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장윤진 기자]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연금 개혁 소식에 뿔난 발레리나들이 거리로 나섰다.
지난 24일 프랑스 국립 파리 오페라발레단(Opera de Paris) 소속 무용수 40여 명은 가르니에극장 앞에서 프랑스 정부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백조의 호수' 공연을 펼쳤다.
이들이 춤추는 무대 뒷편에는 '파리 오페라 파업중', '문화의 위기'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 역시 지난 17일부터 파업에 들어가면서 12월에 예정됐던 '레이몬다', '르 파크' 공연 일부를 취소했다.
마크롱 정부는 노동인구는 감소하는데 비해 고령화에 따른 연금 지급액이 매년 증가하자 연금 제도 개혁을 추진중이다. 직업 별로 42개로 나뉜 복잡한 퇴직연금을 한 개의 단일 연금으로 개편하고 수급액 산정 시 최고급여 기간의 평균을 내는 방식 대신 포인트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프랑스 국립 파리 오페라 발레단이 24일 가르니에극장 앞에서 정부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백조의 호수' 공연을 펼쳤다. /사진=TV조선 캡쳐
파리오페라발레와 리옹오페라발레 등 국립 발레단 소속 무용수들은 그동안 '신체 혹사 직업군'으로 분류돼 42살에 은퇴하면 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최소 1067유로(약 138만 원)의 연금을 받으며 무용수 이외의 다른 직업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정부 개혁안대로라면 무용수들도 다른 직업군처럼 62살까지 춤을 춰야 하므로 발레의 직업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동에 적합하게 연금제도를 다시 설계하고 단일연금 체제 도입으로 노동 유연성을 높이면서 국가의 재정부담을 줄인다는 목표이다. 노동계는 "더 오래 일하게 하고 연금은 덜 주겠다는 것"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파리오페라발레 무용수들 역시 특수성이 감안될 가능성이 크다고 프랑스 언론은 지적했다. 다만 프랑크 리스터 문화부 장관은 어떤 방식으로 고려하겠다는 것인지 자세한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파리오페라발레 소속으로 노조 대표인 무용수 알렉스 카르니아토는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단일 연금제는 업무 특성상 일찍 은퇴할 수밖에 없는 발레 무용수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예술가는 소설가, 화가, 작곡가 등 창작 예술가와 배우, 무용수 등 실연 예술가로 나뉘어 사회보장 제도가 결정된다. 두 분야의 예술가들은 프리랜서가 대부분이며 수입에 따라 보험료 등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일반 임금노동자가 22%의 세금을 내는데 비해 예술가들은 16%로 다소 낮다.
파리오페라발레의 파업에 대해 리스터 문화부 장관은 프랑스 BFM TV와 인터뷰에서 "연금 제도는 하나의 보편적인 제도로서 파리오페라발레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며 "육체적으로 고된 직업의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마크롱 정부는 이번 연금 개혁안에서 군인·소방관·경찰·교도관 등 안보·치안 관련 특수 공무원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조기 은퇴하더라도 현재와 비슷한 수준의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미디어펜=장윤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