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미디어펜은 새로운 문화 칼럼 [제이미 보석함] 연재를 시작한다. 칼럼을 담당하는 장윤진 기자는 5살 때부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천연보석 '자수정'을 가지고 공기놀이를 했던, 보석업계 종사자 2세다. 10년 차 국제보석감정사(GIA)이자 보석디자이너로 활동했으며 현재 본지 문화부 기자로 일하고 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보석과 주얼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기자의 보석함에서 꺼내 독자들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글로벌 주얼리 시장 규모는 약 180억 유로로 추정되며, 미국, 독일, 프랑스 순으로 시장 규모가 크다. 독일의 시장분석 데이터 관리 기업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주얼리 시장의 가치는 2018년 약 271억 달러(31조 3412억 원)에서 2035년 약 645억 달러(74조 5843억 원)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지난 11월 25일 프랑스 럭셔리 그룹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가 182년 전통의 미국 명품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컴퍼니(Tiffany&co)를 162억 달러(약 19조 8273억 원)에 인수하면서 국제시장에서 보석 분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5일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LVMH의 티파니 인수는 급부상하는 소비층인 중국 밀레니얼세대(20~30대)를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의 보고서에 따르면 주얼리는 작년 개인 고급 상품 부문에서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는 카테고리 중 하나로 약 2억 8800만 달러 규모에 달하며 연간 6~7%의 성장률을 보인다고 전했다.
해외 주얼리시장은 점차 호황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 국내 주얼리시장은 어떠할까.
국내를 대표할 주얼리 기업이 없어 보석산업과 관련된 마케팅과 담론 형성이 부족한 상황이라 국민들의 관심에서는 점차 멀어지고 있다.
실제로 사단법인 한국주얼리산업연합회의 지난 4월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적 주얼리 시장 규모는 점차 증가하지만 지난 10년간 국내 시장규모는 20% 증가에 불과했다. 외국계 럭셔리 업체는 12배인 247%의 매출률을 기록했으며, FTA의 역차별로 수출은 0.6% 감소하고 수입은 365%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출 0.6% 감소. 수입 365% 증가"라는 수치에서 알 수 있듯 대한민국 보석 산업의 현주소는 암흑과도 같지만 실낱같은 희망은 있다.
1975년 故 박정희 대통령의 수출진흥정책 지시에 따라 전라북도 익산시를 '보석의 도시'로 지정한 것이 희망의 불씨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익산이 수출 자유지역으로 조성된 후 국내 보석과 주얼리 가공산업의 메카가 됐다. 보석산업을 국가 주도산업으로 지정한 것은 당시 대한민국이 전 세계 최초다. 다이아몬드 업계를 주름잡는 미국, 영국, 이스라엘도 보석산업이 국가 주도산업은 아니다.
이후 김대중 정부 들어 주얼리 민·관·학 협력 체제를 구축해 보석 디자이너 육성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에 현재 한국의 주얼리 가공기술과 디자인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무후무한 44년 간의 국가지원과 숙련된 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명품 주얼리 브랜드 하나 없는 것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이같은 현실의 원인은 보석 원석을 100%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국내 주얼리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는 종로구 지역구 의원 시절부터 관세법 개정안을 통해 주얼리 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강조했다. 정 의원은 지난 9월 5일 보석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는 내용의 관세법을 발의했고 1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보석 관세는 빠르면 내년 초부터 완전히 면제될 예정이라고 업계는 전망한다. 보석 업계의 오래된 숙원 사업인 보석에 대한 관세 면제는 대한민국 보석산업의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과제다.
48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국제기능올림픽 대회 보석 가공 분야에서 30여 년 이상 1위를 수상하는 세계 최고 수준 금속 가공 기술과 디자인 인력을 지닌 대한민국. K-POP, K패션, K뷰티 산업과 더불어 K주얼리 산업에도 세계를 향한 신호탄이 쏘아져 전 세계 여성들이 한국 보석을 착용하는 그 날이 오길 희망한다.
제이미 장 (보석디자이너 겸 언론인)
[미디어펜=장윤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