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최근 호텔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롯데호텔이 미국 시애틀에 진출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미국 뉴욕의 성공에 힘입어 선진 시장인 미국서 호텔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입니다. 국내 호텔기업과 펀드 등은 주로 해외에 호텔이라는 부동산을 인수했지, 부동산을 사고 운영까지 하는 경우는 롯데호텔이 유일할 것입니다.
롯데호텔시애틀이 들어서는 건물 외관./사진=롯데호텔
국내 호텔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안주하고, 심지어 호텔은 '오너의 놀이터'라는 오명이 있을 때, 롯데호텔은 일찍 해외시장에 눈을 돌렸습니다. 롯데호텔은 누가 뭐라고 해도 단연 국내 1위 호텔기업이라는 점은 인정합니다. '시그니엘'이라는 럭셔리호텔 브랜드부터 'L7'이라는 라이프스타일호텔 브랜드까지 고객의 연령과 취향에 맞춘 '멀티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오는 6월 롯데호텔시애틀이 오픈하면 롯데호텔은 미국 지역에 3개(롯데뉴욕팰리스, 롯데호텔시애틀, 롯데호텔괌)의 체인 호텔을 포함해, 전 세계 총 32개(해외 12개, 국내 20개)의 호텔과 리조트를 보유하게 됩니다.
그러나 '롯데호텔'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연상되나요? 이 호텔은 어떤 '색깔'을 가지고 해외에 진출하고 있을까요?
호텔이라는 분야는 주거와 음식, 서비스 등이 총 망라된 아주 복합적인 서비스 산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지 잠을 자고 식사를 하는 공간을 넘어 자국의 생활문화를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해외에 진출해 성공한 로컬 호텔들의 특성은 자국의 문화에 뿌리를 두고, 그것을 세계화한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에서 생겨나 세계적으로 뻗어 나간 오쿠라호텔, 니코호텔 등을 보면 보이지 않는 곳곳에 자국의 문화가 묻어나 있습니다. 실내 슬리퍼는 게다 모양으로 디자인했다던가, 가운도 일본의 전통 의상인 유카타를 제공할 때가 많습니다. 뷔페 레스토랑을 가봐도 일본 음식들이 다수를 차지합니다. 일본의 호시노 리조트 그룹도 일본의 료칸 문화를 고급화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페닌슐라, 샹그릴라, 만다린오리엔탈 등 아시아에서 출발해 글로벌 호텔로 큰 호텔 체인 역시 이름만 들어도 '아시아적 가치'가 느껴집니다. 코모 메트로폴리탄호텔이라는 호텔 그룹도 요가 혹은 웰니스적인 컨셉을 지향하며 호텔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서 시작한 아코르호텔 그룹도 어메니티를 프랑스 브랜드인 랑방을 사용하는 등 미국호텔과는 다른 프랑스적인 감성을 곳곳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힐튼, 메리어트, 하얏트, IHG 등 미국서 출발한 세계적인 호텔 체인들도 나름대로 분명한 '색깔'이 있습니다.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운영하고 있지만, 일관되게 흐르는 '색깔'이 있습니다.
이에 반해 롯데호텔의 '색깔'은 무엇일까요? 양적인 면에서는 분명 1위인데 어떤 색깔을 가지고 해외로 진출하고 있을까요? 럭셔리호텔이라고 하면 대리석으로 도배를 하면 되고, 라이프스타일호텔이면 클럽 음악을 틀면 되는 걸까요? 그렇다고 롯데호텔이 한국의 주거문화와 식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있는 걸까요?
저는 롯데호텔의 색깔에 대해 잘 모르겠습니다. 롯데호텔 측으로부터도 분명한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롯데뉴욕팰리스 입구에는 성조기만 걸려있다./사진=미디어펜
롯데뉴욕팰리스호텔이 뉴욕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롯데호텔의 색깔이 들어가서 성공한 경우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 호텔은 워낙 역사가 오래됐고 미국인들은 그 호텔이 아직도 자국 호텔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실제 롯데뉴욕팰리스호텔을 가보면 롯데그룹의 사기(社旗)도 걸려있지 않고 태극기도 걸려있지 않습니다. 그냥 성조기만 걸려있습니다. 한국 기업에서 인수한 호텔임에도 전혀 한국적인 색깔이 없습니다.
앞으로 롯데호텔은 해외 진출을 꾸준히 확대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그에 앞서 호텔에 대한 분명한 철학과 색깔을 만들어 나가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