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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성과급?…삼성전자 직원들 '부글부글' 까닭은

2020-02-03 11:19 | 조한진 기자 | hjc@mediapen.com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달 31일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지급한 가운데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직원들은 불투명한 OPI 프로세스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며 산정방법에 대한 모호성을 지적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사내 익명 게시판에는 OPI에 대한 불만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삼성전자의 OPI는 소속 사업부의 1년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고 50%를 지급하는 제도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사업부별 OPI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와 네트워크사업부가 38%로 가장 높았다. 이어 반도체사업부(29%), 무선사업부(28%), 가전사업부(22%) 순이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27조7700억원으로 전년(58조8900억원)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업황 부진으로 직격탄을 맞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나머지 사업부는 전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실적을 기록했다.

소비자가전부문(CE)의 영업이익이 2018년 2조200억원에서 지난해 2조6100억원로 늘었다. 같은 기간 IT모바일(IM)부문은 10조1700억원에서 9조2700억원으로 다소 이익이 줄었다. 2018년에 46조5200억원으로 영업이익 정점을 찍었던 반도체사업부는 지난해 14조200억원까지 떨어졌다.

1년 전 2018년 성과에 대해 반도체사업부는 OPI 최고 수준인 50%를 받았다. 당시 무선사업부와 네트워크사업부는 46%였다.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와 생활가전사업부는 각각 46%, 23%로 OPI가 책정됐었다.

지난해 네트워크사업부와 생활가전사업부는 사상 최대 성과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두 사업부의 OPI는 오히려 줄었다. QLED TV를 앞세워 실적을 개선한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역시 OPI가 깎였다.

실적이 개선된 사업부의 OPI까지 감소하면서 삼성전자 직원들은 산출 프로세스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익명’이라는 타이틀이 달렸지만 사측이 운영하는 게시판에 직접 불만을 토로하는 것 자체가 직원들의 불신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노조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직원들에게 OPI 산출 과정을 전혀 공유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CEO 마음 아니냐’는 말까지 들린다”며 “불투명한 프로세스가 직원들의 불만과 불신을 키우는 것 같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업무처리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회사 전체 이익이 OPI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이익의 일정 부분을 기본 성과급으로 정하고, 사업부별 성과에 따라 차등을 둬 개인별 차이를 줄이자는 대안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OPI 등 사내 문제를 외부에 공식적으로 알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임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개진하는 의사는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관계부서가 검토 후 답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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