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유진의 기자]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잠재우려고 시행한 초강도 12·16부동산 대책이 한 달을 맞았다. 서울 강남권 주택시장은 거래가 줄고 냉기가 돌고 있는 반면 저평가됐던 비강남권과 수도권 9억원 이하 주택에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며 시장의 온도차가 분명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대책이 실수요자 위한 방안이 될 수 있지만 정작 실수요자들은 내집 마련하는 데 더 어려워졌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12·16대책 발표 이후 15억원 초과 주택이 밀집한 강남 지역은 유동자금이 묶이며 전반적으로 관망세로 돌아섰고, 급매물도 줄어들고 있다. 특히 가격을 낮춰놓아도 추가 가격 하락을 기다리는 매수 대기자들이 증가하면서 거래 위축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확인한 결과, 지난달 17일부터 서울에서 아파트 거래가 신고된 총 1246건 가운데 9억 이상 고가의 거래는 155건으로 집계됐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환산하면 12.4%에 불과했다.
작년 10월 기준 서울의 9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 비중이 31.7%에 달한 것을 감안하면 불과 두 달 사이에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 것이다. 실거래 신고기한인 60일을 고려해도 현재 정부가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예고하고 있어 9억원 이상 거래비중이 갑자기 늘어날 확률은 낮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선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전용 76㎡가 현재 19억8000만∼20억5000만원 대에 매물이 나와 있다. 지난해 말 정상 매물 가격 대비 5000만~1억원 이상 하락한 가격이지만 매수세가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구 반포·잠원동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들은 "대책 발표 후 집을 사겠다는 매수 문의는 거의 사라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주공1·2·4주구,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 등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경우 대책 발표 이후 전고점 대비 3억~4억원 이상 떨어진 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마저도 거래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6.49㎡는 최저가 급매물이 대책 직전 21억8000만원에서 대책 발표 이후 19억9000만원으로 떨어지더니 지난주에는 19억4000만원까지 하락했다. 12·16 대책 발표 전에는 최고 23억5000만원을 호가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계속된 강도 높은 정부의 규제 정책은 확실히 강남 부동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부분 전세를 끼고 무리해 집을 산 투자자들이 버티지 못하고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단 강남은 교육 중심의 지역인 만큼 정부의 의도대로 쉽게 내려갈 지역은 아니다"라며 "향후 정부의 정책 방식이 또 어떻게 강해질 지는 지켜봐야 하고 교육에 대한 부분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업계 관계자는 "실수요자에게 절실한 것은 현재 규제 완화라고 생각되고, 대출 규제는 치솟는 집값을 잡을 수는 있겠지만 정작 필요한 건 내집 마련하려는 수요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있어야 한다"며 "자금 부담을 낮춰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유진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