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 정도면 '양준일 신드롬'이다. 1990년대 초 반짝 활동했던 추억의 가수 양준일이 화려하게 부활해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불과 20일 사이에 양준일에게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양준일이라는 이름이 본격적으로 화제에 등장한 것이 지난 6일 추억의 가수 소환 프로젝트 JTBC '슈가맨3' 방송 이후였다. 1991년 가요계에 혜성처럼 나타나 시대를 앞서가는 음악·패션·무대 퍼포먼스로 히트곡 '리베카'를 내놓았던 양준일. 하지만 그의 활동 기간은 짧았고 이름은 잊혀져갔다.
'슈가맨3'에서는 최근 온라인 탑골공원에서 '탑골 GD'라 불리며 올드팬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던 양준일을 섭외해 출연시켰다. 미국에 거죽하고 있던 양준일은 '슈가맨3' 출연으로 향수를 자극했다.
이후 놀라운 상황의 연속이었다. 벌써 50대가 된 양준일이 가수로서, 연예인으로서 다시 주목받으며 큰 관심의 대상이 됐다.
JTBC 저녁 메인뉴스 '뉴스룸'에 양준일이 등장한 것이 화제성의 불씨를 키웠다. 9일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에서 손석희 앵커는 양준일의 '슈가맨' 출연을 거론하며 시대를 앞서갔던 사람의 고충,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는 세태 등을 꼬집었다.
'슈가맨' 출연 후 미국으로 돌아갔던 양준일을 팬들이 다시 한국으로 불러냈다. 팬들의 요청으로 그는 연말(12월 31일) 팬미팅 계획을 잡았다. 팬미팅 티켓은 금방 동이 났다. 뿐만 아니라 팬들은 그의 귀국에 맞춰 25일 코엑스 식스모션에 옥외광고를 게시했다. 인기 아이돌들이나 누리는 호사를 양준일의 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깜짝 선물로 해준 것이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25일 '뉴스룸'에는 양준일이 직접 출연해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를 했다. 양준일은 팬들의 성원과 손석희의 앵커브리핑에서 감동받은 감회, 앞으로 활동 계획 등을 밝혔다. 이날 '뉴스룸' 출연으로 양준일은 또 한 번 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양준일 신드롬. 그를 추억해온 팬들에겐 분명 반가운 일이다. 각종 방송 섭외 등이 쇄도하고 있다니, 미국에서 식당 서빙 일을 하며 평범하게 살아온 양준일은 새로운 기회의 문 앞에 서게 됐다. 연예계를 떠난 후 어렵게 살아왔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팬들은 이제 양준일이 '꽃길'을 걷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며 응원을 이어가고 있다.
추억의 가수였던 한 개인에게, 그리고 그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기적같고 동화같은 일이 짧은 기간 벌어졌다.
어린 시절 흔히 들었던 동화의 결말,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습니다'가 생각난다. 동화 속 '돌아온 왕자'처럼 된 양준일은 앞으로 오래토록 행복하게 살까.
'거품' 인기가 아니기를 바란다. 연예계에서 인기의 부침이란 흔히 있는 일이다. 어떤 과정을 거쳤든, 양준일은 현 시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는 '뉴스룸' 인터뷰에서 자신을 다시 불러준 '대한민국'과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나타내며 한국으로 돌아와 활동하며 정착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제 막 새로운 인생 앞에 선 양준일에게 '거품' 얘기를 꺼내는 것은 송구스럽다. 하지만 이미 젊은 시절 한 차례 가수 활동에서 좌절을 맛본 그다. 마냥 꽃길만 걸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시대와 타협하지 못했던 것이 데뷔 시절 꽃길에서 벗어났던 한 원인이었다면, 인기 밧줄을 잡고 부활한 지금은 좀더 주위를 돌아보고 자신이 어떤 길을 걸을 것인지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도 있다.
팬들은 옥외광고를 하면서 양준일의 데뷔연도와 컴백연도를 의미하는 '91·19'라는 숫자를 내세웠다. 91년이 추억이라면, 19년은 현재이며 새로운 출발이다. 팬들의 힘, 즉 '다수의 힘'을 확인한 양준일이 앞으로 거품이 좀 걷히더라도 팬들과 함께 자신만의 꽃길을 걸어가기를 바란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