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면서 사실상 연임을 확정했다.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을 걷어낸 만큼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확정짓고 ‘일류(一流)신한’을 위한 제2기 체제 출범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사진제공=신한금융그룹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 회장이 법정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면서 연임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앞서 지난달 13일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조 회장을 단독 후보로 결정했다. 재판 결과가 연임에 변수로 남아있었으나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일정 부분 해소된 만큼, 조 회장은 오는 3월 임기 3년의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했지만 1심 판단이 ‘확정 판결’이 아닌 만큼 회장직을 수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신한금융 내규에 따르면 금고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향후 5년간 임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야 임원 결격 사유로 작용한다. 회추위도 이 같은 법률적 검토를 마치고 조 회장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조 회장 제2기 체제의 화두인 ‘일류신한’을 향한 금융혁신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조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를 일류신한을 향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원년’으로 삼고 ‘2020 스마트(SMART) 프로젝트 완성하는 해’임을 강조해 왔다. 이를 위해 ‘신뢰’ ‘개방성’ ‘혁신’ 키워드를 주축으로 원(One)신한 전략을 통해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다만 중장기 목표에 앞서 지난 몇 년간 채용비리와 관련된 재판으로 어수선한 조직을 안정시키고,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사운용 사태와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배상 수락여부를 해결하는 것이 당면과제로 지목된다.
특히 라임사태의 경우,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각각 3934억원, 3808억원으로 총 7742억원의 펀드를 판매했다. 라임은 신한은행이 팔았던 ‘라임 크레디트 인슈어드(CI) 무역금융 펀드’ 2700억원 중 1000억원을 지난해 환매가 중단된 ‘플루토 FID-1’ 펀드 등 부실펀드에 투자한 정황이 드러났다.
현재 신한은행을 포함한 6개 은행들이 금융감독원의 키코배상과 관련한 분쟁조정안 수용 결정 연장을 요청한 상태이며, 수용 결정과 관련한 결과는 2월 초에 나올 예정이다. 신한은행의 키코 배상액은 150억원에 달한다.
금융권의 관계자는 “채용비리가 불거진 해부터 1심판결이 나기까지 연일 이슈에 오르내리면서 조직 내 피로감이 가중된 상태”라며 “조직의 결속력을 높이고 나아가 현재 당면한 라임사태와 키코 배상과 관련한 이슈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