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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교민 수용지역 변경, ‘코로나 님비’ 자초한 정부

2020-01-30 13:37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우한 교민 700여명이 국내로 들어올 예정인 가운데 수용 지역으로 최종 결정된 아산, 진천 지역 주민들이 반대 농성에 나섰다.

당초 정부가 수용 지역을 천안으로 발표했다가 아산‧진천으로 바꾼 것이 화근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현장인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현장 대응체계에 대해 보고를 받고 있다./청와대

정부는 지난 28일 교민 송환 대책을 발표하는 관계 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등 2곳을 임시 보호시설로 활용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29일 교민 수용 장소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변경했다. 

감염증 사태가 발생했을 때 국민이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려면 정부가 모든 조치 사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29일 감염 확진자가 입원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아 “정부 차원에서 선제 조치들을 과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강력하게 발 빠르게 시행해야 한다”면서 “모든 조치 사항들을 투명하게 공개해서 국민이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전세기로 국내 송환되는 우한 지역 교민과 유학생들을 임시 수용할 장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혼선을 보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천안은 지역구 국회의원 3명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고, 아산은 국회의원 2명 중 1명이 한국당 소속이며, 진천 국회의원도 한국당 소속인 점이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송환될 700명가량의 교민 등은 바이러스 감염자들이 아니다. 이들은 최대 잠복기인 2주간 격리된 가운데 의료진의 철저한 관리를 받기 때문에 인근 지역에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수용 지역을 변경하면서 처음 천안 지역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만 댔으니 당장 화살을 피하자고 국민들의 공포심만 키웠고, ‘코로나 님비’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오후 아산과 진천 두 시설 인근 주민 수백명은 트랙터 등 농기계를 몰고 나와 도로 진출입로를 막고 거리 농성에 들어갔다. 집회는 밤늦게까지 이어졌고 주민들은 촛불을 들고 나와 “수용 절대 불가”를 외쳤다. 

시위에 나선 주민들은 “정부가 지자체, 주민과 사전 협의는커녕 기본적인 안내조차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우한 교민 수용지를 결정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외치며 지정 철회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박경귀 아산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자유한국당)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우한 교민 수용지역 결정은 정부의 국가전염병에 대한 위기관리전략이 보이지 않는 주먹구구식 대처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예비후보는 먼저 “당초 수용 장소로 결정된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의 경우 고속도로와 인접하고 도심과 먼 산속에 위치해서 최적지였다”며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의 경우 주거지역 인근인데다 4㎞ 이내에 시민과 관광객이 밀집하는 신정호 국민관광단지 있어서 주말에 인파가 몰리는 곳이어서 적절치 못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전염병에 따른 국내 송환 대책을 세우려면 먼저 국가수용자산부터 정리했어야 했다”며 “교육시설, 군부대, 대규모 병원 등의 시설이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사태에 대한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수도권부터 전국을 염두에 두고 지역 배치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한 교민 수용은 차라리 우한에서 가장 가까운 국제공항이 있는 무안 지역이 최적지였다”면서 “그런데도 정부가 공무원교육원이 있는 충청도 지역부터 떠올린 것이 종합적인 검토해서 나온 전략적 판단에 기인한 건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예비후보는 “현재 신종 코로나가 우한에서 먼저 발생했지만 중국 춘절 연휴를 지나면서 이미 우한을 거쳐간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중국 전역에 퍼졌다고 봐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우한 교민 외 다른 교민 대책은 세우고 있는지도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우한 교민 수용지역을 천안으로 결정했다가 변경한 이유는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 때문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아산‧진천 지역주민들 역시 반발할 것이 뻔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설명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4월 총선의 초기 전망 때문이라는 주장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은 당연히 필요하고 확산 방지에도 도움이 되지만 지금처럼 교민 수용을 거부하는 ‘코로나 님비’나 중국 관광객을 비난하는 ‘중국 포비아’는 경계해야 한다. 당장 불필요한 갈등을 부르고, 언제든 입장이 바뀔 경우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성숙된 시민의식을 요구하려면 먼저 정부부터 투명하고 정교한 대응으로 시민들의 협조를 받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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