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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베이성 거친 외국인 입국금지, ‘뒷북 대응’ 논란

2020-02-03 10:58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가 ‘제한적 입국금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4일부터 2주 이내에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시킨 것이다. 이와 함께 외국인의 제주 무비자 입국도 일시 중단해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여행객 입국을 제한하는 초유의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중국 전역에서 이미 확진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방역망에 구멍이 생길 수 있는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일본 등이 중국을 다녀온 모든 외국인에 대한 조치를 시행하는 상황에서도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후베이성 밖의 중국지역에서 확진자가 300명 이상인 곳은 6개 성에 달한다. 바이러스 발원지로 알려진 우한시는 현재 봉쇄된 상태이지만 이미 대다수 주민이 우한을 탈출해 중국의 다른 도시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는 3일 중국 제일재경망과 바이두가 분석한 결과를 보도하며, 우한에서 출발한 바이두 지도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중 60∼70%는 후베이성 내 다른 도시로 이동했고, 베이징, 상하이 등으로 옮긴 경우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특히 2일까지 연장된 춘제 연휴가 끝나고 수도 베이징과 중국 최대의 국제도시 상하이 등에 공공기관과 기업들의 업무가 재개되며 후베이성을 넘어 중국 주요 도시 곳곳에 추가 확산이 본격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후베이성은 지난달 22일 봉쇄됐기 때문에 이곳을 방문했던 외국인이 한국에 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신종 코로나는 저장성과 광둥성에도 크게 번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미 중국 전역이 위험 지역이 된 상황에서 여행자 제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앞서 2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방역 전문가들도 “우선 국내로 유입되는 환자 수를 줄여서 우리 의료 역량이 감당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한감염학회 등이 같은 날 발표한 대정부 권고안에도 “후베이성 외 중국 지역에서 신종코로나가 발생하는 사례가 40%를 차지해 후베이성 제한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예방에 집중하는 가운데 30일 오후 인천시 동구 인천의료원 음압치료 병실에서 감염 예방 복장을 착용한 의료원 관계자와 시설 점검자들이 병실 내부를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과 싱가포르, 일본 등이 이미 최근 2주간 중국을 다녀온 외국 국적자의 입국을 잠정 금지하고 있는 것에 비해서도 정부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지난달 31일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공중보건 비상 사태를 선포, 2일 오후 5시(현지시간)부터 최근 2주간 중국을 다녀온 외국 국적자의 입국을 잠정 금지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2일부터 중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항공편을 7개 주요 공항으로 몰아 탑승객 감염 여부를 집중 검사할 예정이다.

싱가포르는 1일부터 최근 14일간 중국 본토를 방문한 외국인의 싱가포르 입국 또는 경유를 금지하기로 했다. 자국민과 영주권 또는 장기체류 비자를 받은 외국인에게는 입국을 허용하되 14일간 격리 조치를 한다. 

일본도 1일 0시부터 최근 14일 이내에 중국 후베이성 에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들의 입국을 원칙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공공 의료인들이 ‘중국 본토에서 오는 모든 방문객의 입경을 금지해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파업을 결의하기도 했다. 

여기에 베트남, 이탈리아 등 중국행 항공노선을 전부 또는 일부 중단하는 나라들도 늘고 있으며 이케아, 스타벅스, 맥도날드,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 관련 영업을 잠정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중국에서 들어오는 사람에 대해 전용 입국장으로 들어오게 하는 특별입국절차를 신설한 가운데 중국인 대상 관광 목적 단기비자 발급 중단은 검토할 예정이다. 또 중국 전역에 대한 여행경보도 2단계(여행자제)에서 3단계(철수권고)로 상향 발령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중국 허베이성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 금지를 발표했지만 한참 늦었다. 여전히 부실하고 늑장 대응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최근 중국 전역을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능후 복지부장관은 2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결과 브리핑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후베이성 입국 금지 조치는 단기적인 대책”이라며 “중국의 확진자 수와 중국 내 지역별 환자수를 모니터링해 입국 금지를 시행할 지역이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혀 신속한 추가 대응이 필요해보인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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