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친이계 인사들이 주축이 된 재야 시민단체 '국민통합연대'가 지난 23일 창립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용퇴해야 할 분들의 과욕"이라는 비판과 함께 '국민통합'은 커녕 보수 분열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국민통합연대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창립대회를 개최했다.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전 특임장관이 창립준비위원장·중앙집행위원장을 맡았으며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창립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행사에는 주호영·권성동·김성태·장제원 한국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국민통합연대는 '분열과 갈등을 넘어 국민통합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창립 선언문에서 "국민의 갈등과 분열을 통합하고 정치판을 객토해 새판을 만들고 오만방자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립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보수·국민통합연대 결성을 마음먹은 계기로 "보수가 너무 지리멸렬하고 분열돼 있다"며 "보수가 안정돼야 나라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보수통합을 제안했지만 그게 지금 잘 안되고 있지 않나. 지지부진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통합연대 창립대회에서 이재오 창준위원장과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다만 이 위원장은 국민통합연대를 정당으로 전환시킬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도보수랄까 진정한 보수의 통합체로서 나라의 한 부분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거지 정당화하진 않는다"며 "회원 중 국회의원 출마자도 있겠지만 공동대표들이 국회의원 출마하는 그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도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분열이 아닌 통합으로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라며 국민통합연대에 동참한 소회를 밝혔다.
홍 전 대표는 "무기력한 야당만 믿고 따르기에는 너무 답답하고 앞날이 보이지 않아 창립한 것이 국민통합연대"라며 "흩어져 있던 한국을 이끌어 오던 분들이 모두 모여 하나가 된 힘으로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 나는 한 알의 밀알이 되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는 "내년 총선 승리와 좌파정권 종식에 중심세력으로 우리는 다시 뭉칠 것은 다짐한다"며 "70년 대한민국의 번영을 가져다준 중도보수 통합세력으로 거듭날 것이다. 지켜봐주시라"고 당부했다.
반면 이 위원장은 정당화 의도가 없다고 밝혔지만 결국 한국당 공천 과정에서 터져나올 불만을 국민통합연대가 흡수해 신당 창당 등 세력화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다.
한국당의 '현역 의원 50% 교체' 방침에 당내 의원들의 불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당 내에서도 "공천 과정에서 탈락한 이들 상당수가 외부로 눈을 돌리고 국민통합연대 행보에 관심을 둘 것"이라는 반응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될 경우 국민통합연대는 또 다른 보수 거점 역할을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이들의 '국민통합' 캐치프레이즈와 창립 명분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국민은커녕 보수통합 역할도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모 정치학과 교수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국민대통합이 아니라 계파 대통합도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빅텐트도 안 되고 아주 얕은 정치적 수의 지분 확보 의도로 보인다"고 강도 높게 혹평했다.
김인영 한림대 교수도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국민심판을 이미 받은 분들인데 또 다시 심판받겠다고 하는 건 과욕"이라며 "용퇴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물론 통합 용어를 내세웠지만 한국당에 대한 대항세력으로 만들어진 거나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항세력'이라는 의미에 대해 "한국당에서 공천을 받고싶지만 받지 못할 경우 자신들이 정치세력화할 수 있다는 협박용 단체에 지나지 않으며 결국 나중에 패잔병을 위해 만들어놓은 일종의 그라운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황 대표 흔들기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황 대표가 한국당 대표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나 보수를 대표하는 사람도 아니고 황교안 흔들기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문제는 그나마 1+4 야합에 견제를 할 수 있는 굳건한 세력을 한국당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국민통합연대가) 자꾸 분열로 이끄는 행동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임종화 청운대 교수도 "황교안 흔들기는 너무 눈에 보이는 것"이라며 "통합이라는 말을 내세웠지만 대중에게 잊혀지는 걸 두려워해 본인들의 정치생명 연장시키려는 장난은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홍 전 대표는 창립대회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를 겨냥해 "당에도 없던 분이 30년 정당을 독식하려 덤빈다"며 "황 대표는 서울 강북 험지 출마선언하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맹공을 쏟아낸 바 있다.
차명진 전 한국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로는 '국민통합연대'라 써놓고 말로는 '우파분열주의'라 읽는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국민통합연대가 자신들이 내세운 통합 명분과 의도에 걸맞는 행보를 보일지 정치권의 분석대로 분열의 결과를 조장할지, 또는 도리어 한국당의 결속력 촉매제 역할을 하게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