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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비핵화 빠진 평화프로세스, 실기했거나 성급했거나

2020-01-23 18:18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김소정 기자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좌초될 위기에 처한 지금 상황을 진단해보면 지난 북미협상 테이블에 핵 문제가 제대로 올라간 적이 없었던 결과라고 봐야 한다. 본격적인 핵협상이 벌어지기 전 서로 상대의 진의를 파악하려던 중 불신의 벽을 깨지 못하고 대화가 중단된 것이다.

북미가 마지막으로 마주앉은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수용해 상응조치를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 상응조치가 ‘대북제재 완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아무 것도 없었다”고 발끈한 북한은 대화의 문을 닫아걸었다. 

결론적으로 지난 2년 만에 북미 대화는 대북제재에서 멈춰섰다. 그렇다면 북핵 논의는 어느 수준까지 왔을까. 

북한은 지난해 2월 하노이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는 직접 언급했다. 하지만 핵포기 로드맵은 전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1차 북미 정상회담과 3차 남북 정상회담 성명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언급됐지만 해당 조항은 각각 ‘노력한다’ ‘협력한다’로 돼있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 북한의 핵포기 의지는 물론 미국의 북한 비핵화 의지마저 의심받는 상황이다. 북한은 최근 “더 이상 핵·미사일 중단 약속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위협했고, 미국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핵·미사일 시험에 나서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과감한 남북 교류협력사업 추진을 선언하고 ‘북한 개별관광’을 새해 역점사업으로 띄운 것은 그야말로 ‘배드 타이밍’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미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간고하고 장구한 투쟁”을 언급하며 정면돌파를 천명했고, 이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학습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남북교류를 수용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북한 개별관광은 ‘조건이 마련되는 대로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를 명시한 평양선언에 포함시켰어야 했다.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문 대통령이 ‘개별관광은 대북제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로 국제사회를 설득했다면 2019년 2월 하노이회담 성과도 달라질 수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집 앞에서 역사적인 남북미 정상 회동을 하고 있다./청와대

이렇게 문재인정부는 북한 개별관광에서 실기한 것처럼 대북제재 문제에서 정교하지 못했고, 오히려 성급해서 한미 간 신뢰를 손상시킨 적도 있다. 2018년 6월 12일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은 그해 10월 유럽국가 순방 때 제재 해제를 화두에 올렸다. 하지만 프랑스를 비롯해 순방국가 모두 “비핵화가 우선”이라며 거부했다.

현재 정부가 개별관광을 적극 추진한 것은 북미 간 간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중재자의 입장을 저버린 것이라는 평가도 받을 수 있다.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와 미국이 우선하는 핵포기 중 제재 완화에 방점을 찍은 점에서 그렇다. 실제 문 대통령은 “남북협력이 진행될수록 제재 예외 조치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높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은 점도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 발표 때 ‘한반도 평화’는 언급하면서 ‘비핵화’는 말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북미 간 비핵화 정의에도 일치를 보지 못한 점에서도 남한이 할 수 있는 중재 역할에 실패한 셈이다. 

북미 대화에 기여할 수 있는 한국의 중재 역할이란 한미공조는 물론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당장 미국이 “비핵화와 보조를 맞추라”며 견제구를 던지고 있으니 국제사회의 지지는 물 건너간 셈이다. 또 북한은 비핵화 대화를 미국과 하겠다고 하니 결국 북미대화가 안 풀리면 남북협력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도 풀지 못했다.

개별관광 띄우기로 문 대통령이 북미 간 비핵화 논의가 어떻게 되는지에는 관심 없고, 북미대화를 잘 유지시켜 남북관계를 풀려고 한다는 오해만 키우게 됐다. 정부는 심지어 이산가족의 고향 방문을 들어 개별관광에 명분을 싣고 있다. 하지만 이는 북한 당국이나 일부 북한주민이 이산가족 단체상봉을 꺼려해온 현실도 간과한 것이다.

이제까지 남북미 간 추진해온 비핵화 협상은 올해 안에 그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성공 여부도 북핵 문제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지금 문재인정부는 남북관계가 닫힐까봐 안달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북한 개별관광이라는 70년 이상 걸어보지 못한 ‘낯선 길’을 서두를 때가 아니다.

대북제재 문제는 북미 협상의 핵심 의제가 맞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이 문제에서 성급했거나 실기했다는 점에서 한미 간 정교한 북한 비핵화 전략 공유가 있었는지 점검할 때다. 

또 야권을 포함한 온 국민이 공감하는 대북정책 수립에 주력해 북한에 올바른 메시지를 줄 때이다. 그래야 앞으로 미국 행정부가 바뀌든 유지되든 북미대화에 따라 북한에 ‘패싱’ 당하지 않는 대화 상대가 될 수 있다. 북한 문제에도 외교가 필요한 이유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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