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임명을 공개 반대하며 사퇴를 주장했던 임무영 서울고검 검사(57·사법연수원 17기)가 7일 명예퇴직했다. 임 검사는 조 전 장관과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로도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 정경심 교수 검찰 출석 당시 공개소환 전면 폐지를 지시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임 검사는 이날 햇수로 30년 동안 근무했던 검찰을 떠나며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지난 검찰 생활을 돌아보며 후배 검사들을 향해 몇 가지 당부의 말을 남겼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법안도 거론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임 검사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간략한 소회를 전하며 "선거법과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이 3가지 법이라는 것은 국가의 기본 체제를 완전히 흔들어버리는 것"이라고 크게 우려했다.
그는 "공수처와 수사권조정은 검찰 직접 당사자로서 심각한 법안이라고 생각한다"며 "대검의 입장은 국회 뜻에 따르는 것이 기본이지만 국회가 어떤 법이든 다 입법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령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김정은 북조선 연방제통일법이란 걸 상정해버리고 입법해버리면 그걸로 되겠는가. 마찬가지로 공수처와 수사권 다 위헌적이고 국회의 입법권을 벗어나는 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7일 명예퇴직한 임무영 검사(오른쪽)와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임무영 제공
임 검사는 "국회 뜻을 무조건 따른다가 아니라 (국회가) 잘못했다면 잘못이라고 입장을 밝힐 줄도 알아야 하는데 대검이 대응을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있게 발언했다.
이어 현재 국회 모습에 대해서도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삼권분립이 전혀 아니다. 견제와 균형이 아니라 행정부와 일체가 되는 내각제 비슷한 국가가 되어가고 있다"며 "헌법에 맞지 않고 굉장히 위헌적"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게 다 맡기고만 가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무겁다"며 "후배들이 잘해줬으면 좋겠다고는 했는데 현재 검찰 시스템과 구성원을 봐서 결기있게 저항할 수 있을 지는..."이라고 말끝을 흐리며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또한 명예퇴직 시기와 관련해서는 "정치권의 검찰 흔들기에 대한 비판적 생각은 사실이지만 그래서 명예퇴직을 신청한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어쩌다보니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임명 시기와 날짜가 겹쳐진 것뿐인데 시기가 괜히 미묘해졌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향후 계획과 정치권 진출 의사에 대한 질문에는 "우선 개업해서 변호사로서 발이 무겁지 않게, 가볍게 원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다른 일 하다가 부업으로 정치를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리부터 준비하고 경험을 쌓고 최선의 노력을 한 분들이 하는 것"이라면서도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크다. 변호사도 기본은 나라가 올바르게 살아있어야 활동할 수 있는 거지, 나라가 정말 망할 것 같으면 뜻을 펼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위태로운 이 나라가 저를 필요로 해준다면, 제가 희생을 각오하고서라도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하면 마다하지는 않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앞서 임 검사는 이프로스에 자신의 명예퇴직을 고하며 장문의 인사의 글을 남겼다.
그는 "제가 고검에서 후배 여러분들께 제법 잔소리하고 귀찮게 구는 편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그렇게 한다고 제게 뭐 하나라도 득이 되는 건 없다"면서 "그럼에도 그렇게 한 이유는 딱 한가지. 여러분들의 잘못된 결정은 그냥 업무상 부득이한 과오로 치부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당사자인 국민들에게는 치명적인 억울함이 되고 그 결과는 국민의 피해와 함께 검찰에 대한 불신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떠나는 마당에 여러분들께 큰 부탁 하나와 작은 부탁 두 가지를 드리고자 한다"며 크게는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인권보장기관으로서의 존재 가치 확인을 위해 정치권이 넘보지 못하는 검찰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말을 남겼다. 이어 일선의 검사 개개인이 사건 기록을 성실하게 봐줄 것을 당부했다.
임 검사는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법안과 관련해 "나라의 사법체계가 송두리째 뒤집히는 중차대한 일을 별다른 연구도 없이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에 따라 과감하게 결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암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을 맞아서 검찰 가족 여러분은 물론이고 제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회한 섞인 말을 하며 "공수처도, 수사권조정도 생각해 보면 프레임 싸움에서 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수처, 수사권조정은 위헌적이라는 입장에서 출발하지 않고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프레임 안에 들어간 뒤 결과를 조금이라도 옳은 쪽으로 이끌어보려고 노력했지만 그건 이미 출발점부터 잘못된 목적지를 겨냥하고 있었다"고 쓴소리를 남겼다.
그러면서 "존재 자체가 위헌적이고 향후 운용 과정에서도 온갖 위헌적 사태를 초래할 공수처는 물론이지만, 근대국가가 인권 보호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어렵사리 탈피했던 경찰국가로 되돌아가려는 시도의 첫 단추를 꿰는 수사권조정법안 역시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리에서 볼 때는 위헌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임 검사는 "하지만 위헌 결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이미 법제화를 통해 생명력을 얻고 스스로 굴러가기 시작한 공수처, 수사권조정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폐해를 끼치게 될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초임검사들이 청운의 꿈을 품고 검찰에 입문할 때 가슴에 새기기 마련인 '거악 척결'이라는 구호는 이제 검찰뿐만 아니라 국민의 곁을 영원히 떠나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임 검사는 "어찌 보면 우리 검찰의 자업자득인 면도 있다"며 "우리가 좀 더 제대로 일했으면 국민이 우리 편이 되고, 그러면 이런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았겠나"라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임 검사는 공수처와 검경수사권조정안에 대해 "우리 검찰 내부에서의 대응책에 대한 토론조자 별로 없었던 점은 무척 아쉽다"며 "앞으로라도 그런 과정을 통해 국민을 위한 일치되고 합리적인 대응책이 도출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 검사들을 향해 올바른 결론을 위해 꼼꼼한 경찰 의견서 검토와 변호인과의 성실한 접견도 당부했다. 과정에서 왜곡의 흔적과 과오를 바로잡음으로써 "작은 사건에서 신뢰를 계속 쌓아간다면 언젠가는 국민의 검찰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날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당부하며 "검사가 지닌 권한 중 가장 큰 것은 역설적으로 '사건을 처리하지 않은 권한'"이라며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사건을 장기 방치하는 일은 별다를 것 없는 업무의 일환일 수 있어도 당사자들에게는 피를 말리고 커다란 심리적 부담이 가중되고 잠을 못 이루는 기간이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괜히 말이 길어졌다. 여러분들께서 검사라는 자리가 국민 개개인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위치인지를 깊게 무겁게 생각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는 말로 장문의 글을 마무리 했다.
임 검사는 1963년생으로 82학번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5년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 17기를 수료했으며 이후 부산지검 공안부 부장검사, 춘천지검 영월지청장, 수원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 부산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 대전고검·서울고검 검사 등을 역임했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