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손혜정 기자]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총선 압승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총선 준비 및 보수 통합 논의와 맞물린 시점에서 꺼내는 개헌 태제가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나타난다.
황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이 정치의 발목을 잡히지 않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법적 기반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개헌을 언급했다.
황 대표가 '개현' 의지를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무총리 시절에는 개헌 논의에 난색을 표하다가 2019년 1월 한국당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는 "현재의 권력 구조에서 대통령이 할 수 없는 게 무엇이 있냐"며 개헌 시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한동안 '내각제'를 암시하는 개헌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사 표시를 하지 않거나 전면적으로 내세우지 않다가 이날 △민생경제 복원 △ 문재인 정권 심판 위한 총선 필승 △과감한 '공천' 혁신 △반문 국민 대통합 등에 이어 △'제왕적 대통령제' 근본 저지 개헌을 한국당의 다섯 번째 새로운 각오로 내세우며 다시금 수면 위로 꺼내든 것이다.
앞서 김형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고 전혀 책임지지 않는 이런 대통령제 하에서 야당이 분열된 모습으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며 내각제 개헌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과거부터 의원내각제를 주장해왔다.
이로부터 일주일도 되지 않아 황 대표가 공천 혁신을 거론하며 김 위원장과 같은 맥락의 개헌론을 꺼내든 것이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황 대표는 '대통령제를 근본적으로 다른 권력체제로 개편하겠다는 것인가, 대통령제 내에서 어떤 개헌을 추구하겠다는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는 잘 알 거라 믿는다"며 "대통령제냐 내각제냐 큰 틀의 문제도 있지만 어떤 특정인이 제왕적 권한을 행사하며 국민과 야당을 무시하는, 그런 국정농단을 저지할 헌법 개정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보수 통합 논의 과정에서 나온 개헌론이 '뜬금없다'는 반응이다. 굳이 개헌을 해달라고 통합을 지지하는 것이 아닌데 "개헌 얘기가 나옴으로써 더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황 대표가 지적한 '제왕적 대통령'은 제도가 아닌 "집권자 개인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 학계의 시각이다.
김행범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현 정권의 통치 방식과 불합리가 대통령제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고 내각제면 없어질 거라고 보는 건 대단히 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88년 체제 이후에는 대통령보다 입법기관의 권력 과잉이 오히려 더 문제라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김 교수는 "패스트트랙 정국과 선거법 개정만 봐도, 법을 만들고 의석을 배분하는 절차는 오히려 헌법적인 부분인데 그 헌법적 역할까지도 입법부가 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임종화 청운대 교수는 "개헌이 만약 내각제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내각제는 입법기관의 독재 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며 "내각제는 정치 영역을 불리고 불리는 '정치장난질'"이라고 일갈했다.
더군다나 정권을 막론하고 정치 고비마다 주도권 잡기 수단으로 던지는 개헌론의 오남용이 "국난의 근원이 대통령제라는 제도에 있다"는 인식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더더욱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디어펜=손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