 생산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공장을 계속 가동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사측이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사측이 2교대 근무를 주간 근무로 변경한 점, 노조가 파업을 결의했음에도 근로 제공 의사를 파악한 점이 불법행위라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사측에 파업을 이미 통보했다"며 "그럼에도 근로 제공 의사를 묻는 건 명백한 부당 노동행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절반 남짓한 조합원이 지도부의 파업 지침에 따르지 않으며 6월 전면파업 당시처럼 파업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르노삼성 노조는 2018년 임단협 교섭이 결렬되자 6월 5일 전면파업에 돌입했지만 60%가 넘는 조합원이 출근하자 일주일 만에 파업을 철회한 바 있다.

노사는 9월 올해 협상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을 요구했고 회사측은 고정비가 인상돼 불가하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대신 회사측은 400만원 상당의 격려금 지급을 제시하고 있지만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노조는 10일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해 66%의 찬성으로 파업권을 확보했고 20일 오후 8시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부분파업 돌입 후에도 사측에 협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과의 견해차가 커 강대강 대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노조 지도부의 파업 지침에 따르지 않은 한 직원은 "지도부에 불만이 있어도 일단 따르자는 조합원과 그렇지 않은 측이 둘로 나뉜 상태다"며 "노사 견해차가 커 사태가 장기화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현 노조 집행부의 강성 방침에 반대하는 직원들을 중심으로 가동 계획을 수립해 차량 생산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휴무일인 21일에도 특근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차생산 물량 배정이 절실한 르노 XM3 /사진=미디어펜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10월 임금협상(임협) 결렬로 4년 만에 첫 파업에 돌입한 이후 올해 6월까지 30여차례나 파업을 벌였다.

6월 임협 타결과 함께 노사 공동으로 상생선언문까지 발표했으나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사측이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달 28일 교섭 결렬을 선언한 뒤 이달 10일 파업 찬반투표를 벌여 66.2%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이번 부분파업은 노조의 파업권 확보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실력행사다.

르노삼성은 최근 QM6 LPG 모델 판매 호조로 생산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데다, 내년부터 XM3 수출물량 확보를 위해 르노 본사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이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회사측의 경영상황을 보면 지금은 자해파업을 단행할 시기가 아니다. 이에 60%가 넘는 노조원들이 파업을 거부하고 출근을 하고 있다. 르노삼성의 생산량은 급감중이다. 

올해 생산대수는 15만2000대로 지난 2017년 26만4000대, 지난해 21만6000대에서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노조의 파업에 대해 프랑스 르노본사는 신규차종 물량배정을 연기하고 있다. 노조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선 듯 물량배정에 엄두를 못내고 있다. 

이에 유럽수출용 신차 XM3의 배정도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부산공장측은 르노본사를 대상으로 크로스오버차량 XM3의 신차배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가 파업을 단행하며 르노삼성의 입지가 약해지고 있다. 이에 일부에서는 신차 물량배정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르노본사는 XM3 생산물량을 노조 리스크가 없는 스페인 바야돌리드공장 등으로 돌릴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정한 물량공급이 보장되지 않으면 글로벌 생산물량을 밀어주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르노삼성의 노조 수뇌부는 자신들의 명분만 살린 파업으로 노조원들의 협조도 얻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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