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서 분향하고 있다./사진=롯데그룹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지난 19일 별세하면서 신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과 롯데의 앞날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재계에서는 2015년 '왕자의 난' 이후 공고화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원톱' 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신 명예회장이 가지고 있던 롯데 지분이 신동빈 회장과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이 경영권 다툼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향후 롯데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경영권 분쟁이 아닌 유통과 화학 등의 사업 부진과 해외 진출, 호텔롯데 상장,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 얼마나 빠르게 대처하느냐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고(故) 신 명예회장 롯데지주 지분율은 3.09%다. 주요 계열사 가운데 롯데제과 4.48%, 롯데칠성음료 1.3%, 롯데쇼핑 0.93%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율 역시 0.4%에 불과하다. 분쟁을 초래할 만한 지분율은 아니라는 평가다.
신격호 회장 사후에도 신동빈 '원톱'체제 흔들리지 않을 듯
반면 지주사를 중심으로 한 신 회장 지분구조는 안정적이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신 회장 개인 지분도 많이 늘어났다. 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 신 회장 지분은 11.71%로 총수 일가 중 가장 많다. 신 전 부회장 지분은 0.2%에 그친다. 가족 일가가 상속 지분을 나눠 갖는다고 해도 신 회장 지분에 크게 못 미친다.
롯데지주는 롯데제과 지분 48.42%, 롯데케미칼 23.76%, 롯데칠성음료 26.54%, 롯데쇼핑 40.00%를 보유한 대주주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영진 및 주주들도 신 회장 체제를 지지하고 있다. 신 명예회장이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율은 0.4%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다. 해당 지분이 신 전 부회장에게 모두 넘어간다고 해도 이 정도 지분율로는 '신동빈 체제'를 흔들 수 없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은 광윤사가 28.1%, 종업원지주회가 27.8%, 관계사가 13.9%, 임원지주회가 6%를 가지고 있다. 이 중 광윤사는 신 전 부회장이 지분 '50%+1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최대 주주인 광윤사의 최대 주주인 셈이다.
그러나 그 외의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이 신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 이들의 지분율을 모두 더하면 53.9%, 여기에 신 회장 지분율 4%를 더하면 57.9%다. 일본 경영자와 주주들이 신 회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도 원톱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도쿄에서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도 신 회장은 재신임 됐다.
롯데, 경영권 분쟁보다 성장하는 사업 발굴
롯데의 향후 과제는 경영권 분쟁보다는 한국에 여전한 일본기업 이미지와 빠르게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 얼마나 발 빠르게 대처하느냐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된 2020 상반기 LOTTE VCM(구 사장단 회의)에서 신 회장은 위기론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현재와 같은 변화의 시대에 과거의 성공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기존의 성공 스토리와 위기 극복 사례, 관성적인 업무 등은 모두 버리고 우리 스스로 새로운 시장의 판을 짜는 게임 체인저가 되자"고 강조했다.
성장이 멈춰버린 유통업에서 새 활로는 모색하는 것도 신 회장의 과제이다. 롯데는 2018년 8월 온라인 조직 'e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해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호텔롯데의 상장도 신 회장이 달성해야할 과제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는 형제의 난이 불거지면서 몇 년 동안 성장의 기회를 놓쳤다"라며 "올해 호텔롯데 상장을 시작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 대응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