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이 제시한 보수 재건 3원칙을 수용할 태세가 보이자 보수 진영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 대표는 이날 '유 의원의 3원칙' 수용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황 대표가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 구상을 발표한지 하루만에 보수 통합이 가속화될 전망이었다. 하태경 새보수당 책임대표와의 만남도 이날 오후 일정에 포함됐다.
유 의원이 내건 보수 재건 3대 원칙은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 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 허물고 새집 짓자 등이 골자다. 유 의원과 새보수당 측은 이 원칙 하에서만 통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황 대표의 이러한 계획이 보도되자 당내 '탄핵 반대' 의원들이 강렬하게 반발하면서 이날 예정됐던 '유 의원의 3원칙 전격 수용' 선언 계획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왼쪽)와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사진=(왼쪽)자유한국당 (오른쪽)연합뉴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밤사이 친박 의원들이 황 대표에게 집중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한 뒤 황 대표가 (3원칙 수용 선언을) 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며 "3원칙을 받아들이고 두 사람이 공식적으로 만났으면 중도 확장에 도움이 됐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당 A 의원도 7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통합을 위해 계속 노력은 하고 있는 것이고 구체적 방법에 대해서는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계속 맞춰가야 하는 것"이라면서도 "뭉쳐야 산다"고 전했다.
이처럼 아쉬운 목소리가 있는 반면, 당내에서는 108명의 제1야당이 8명의 새보수당에 주도권에서 밀리면 되겠느냐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황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다.
또한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핵심 쟁점을 어떻게 수용할 수 있느냐는 반발과 유 의원을 '꽃가마' 태워 받을 수는 없다는 입장도 표출됐다.
한국당의 B 의원은 "황 대표가 답답하다"면서 "(유 의원과 3원칙을) 어떻게 수용하나.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즉각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C 의원도 "통합이라는 대의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유 의원을) 개선장군처럼 받아들이면 불쑥 통합이 잘 되겠나"라고 반문한 뒤 "(유 의원이) 자기반성 있는 모양새여야 통합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았다.
D 의원은 황 대표의 고민과 의견을 존중한다면서도 "보수 통합 가치 앞세우고 탄핵을 묻는다고는 했지만 또 우리공화당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얘기하거나 한쪽으로 정리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어떤 게 정치적으로 유리할까 계산이 복잡하고 딜레마일 것"이라면서 "다만 정통 보수를 놓쳐서는 아무 것도 안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공동대표는 "소위 개혁 보수라고 하는데, 언제든 왔다갔다하고 날아다니는 표"라면서 "앞날을 위해서라도 기본적으로 정통 보수를 잡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치학계와 보수 진영에서도 한국당의 유 의원 3원칙 수용 방침에 대해서는 격렬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부 의석이라도 합하면 좋겠다는 회고적 사고로는 총선 득표에 매우 비관적이고 불확실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입장이다.
김행범 부산대 교수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보수 정당 이념 가치의 확립 없이, 자신의 정체성도 스스로 모르는 수식어 달린 보수들의 일시적 집합은 무의미하다"며 "그들을 다 모아놓으면 한국당 스스로 좌파가 가장 공격하기 쉬운 상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수가 통합된다기보다 오히려 범여권의 틈새 공략으로 무너지기 쉬운 취약한 상태가 될 것으로 분석한 것이다.
김 교수는 이어 "현 의석이 미래 의석을 낳는 게 아니고 이념 가치가 의석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보수의 이념 가치 정립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탄핵의 강을 건너자'라는 핵심 쟁점과 관련해서도 "탄핵은 묻을 수 없다. 그건 자멸행위다"라며 "보수·우파의 반문재인 정서의 근저에는 바로 불법 탄핵이 있으며 이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과거 소위 '민주화 세력'이라고 하는 자들이 스스로 광주 사태 이슈를 잊어버리고 싸우겠다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탄핵의 부당성은 계속 주장해야 하며 이것이 반문재인 정서의 최대 자산"이라고도 덧붙였다.
한 보수 성향 시민단체 대표는 기자에게 "탄핵 부당성의 진실을 묻고 어떻게 승리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안철수·유승민은 가만 놔두면 자연 소멸할 구시대 인물들인데 어떻게 그들과 손을 잡고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며 나라를 살리겠다고 감히 얘기할 수 있는지, 이제는 황 대표를 버려야 자유우파 국민들이 살 수 있을 것 같다"고까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