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SK이노베이션 오클라호마 광구·GS칼텍스 여수공장·에쓰오일 RUC 전경·현대오일뱅크 고도화 시설/사진=각 사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국내 석유화학·정유사들에게 2019년은 온갖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왔던 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공격적 통화정책을 사용했음에도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침체되는 와중에 공급과잉이 이어지면서 수급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의 경우 손익분기점(BEP)으로 올라설 줄 모르는 정제마진에 울상을 지었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12월 넷째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0.2달러로 집계됐다. 정유부문이 제품을 판매할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 처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급락한 것이다.
정제마진은 지난 10월 셋째주(2.8달러)를 시작으로 11주째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으며, 4주간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손익분기점을 넘긴 구간은 18주로, 그렇지 못한 기간의 절반 정도에 머물렀다.
이같은 상황 가운데 정유사들은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를 통한 수익성 향상에 기대를 걸고, 관련 설비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일 350만배럴이 사용되는 선박용 고유황유 중 200만배럴이 저유황유 또는 선박용 경유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같은 움직임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은 내년 3월부터 울산CLX 내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에서 일일 4만배럴의 저유황유를 쏟아낼 계획이며, 에쓰오일도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원유보다 저가로 판매되는 중질유 제품 비중을 3분의 1 가량으로 낮췄다.
GS칼텍스도 내년 상반기 중으로 '인터컨티넨탈 익스체인지(ICE) 아부다비 선물거래소'를 활용해 경질원유 수급안정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며, 현대오일뱅크도 친환경 초저유황선박유(VLSFO)를 양산할 예정이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LG화학 대산공장·롯데케미칼 울산공장 야경·금호석유화학 고무공장·한화케미칼 울산공장 전경/사진=각 사
석유화학업계 역시 △에너지저장시스템(ESS) 화재 △미국·중국 내 설비 증가에 따른 주력 제품 가격 하락 △정유사들의 사업 다각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전기차배터리 관련 소송도 국내외에서 벌어지고 있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은 미국 셰일가스의 채산성이 높아질수록 가격 하방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셰일가스에서 추출한 에탄의 가격경쟁력이 원유 부산물인 납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 역시 미국 루이지애나에 에탄크래커(ECC)를 건설한 바 있다.
정유사들과 달리 석유화학사들의 해결방안은 각양각색이다. 전기차배터리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미국·중국·유럽 등 주요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한화그룹의 경우 태양광사업을 중심으로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자회사 합병을 통한 시너지창출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롯데케미칼은 내년 1월1일 롯데첨단소재와 합병을 앞두고 있으며, 최근 기초소재사업 대표와 첨단소재사업 대표체제로 합병사를 개편한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에서는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한화솔루션으로 합쳐진다.
효성첨단소재·도레이첨단소재·휴비스 등은 탄소섬유를 비롯한 '슈퍼섬유' 판매 확대로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며, 금호석유화학은 화물차 등의 연비 향상을 돕는 고무 제작 및 제품 믹스 다양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경제전쟁 장기화에 따른 리스크는 이제 변수로 보기도 어렵다"면서 "시장 다변화 및 고부가 제품 개발 뿐만 아니라 ICT 기술 활용을 통한 가격경쟁력 제고 등 다각적인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