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검사냐, 조국 변호인이냐?" 지난 18일 저녁 윤석열 검찰총장을 포함한 검사 수십명이 참석한 장례식장에서 고성이 터져나왔다. 놀랍게도 조국 전 장관의 무혐의에 화가난 한 시민의 외침이 아니었다. 대검찰청 간부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터뜨린 말이었다.
'총대'를 맨 주인공은 바로 양석조 선임연구관이었다. 조국 전 장관 일가와 관련된 수사를 지휘했던 양석조 선임연구관이 자신의 직속 상관인 심재철 검사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반말 섞인 말투로 "네가 검사냐", "조국 변호인이냐"라고 항의했던 것이다.
사실 양 선임연구관이 먼저 총대를 맨 것 뿐이지, 이건 언젠가는 터질 문제였다. 이른바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1.8 대학살' 이후 좌천된 한동훈 검사장의 후임으로 온 심 부장은 공공연하게 "조 전 장관은 무혐의"라는 의견을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놀라운 점은 그가 이러한 주장을 조국이 공직자윤리법 위반,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재판에 이미 넘겨져 있었던 상태에서도 계속 고수했다는 것이다. 혐의가 어느정도 입증돼 재판에 넘겨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 지휘자가 '무혐의'라고 주장하고 있었으니, 정상적인 검사라면 충분히 심 검사장을 '조국 변호인'이라 생각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물론 이건 비단 검사의 문제만은 아니다. 적어도 상식 수준의 도덕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추미애의 이번 인사가 공정과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 동의한다. 검찰이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과 조 전 장관의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와중에 수사와 관련된 검찰 간부들을 좌천시켜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는 결코 정상인들의 사고방식에서는 이해될 수 없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로 검찰내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18일 한 검찰 간부 장인상 빈소에서 양석조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차장검사)이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향해 “조 전 장관이 왜 무혐의냐”며 항의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이러한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갖추지 못한 인간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사람 수라도 적으면 자연스럽게 도태될텐데, 수도 많고 심지어 목소리까지 크다. '대깨문'으로 시작되어 '청와대'까지 이어지는 이 '정신 착란'에 빠진듯한 집단은 결코 추미애의 인사를 문제거리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추미애의 인사를 '정의롭다'라고 믿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신년 기자회견에서 추미애의 인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사권은 검찰에 있습니다. 그러나 인사권은 장관과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검찰의 수사권이 존중되어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검찰 인사권은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의 소관이니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제왕적인 문 대통령의 모습은 윤석열이 '명을 어겼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이런 추태를 보이니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이번 검찰 인사를, '조선시대 관리를 유배 보내는 것'과 유사하다고 하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이런 문 대통령과는 다르게 한 양심있는 정치인은 "대통령 및 청와대가 검찰 수사와 인사에 관여했던 악습을 완전히 뜯어 고치겠습니다"라고 했었다. 이 정의로운 정치인의 이름은 다름아닌 문재인이다. 2012년 대선후보일 당시만 하더라도 악습이라며 뜯어고치겠다던 사람이 이제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하니 이걸 병적 증상이 아니고 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싶다.
문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이성적 사고가 마비되어 집단 최면 상태에 빠진 대깨문들은 "네가 검사냐, 조국 변호사냐?"라는 양 선임연구원의 말에 분노를 느낄 것 이다. 이들을 위해 나는 한마디 말만 더 첨언하고자 한다.
"상관의 물법부당행위를 따르지 않는 것은 '항명'이 아니라 '의무'다!" 대단히 정의로운 이 말은 어떤 철학자의 격언은 아니다. 거창한 말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조국 본인이다. /성제준 객원 논설위원
[성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