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신분사회는 조선조의 통치체제를 뒷받침했다. 주자학적 이데올로기는 좌파적이다. 경제와 상업 무역 등 생산력 증강을 천시한다는 점에서 반기업적이다. 반경제적이다. 실사구시와도 상극이다.
사대부와 양반들이 공자왈 맹자왈 하면서 국가경쟁력, 국익에 소홀했다. 생산력을 등한시하면서 경제력향상이 불가능했다. 과학과 기술을 천대하니, 혁신이 일어날 수 없었다. 국방력도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미약했다. 경제발전이 600년간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한채 제자리걸음만 했다. 국방과 안보는 명나라에 의존했다. 사대주의가 극성을 부린 시기였다. 경제도 최악의 시기였지만, 정신력도 심각하게 타락했다.
사대부들은 나라안보와 국방을 명에 의존하면서 유교의 극단적 공리공론인 주자학적 이데올로기에 함몰됐다. 임진왜란과 정묘호란 당시 사정을 보면 도저히 나라라고 할 수 없었다. 국방력의 근간이었던 쌀생산력이 극도로 빈약했다. 명나라 이여송 군대가 지원군으로 왔을 때 군량을 대지못해 온갖 수모를 당했다. 이여송은 군량은 물론 마초도 없어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그를 접대했던 이덕형을 꾸짖었다.
임란 당시 영의정을 맡아 고군분투했던 유성룡은 군량을 확보하지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진실로 쌀을 확보하지 못하겠다"며 눈물로 선조에게 계사를 올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임린 때 조달할 수 있는 쌀이라고 해야 고작 1만명 분량에 불과했다. 그것도 5일이면 바닥날 수 있는 분량이었다. 그런 군량마저 명나라 원군에게 먼저 제공하고 나면 정작 조선군대가 먹을 양식이 턱없이 모자랐다. 왜군과의 전쟁은 물론 군량확보까지 모든 책임을 떠맡았던 유성룡이 직책이 없는 관직까지 팔았다. 이른바 공명첩이다. 조선이 세미로 연간 확보할 수 있는 쌀은 고작 60만석에 불과했다. 명나라 이여송군대가 1593년에 4만5000명을 거느리고 왔을 때 먹일 식량이 45만석이었다. 조선이 백성들로부터 거둬들인 쌀이 고작 명나라 원군을 먹일 군량대기에도 벅찼던 것이다.
임란 당시 처절한 상황을 보자. 다음은 류성룡이 선조에게 올린 보고서내용이다.
“명군에 양식을 주고 나니 오직 좁쌀과 물에 젖은 썩은 쌀만 남았습니다. 이 좁쌀과 썩은 쌀도 우리 군사들에겐 한 사람당 하루 겨우 1되7홉밖에 주지 못합니다. 군사들은 이 양식으로 굶주린 그들의 처자와 나눠 먹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마저도 줄 수가 없어 모두 굶주렸으니, 얼굴은 누른빛만 띠고, 기력이라곤 하나도 없습니다. 설사 적을 토벌할 분기심과 용기가 있다고 해도 발휘할 방도가 없습니다. 너무 원통하고 절박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하겠나이다.“
조선은 임진왜란 7년내내 군량확보가 안돼 궁핍상태에서 허우적거렸다. 조선조 600년은 도저히 나라라고 할 수 없었다. 이런 나라가 어떻게 수백년간 유지됐는지 의문이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가 쓴 <류성룡, 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나이다>라는 책에는 조선이 왜군의 침입으로 망하지 않은 것은 오로지 천찬(天贊)이라고 했다. 하늘의 도움으로 유지됐다는 것이다. 송복 교수는 “하늘이 돕지 않고는 조선이 살아날 길이 없었다”고 한탄했다.
주자학적 세계관에 함몰돼 있던 조선조 왕조가 600년이나 지속된 것은 한민족의 불행이었다. 생산과 경제를 무시하고, 상인과 공인을 천대하고, 나라안보는 명에 의존하는 사대주의로 허송세월했다. 선비와 사대부들은 공허한 주자학적 이데올로기에 빠져 나라를 가물가물하게 만들었다.
주자학적 사농공상 통치이념이 다시금 부활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한때 비상하는 국운이 이대로 기력을 다하고 있는 것같다. 성장을 통해 국력과 경제의 파이를 키워야 하는데, 우리는 지금 경제민주화 광풍을 맞아 거꾸로 가고 있다. 기업인을 죄인시하고 있다. 투자와 일자리창출의 주역들이 힘겨워하고 있다. 30대그룹중 상당수 총수들이 구속되거나, 재판을 받느라 고초를 겪고 있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의 반기업적 규제는 역대정권 이래 최고수준이다.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 등 30대그룹들은 전방위규제로 신음하고 있다. 한국기업의 강점인 그룹경영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순환출자를 규제하면 그룹경영의 장점이 사라지고, 미래 먹거리 투자마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거래비용최소화를 위한 계열사간 수직계열화도 일감몰아주기라는 이유로 세금을 부과당하고 있다. 무슨 안전사고 나면 매출액의 최고 5%를 손해배상금으로 내야 한다. 중소기업과의 거래에서 납품단가를 낮추고, 거래물량을 조정하면 기혹한 처벌을 받는다. 금산분리한답시고, 은행에 대한 기업들의 지분참여가 거의 차단돼 있다. 금산분리에 매몰되면서 국내은행들은 외국인들이 경영권을 장악했다.
기업들이 선호하는 수도권투자도 막혀있다. 이러니 외국으로 나가지 않을 수 없다. 일자리를 걷어차는 게 요즘 정부의 규제정책이다. 세계 최악의 노조도 기업과 기업인들의 의지를 꺾고 있다. 노조가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제조업의 탈한국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과거 한강의 기적같은 고도성장이 가능하겠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저성장이 고착화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최근 성장률은 북한의 그것과 비슷하다. 국민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이래갖고 무슨 통일에 대비한 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가?
▲ 조선왕조 600년을 지탱해온 사농공상의 주자학적 이데올로기가 김영삼 정부이후 부활했다. 주자학적 통치체제는 생산력 증대 실사구시와 부국강병 자주국방과는 거리가 멀다. 사농공상의 신분질서는 기업인을 하대하면서 평등과 분배의 사회민주적 경제민주화로 이어져 나라경제를 어둡게 하고 있다. 부산지역의 시민단체가 경제민주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요즘 횡행하는 반기업 반기업인 규제는 주자학적 세계관과 유사하다. 기업과 기업인의 발목을 잡아서 경제발전을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시에 합격한 관료가 정책을 장악하면서 경제인과 기업인들을 하수로 취급한다. 조선조시절 사대부가 공인과 상인들을 천대하는 것과 비슷하다. 관료가 기업인위에서 군림하고, 규제로 못살게 군다.
국민들에게 가장 원성을 사고 있는 정치인은 말할 것도 없다. 여의도 국회사람들은 가장 혐오스런 집단으로 전락했다. 경제민주화광풍이 불어닥친 이후 온갖 기업규제책을 양산했다 툭하면 기업인을 소환해서 망신주고 겁박했다. 새민련 을지로위원회는 멋대로 기업들을 방문해 안하무인식으로 겁주고, 윽박지르고 있다. 입법에 전념해야 할 정치인들이 대기업들을 사사건건 괴롭히는 집단으로 변했다.
언론도 반기업적 행태를 서슴지 않고 있다.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좌파매체도 심각하지만, 연합뉴스와 조중동도 요즘엔 반기업 콘텐츠를 양산하고 있다. KBS 등 지상파 방송은 이미 노조에 장악됐다.
EBS는 얼마전 자본주의 특집방송을 하면서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을 방송하며 칭송했다. 발렌베리그룹은 이익의 70~80%를 사회에 환원한다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삼성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들의 영리추구행위를 비난하는 듯했다. 내용도 엉터리지만, 이런 방송이 버젓이 나가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게 문제다. 좌파작가에 좌파적 성향을 가진 PD들이 방송가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시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세력들이 방송계를 주무르고 있다.
좌파시민단체는 악마의 집단같다. 기업을 죽이지 못해 안달하고 있다.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에 대한 규제완화는 무조건 반대한다. 무슨 특혜를 준다는 이유를 들이대며 대기업들을 물어뜯는다. 그룹총수나 최고경영자가 무슨 경영행위를 하면 수시로 배임죄 등으로 고발하는 등 재계를 압박하고 있다. 반기업 좌파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정몽구 현대차회장이 그룹의 100년 앞을 내다보고 결단을 내린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를 매입에 대해 배임죄 운운하며 황당한 선동질을 해대고 있다.
관료, 정치인, 언론, 좌파시민단체 모두 조선조 선비(士)계급들이다. 권력을 장악해서 공리공담으로 날새고, 말과 글로 국익과 실사구시, 부국강병을 주도하는 경제인들을 힘들게 한다.
민족사에서 우파적 성향의 정권이 출현했던 유일한 시기가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시절이다. 이들 대통령은 좌파적 사대주의, 주자학적 이데올로기를 거부했다. 자력갱생, 국가경쟁력강화, 실사구시, 경제중시, 안보강화 등에 힘썼다.
하지만 김영삼 문민정부이후 주자학 통치질서가 부활했다. 다시금 좌파적 정치, 반기업적 경제정책이 부활했다. 시장경제에 기반한 정책은 사라졌다. 성과를 내는 개인과 기업에 대한 동기부여, 인센티브는 철폐됐다. 획일적인 분배와 평등을 강조하는 사회민주적 정책들이 횡행했다. 가진 자, 부자, 열심히 일해서 성공한 사람들을 끌어내렸다. 나라전체를 하향평준화시키는 데 혈안이 됐다. 좌승희 미디어펜회장은 "우리나라는 이미 마르크스의 제자들이 됐다"고 강조했다.
김영삼대통령은 돈많이 가진 것이 고통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대중대통령은 외환위기 IMF지시를 충실히 따른다며 제조업기반을 붕괴시켰다. 30대그룹 중 대우 기아 쌍용 한보 진로 동아건설 등 16개그룹을 부도로 쓰러지게 했다. 김대중대통령과 이헌재 금감위원장 강봉균 청와대 경제수석 등 경제관료들은 대마불사 신화를 깼다며 의기양양했다.
김대중과 이헌재 강봉균이 깼다는 대마불사는 무엇인가? 한국제조업의 성장동력을 갉아먹은 것에 불과하다. 환란이후 한국경제가 저성장덫에 빠진 것은 김대중정부의 제조업죽이기에서 비롯됐다. 성장과 일자리창출의 기반인 재벌들이 대거 쓰러지면서 투자부진, 생산력 감퇴, 청년실업, 가계부채 급증, 중산층 몰락등을 가져왔다.
김대중정부는 IMF지침을 충실히 받들었다. IMF모범생을 자처했다. 그들은 IMF뒤에 숨은 미국 일본 유럽기업들의 흉계와 간계를 보지못했다. 그들의 대한민국 제조업 죽이기에 공범역할을 했을 뿐이다. 대우를 죽이는 과정을 보면 월가와 선진기업들의 음모가 잘 드러난다.
좌파적 정책은 1인1표의 민주주의가 만개하면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성장과 번영의 길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번영과 성장은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사람과 기업인에 대한 차별화에서 나오는 것을 부인하기 때문이다.
획일화한 분배와 평등정책의 폐해는 공산주의의 몰락에서 우리가 익히 경험했다. 그런데도 한국사회는 평등민주주의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차별화를 부정하는 이데올로기와 정책은 모두를 가난하게 만들 뿐이다. 마르크스적 평등 분배사회는 유토피아에 불과하다. 그것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우리는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고 있다. 그것도 빠르게...지옥으로 가는 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길로 가고 있다. 지옥의 문으로 진입중이다. 이승만 박정희시절 잠깐 융성했던 우파적 정책과 부국강병정책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우리는 지금 경제가 추락하느냐, 재상승하느냐의 중요한 분기점에 있다. 일본식 잃어버린 20년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죽어가는 경제를 회복시켜 국운상승의 활로를 열어야 할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된다. 지금은 글로벌 경제전쟁이 격심해지고 있다.
한국경제의 심장인 삼성전자마저 위기에 휩싸여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지난해 매분기 10조원대에서 올들어 지난 2분기 7조원대로 급감했다. 3분기에는 4조는커녕 3조원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우울한 소식마저 들리고 있다.
미래학자 최윤식이 최근 펴낸 <대담한 미래2>에는 삼성전자가 2016~2017년 되면 몰락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샤오미 등 중국업체가 삼성을 추월하고, 유럽과 미국, 일본기업들이 반격을 하면서 삼성의 입지가 흔들릴 것이라는 게 최윤식의 예측이다. 심지어 삼성이 주력인 갤럭시 S5 등 스마트폰 사업의 경쟁력약화와 미래신수종사업의 부진으로 그룹이 3개로 분할되고, 2016년 기준 향후 3~4년안에 주가마저 1/20~1/40로 추락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마저 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예측은 틀릴 가능성이 높다. 삼성도 이같은 위기에 치밀하게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려진 위기는 위기가 아니라는 말도 있다. 삼성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현재의 위기가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삼성의 부단한 혁신과 미래먹거리 개발이 절실하다. 삼성이 이같은 위기를 잘 극복하도록 박근혜정부와 정치권, 언론, 시민단체가 협조해야 한다. 발목만은 잡지 말아야 한다.
한국이 저성장을 벗어나 재도약의 길을 걷기위해선 좌파적 세계관, 주자학적 사농공상 이데올로기를 걷어내야 한다. 그것은 대한민국, 한민족의 국운상승과 통일역량 강화에 필수적이다.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실사구시적 차원에서 기업들이 신바람나게 일하게 멍석을 깔아줘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 언론, 시민단체 모두 기업들의 협력업체다. 기업이 성장하고 이익을 내야 세금이 잘 걷혀 법인세를 내고, 임직원 봉급도 줄 수 있다. 관료와 정치인, 언론들은 기업들이 낸 세금으로 먹고 산다. 자신들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는 기업을 멸시하고 못살게 굴면 안된다. 기업이라는 원청업체가 매출증가와 영업이익 확대에 올인할 수 있도록 하청업체인 관료 정치인 언론, 시민단체는 치어리더가 돼야 한다. 선비의 허위의식을 버려야 한다. 기업위에 군림하고, 이들의 발목을 잡는 훼방꾼이 돼선 곤란하다. [미디어펜=이의춘 발행인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