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영진 기자] 19일 별세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탁월한 경영자이자 문학도로 알려져 있다. 젊은 날 문학에 심취했던 신 명예회장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이름에서 롯데라는 이름을 따오기도 했다. 샤롯데를 사랑한 베르테르를 정열 그 자체로 봤고,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정열'을 강조했다. 생전에 남긴 신 명예회장이 남긴 어록을 통해 그의 생활신념과 경영철학을 살펴봤다.
적어도 롯데와 거래하면 손해를 보지 않아야 합니다
기업인은 회사가 성공할 때나 실패할 때 모두 자신의 책임으로 돌려야 합니다. 정부와 국민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됩니다.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면 신중해지고 보수적이 되지요. 사업에 책임을 지다보니 열심히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일본 기업인이 신중하게 경영합니다. 나도 그렇게 하다보니까 빚을 많이 쓰지 않게 된 것입니다.
한국 기업인은 반대로 과감하긴 한데 무모하게 보일 때도 있습니다. 몸에서 열이 나면 병이 나고 심하면 목숨이 위태로워집니다. 기업에 있어서 차입금은 우리 몸의 열과 같습니다. 과다한 차입금은 만병의 근원입니다.
잘 모르는 사업을 확장위주로 경영하면 결국 국민에게 피해를 주게 됩니다. 고객이든 협력업체든, 적어도 롯데와 거래하면 손해를 보지 않아야 합니다.
1997년 부산롯데월드 개관식에 참석한 식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사진=롯데그룹
세계 최고의 빌딩
외국 관광객들에게 언제까지나 고궁만 보여 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세계 최고의 그 무엇이 있어야 외국 사람들이 즐기러 올 것 아닙니까. 세계 최고의 건물이란 것 자체가 자동적으로 좋은 광고 선전이 되지요. 무역센터도 될 수 있고 위락시설도 될 수 있는 그런 건물을 지어야 합니다. 서울에서 그럴 수 있는 자리로서 적합한 곳은 잠실이라고 봅니다.
지금 세계 각국은 관광레저를 21세기 전략산업으로 꼽으며 육성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추세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상품수출을 통한 외화획득 못지않게 관광레저 산업도 외화획득의 중요한 재원이 될 수 있는데 말입니다. 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계획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관광산업의 외화가득률은 90%가 넘습니다. 제조업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조업만 좋은 것이고 호텔이나 음식점을 하면 안 좋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관광업이나 유통업도 농사짓는 것이나 수출하는 것에 못지않게 필요한 사업입니다. 잘못된 편견은 버려야 합니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롯데호텔 설립 추진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사진=롯데그룹
베르테르 경영철학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롯데라는 신선한 이미지를 기업명과 상품명으로 택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베르테르는 그의 여인 샤롯데에 대한 사랑에 있어 정열 그 자체였습니다. 그 정열 때문에 그는 즐거웠고 때로는 슬펐으며 그 정열 속에 자신의 생명을 불사를 수 있었습니다. 일 할 때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정열이 있으면 어떠한 어려운 일이라도 즐겁게 이겨낼 수 있지만, 정열이 없으면 흥미도 없어지고 일의 능률도 없어집니다. 경영자의 정열과 직원 모두의 정열이 하나의 총체로 나타날 때 그 회사는 큰 발전이 기약됩니다. 뜨거운 정열을 갖고 업무에 임해달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