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 2020년 최저시급이 또 올라 경영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물가상승률은 되레 떨어지고, 법인파산건수는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 최저임금을 인상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2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0시부터 최저시급이 8590원으로 올랐다. 8350원이던 전년 대비 2.9% 인상된 것이다. 이는 월 급여로 따지면 179만5310원이며, 해당 액수보다 적게 지급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중소기업계는 벌써부터 힘들다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중소기업중앙회는 15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2020년 1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업황 전망 경기지수(SBHI)는 81.3으로, 지난해 11월 대비 2.9포인트 낮아졌다. SBHI가 100 이하일 경우 경기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망한다는 의미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복수응답한 애로사항./자료=중소기업중앙회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61.2%가 내수 부진을 제1의 경영 애로로 꼽았고, 두번째로는 인건비 상승(48.7%)이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비수기를 맞아 새해 1월 경기가 여전히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황은 오리무중인데 오르는 것은 임금 밖에 없는 형국이다.
지난해 12월 17일 기준 올해 11월까지의 법인 파산 접수 및 처리 건수./자료=법원통계월보
이와 관련, 기업 파산사건에 대한 법원 통계 월보는 업계의 침울함을 더하고 있다. 2017년 649건, 2018년 737건이었던 법인파산사건수는 지난해 848건으로 꾸준히 늘어 중소기업계가 점점 더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소비자물가등락률./자료=통계청
그런 가운데 올해 물가상승률은 0%대에 그쳐 최저임금을 올릴 이유가 없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통계청은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0.4%라고 설명했다. 2020년도 최저임금 상승률은 2.9%로 전년 동월 물가상승률보다 7.25배 높은 수준이다.
임종화 청운대학교 교수는 "시장 수요에 역행하는 최저임금제도 자체가 대한민국 경제 수준에 필요하지 않다"며 "헌법에 명시돼 있긴 하지만 사회주의적 요소를 갖고 있어 개헌 시 폐지됨이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임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적 시각에서 다뤄야 할 문제"라며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최저임금 수준을 좌지우지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임금은 생산성·업무 난이도·물가 상승률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된 후 결정돼야 한다"며 "필요 시 최저임금 수준을 유지하거나 낮출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마련 등 고강도 노동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