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경기불황의 장기화로 러시아 엑소더스 현상이 뚜렷해진 상황에서도 의리를 지키며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해왔던 현대자동차가 이달 중 러시아공장 누적생산 200만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러시아의 극심한 경기침체로 러시아 시장을 떠나던 상황에서도 현대차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현지와의 동반성장을 노력해온 성과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현대자동차 러시아 현지전략차종 쏠라리스. /사진=현대차러시아
특히 현대차는 러시아 시장이 침체기를 겪고 있는 시기에도 꾸준히 현지 전략화 모델을 출시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또 현지공장을 통해 러시아 국민들을 위한 일자리 마련에도 일조했다. 이런 노력은 국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냈고 시장 점유율도 끌어올렸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010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러시아 공장(HMMR)을 준공하고 2011년 1월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했다.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약 10년간 총 198만8764대를 생산했다.
매달 생산물량이 2만대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이달 중 현대차 러시아공장은 누적 생산대수 200만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공장은 2011년 13만대를 시작으로 이듬해부터는 매년 20만대 이상을 생산해왔고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인 24만5700대를 만들어냈다. 당초 계획한 연간 생산능력 23만대를 뛰어넘는 기록이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은 준공 당시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처음으로 '프레스·차체·도장·의장' 전 공정을 단일 공장에서 수행하는 시스템(Full cycle plant)을 갖췄다.
이를 토대로 2000명 이상의 고용 효과를 유발하며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을 공략하는 전진 기지 역할을 해왔다. 현재 이 공장에서는 현지 맞춤형 모델인 세단 쏠라리스와 소형 스포츠유티리티차량(SUV) 크레타, 기아차의 위탁 생산모델 리오가 생산되고 있다.
러시아가 경기악화로 우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일자리와 일감을 꾸준히 지원해 온 현대차다. 더욱이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 엑소더스 현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보여준 의리이자 상생경영은 러시아 국민들에게 귀감이 됐다.
이런 기본바탕을 토대로 현대차는 기아차와 함께 러시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달성하는 것이 가능했다. 유럽기업인협회(AEB)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각각 10.3%, 12.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양사 합산으로는 23.1%로 러시아 자국브랜드인 아브토바즈 라다(20.6%)를 제치고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이런 결과는 현대차의 상생경영을 위한 노력이 한몫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단순히 시장 점유율 상승을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의 경제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현대차는 러시아 현지화 공장 등으로 시장선점 뿐 아니라 현지 경제 활성화에도 일조를 하고 있다.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러시아에 일자리 마련으로 일방적인 시장 선점이 아닌 현지시장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러시아 현지에서도 이런 현대·기아차와의 유대감을 반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한 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았다. 제재는 러시아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줬다.
자동차 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2년 연 294만대에 달하던 시장 규모는 2014년 143만대로 반 토막 났고 미국 GM과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공장 문을 닫으며 사업 규모를 축소했다.
반면 현대차는 투자를 지속하며 생산 차종을 늘렸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016년 8월 러시아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러시아 시장에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며 "어려움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러시아 시장이 회복될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2017년 저점을 통과한 뒤 3년 연속 회복세를 보였다. 러시아 정부 차원의 경기부양책이 회복을 견인한 결과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의 생산량 역시 2016년 주춤한 뒤 2017년부터 꾸준히 늘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능성이 있는 시장의 점유율확장만을 노린 것이 아니라 동반성장을 통해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온 현대차의 노력의 결실이다"며 "자국 브랜드를 뛰어넘는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저점을 찍은 러시아 시장인 만큼 앞으로 꾸준한 성장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