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하얏트 서울 프레지덴셜스위트룸 욕실에서 바라본 남산뷰./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호텔사업은 부동산업이다."
누가 이런 말을 했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으나, 호텔업계 안팎에서는 아직도 호텔사업을 부동산 사업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텔사업은 분명 숙박업이나 서비스업에 속하지만, 부동산에 무게를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호텔사업을 해서 큰 이익을 내기도 어렵고, 몇 년 단위로 개보수를 해야 하고 인건비 비중도 매우 높습니다. 호텔업 종사자들의 인건비도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객실 판매가격도 매년 물가 상승률과 함께 오르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호텔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객실 가격은 과거보다 내려간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해당 호텔들의 부동산 가치는 신축 당시와 비교해 보면 엄청나게 올랐을 것입니다. 인건비와 객실 가격은 잘 오르지 않는데, 부동산 가치가 오르는 곳이 호텔업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수혜는 당연히 호텔 오너이자 부동산 소유자일 것입니다. 해외 유명 체인 호텔들이 많은 수수료를 가져가는 걸 알지만, 유치하려고 노력하는 이유 중 하나도 '부동산 가치' 때문일 것입니다.
여의도 IFC에 '콘래드'라는 브랜드가 들어간 것도, 제주도 드림타워에 '그랜드 하얏트'가 오픈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 겁니다.
또 고객으로서 좋은 호텔의 기준으로 꼽는 것 역시 '입지'입니다. 한강뷰, 남산타워뷰, 지하철 연계 등 호텔을 선택할 때 뷰와 교통 등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전망에 따라서 호텔 가격이 달라지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호텔에 갔을 때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지고 편안함을 느끼는 이유도 해당 호텔이 가진 부동산적 가치 때문일 것입니다.
그랜드하얏트 서울 야외 수영장에서 바라본 한강뷰./사진=미디어펜
서울서 부동산적 가치가 뛰어난 호텔은 어디?
그렇다면 서울에 있는 호텔 중 부동산적 가치가 뛰어난 호텔은 어디일까요?
부동산 가치가 뛰어난 호텔들은 대부분 70~80년대 국내 호텔 태동기에 지어진 호텔들이 아닐까 합니다. 호텔업을 먼저 시작한 곳에서 입지 좋은 곳을 선점했기 때문입니다.
그랜드하얏트 서울, 서울 신라호텔, 워커힐호텔, 밀레니엄힐튼 서울 등이 대표적일 것입니다.
특히 배산임수의 국내 최고의 부동산 매력을 가진 곳은 그랜드하얏트 서울이 아닐까 합니다. 이 호텔은 앞으로는 한강을 내려다보고 뒤로는 남산을 볼 수 있는 탁월한 위치에 있습니다.
앞으로도 서울에서 이 정도의 명당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신축 당시 특혜로 남산고도 제한의 적용을 받지 않고 지어져, 향후 신·증축이 쉽지 않다는 점과 대중교통 이용이 좋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위치 면에서는 이 호텔을 따라올 호텔은 거의 없을 거 같습니다.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 '배산임수'의 최고의 특급호텔
그다음 명당인 호텔은 서울 신라호텔이 아닐까 합니다. 이 호텔은 1970년대 국가에서 운영하던 영빈관 건물을 삼성그룹이 맡아 호텔로 지어졌습니다. 일제 강점에는 박문사라는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기 위한 절 자리였다고 합니다. 외국의 귀한 손님의 숙소이자 사찰 자리였다는 것은 풍수지리 면에서 좋은 자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서울 사대문 안에 자리 잡고 있지는 않지만, 동대문, 종로와 가깝고 강남과의 접근성도 매우 좋습니다. 남산 초입에 있어 이태원과도 가깝고 남산 2호널만 지나면 용산이나 여의도로의 접근성도 좋습니다.
서울 신라호텔서 바라본 남산타워뷰./사진=미디어펜
그랜드하얏트 서울과 달리 지하철역과도 가까워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이 호텔은 남산타워가 매우 잘 보이며, 햇빛이 잘 드는 양지가 바른 명당으로 보입니다. 또 서울 신라호텔 뒤편 공원에는 고 이병철 회장의 동상이 세워져 있어 부(富)가 모이는 땅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밀레니엄힐튼 서울도 호텔 시설 자체는 낡았지만, 위치 면에서는 매우 뛰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호텔을 다녀봤지만, 남산뷰가 이 호텔처럼 예쁘게 나오는 곳도 없을 것입니다.
서울역 방향으로는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가 가려져 있어 제대로 된 뷰가 나오지 않지만 남산뷰는 정말 좋습니다.
서울 광장동의 워커힐호텔은 도심에서는 좀 떨어져 있지만 도심 속 휴양을 즐기기에는 이 호텔만 한 곳도 없습니다. 1960년대 지어진 이 호텔은, 초창기에는 주한 미국을 유치하기 위한 '미국 휴양지'시설이었습니다. '워커힐'이라는 명칭도 초대 미8군 사령관으로 한국전쟁 때 활약한 월턴 H. 워커를 기리는 의미로 지어졌습니다. 미군 휴양 시설로 지어진 호텔인 만큼, 이 호텔에서 바라보는 한강은 정말 탁월합니다. 뒤로는 아차산이 있어 녹지대도 많을뿐더러 배산임수의 명당이기도 합니다.
롯데호텔 서울과 웨스틴조선호텔 서울, 플라자호텔 등은 도심 속에 있어 탁월한 교통 편의성을 자랑합니다. 거기다 명동, 경복궁, 덕수궁도 가까이 있어 있으며 고층에서는 남산타워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강남권에서는 삼성동에 있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크하얏트 서울 등이 부동산적 가치가 큰 호텔이 아닐까 합니다.
호텔 태동기에 지어진 호텔 이외에 신규 오픈한 호텔 중에서는 코트야드 메리어트 남대문호텔을 꼽고 싶습니다. 이 호텔은 위치 면에서 정말 탁월합니다. 국보 1호인 남대문을 볼 수 있으며 남산타워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서울역과 명동, 경복궁 등도 걸어서 갈 수 있습니다. 바로 건너편에는 남대문 시장이 있습니다.
그랜드하얏트호텔보다 좋은 위치의 호텔은?
개인적으로 부동산 가치 면에서 최고의 호텔은 이태원에 있는 해밀톤호텔이 아닐까 합니다. 이 호텔은 그랜드하얏트 서울처럼 배산임수의 자리에 있지만, 접근성은 그랜드하얏트 서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습니다.
지하철역에서 바로 인접해 있으며, 주변에 이태원이라는 큰 관광지가 있는 것도 이 호텔의 큰 장점입니다. 서울 최중심에 있다 보니 강북과 강남을 가기에도 매우 좋습니다.
이 호텔을 볼 때마다 W호텔 브랜드가 들어서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주변 상권에 맞는 힙한 브랜드가 들어서면 매우 좋을 호텔입니다. 그런데도 이 호텔이 노후화되어 있는 채로 영업을 지속하는 건, 투자를 많이 하지 않아도 고객들이 꾸준히 오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밀레니엄힐튼 서울에서 바라본 남산뷰./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