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상준 기자]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고성능 럭셔리 자동차 제조사 마세라티의 레이싱 DNA를 계승한 그란투리스모 스포츠를 시승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세라티는 1914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시작된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또한 F1 대회를 비롯해 다양한 레이싱 대회에 참전하며, 고성능 차량을 꾸준히 제작해왔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스포츠 / 사진=미디어펜
그란투리스모는 100년 넘게 이어온 마세라티 고성능 차 제작 철학을 가장 순수하게 담은 모델로 지난 2007년 공개된 이후 무려 12년간 판매되며 마세라티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군림했다.
그란투리스모는 아쉽게도 지난해 11월 부로 단종됐다. 하지만 국내 열혈 마세라티 매니아들 사이에서 꾸준히 회자 되며 여전히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10년이 넘는 기간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 속에 많은 이들의 드림카로 자리잡았던 그란투리스모의 발자취를 정리해봤다.
강력한 엔진의 성능과 가속력이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에너지라면, 유려한 외관 디자인은 그란투리스모의 치명적인 매력이다. ‘아름답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날렵한 차량의 자태는 소유욕을 자극한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스포츠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디자인 / 사진=미디어펜
그란투리스모 특유의 삼지창 엠블럼과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은 현행 마세라티 차량 들에도 그대로 적용돼 전통적인 디자인을 이어가고 있다. 인기리에 판매 중인 마세라티의 SUV 르반떼에서도 흡사한 디테일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그란투리스모가 마세라티 전 차종에 영향을 주는 선구적인 역할을 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스포츠 측면 디자인 / 사진=미디어펜
장거리를 고속으로 이동하는 GT(그랜드 투어로)콘셉 차량답게 측면의 길이는 길쭉하고 늘씬하다. 휠베이스가 상당히 긴 편이기 때문에 차량의 생김새에 비해 승차감이 좋은 편이며 디자인의 균형감도 뛰어나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스포츠 인테리어 / 사진=미디어펜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스포츠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 / 사진=미디어펜
실내로 들어서면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아날로그적인 인테리어를 볼 수 있다. 전자 장비가 만재된 최신 차량 들과는 전혀 다른 구성이다. 스포츠카 본연의 특성을 담아 운전석에 앉으면 오롯이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아날로그 계기판의 우아한 글자 폰트와 속도계를 가리키는 빨간 바늘이 디테일하게 표현돼있어 매력적이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스포츠 4.7ℓ V엔진 / 사진=미디어펜
시동을 걸면 460마력의 고출력을 발휘하는 4.7ℓ V8 자연흡기 엔진이 우렁찬 배기음을 쏟아낸다. 세계적인 이탈리아의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열정적으로 사랑했다는 마세라티의 배기음은 직접 들어보지 않고는 섣불리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로 풍성하고 아름답다.
ZF제 6단 자동변속기와 합을 맞춘 460마력의 고성능 엔진은 일반적인 도로 환경에서 출력의 30%도 사용하기 어려울 만큼 성능이 강력하다. 또한 모든 동력을 뒷바퀴에 전달하는 후륜구동인 만큼 정통 스포츠카다운 직관적이고 짜릿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다만 자칫 타이어가 접지력을 잃고 미끄러질 수 있으므로 차량의 특성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며, 숙달된 운전실력이 일정 부분 동반돼야 한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스포츠 후면 디자인 / 사진=미디어펜
가슴을 울리는 풍성한 배기음, 직관적인 핸들 조작, 강력한 브레이크 시스템이 결합 되면서 운전의 순수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란투리스모는 마세라티를 대표하는 순수한 스포츠카라 불러도 손색없다. 출시 12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멋진 디자인과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만큼, 단종되지 않고 개량된 모델이 꾸준히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마세라티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란투리스모를 뒤로한 채 후속 모델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 2014년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공개했던 ‘알피에리’가 그란투리스모의 직접적인 후속 모델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오는 5월 차량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마세라티의 신형 GT카 알피에리는 다운사이징을 거친 V6 3.0ℓ 가솔린 엔진과 모터를 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될 전망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되는 환경규제와 자동차의 전동화 전환에 마세라티도 동참하고 있다. 그란투리스모의 또렷한 개성과 아름다운 고성능을 새로운 후속작이 어떠한 방식으로 해석할지 기대가 모아진다.
[미디어펜=김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